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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ie Chin Oct 01. 2024

조직 진단의 시작: 역할 구조 점검

역할 구조


거의 대부분의 회사는 법인입니다. 법인이란 '법적으로 목적 사업을 하기 위해서 권리와 능력이 부여되는 주체'입니다. 한자로 '法人'이라고 씁니다. '법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인격체)'이란 뜻이지요. 회사는 법으로 인정된 목적 사업이라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적 사업은 상품서비스를 만드는 일이고 회사는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상품서비스를

1) 기획, 디자인하고,

2) 개발, 생산하고,

3) 마케팅, 영업하고

4) 정산, 지원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상품서비스에 연관 지어서 해야 할 일을 정의하는 것이 '역할 정의'입니다. 인간 신체 역할은 모두들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눈은 보는 역할을, 다리는 걷고 뛰는 역할을, 코털은 먼지를 막아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마찬가지로 기업 조직의 역할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명칭이나 내용은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기본적인 개념은 기획, 생산, 판매, 지원.. 입니다. 하지만 상품과 서비스가 많이 다르고, 또 기술 발전과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차이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기업은 역할 정의가 필요합니다.
 

역할 정의의 중요성


10여 년 전에는 직무 분석 혹은 업무 매뉴얼이라는 이름으로 역할 내용을 과도하게 자세하게 정리했습니다. 주관은 인사부서였습니다. 모든 부서에 양식을 뿌려서 모든 직무에 대한 세부 정보를 취합했습니다.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ies)을 분명히 하기 위해 최대한 디테일하게 작성을 시켰습니다. 생노동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해 놓고 잘 열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이런 직무 분석과 매뉴얼 작성은 에너지 낭비 었고 사람들의 불만이 커져갔습니다. 7, 8년 전 에자일(Agile)이란 경영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개념들이 나왔습니다. 덕분에 직무 분석이나 매뉴얼은 레거시(유물)가 되었죠. 기술과 환경 변화가 너무 빠르게 일어나다 보니, 업무 내용이나 일하는 방식 역시 계속 바뀌어야 했기 때문에 자세히 정리하는 자체가 비효율이란 인식이 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 대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일보다는 분위기, 환경, 소통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도 한몫했습니다. 너무 자세하고 비효율적인 직무 분석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만, 아주 단순하게라도 역할에 대한 구분은 꼭 해놓아야 합니다. 현재 기업 상황을 보면 조직이나 개인의 담당 업무, 역할 및 책임이 명확하지 않거나 불분명한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습니다. 여러 가지 악기들이 제 역할과 기능을 해야 아름다운 하모니가 만들어집니다. 기업 내 모든 역할들은 각 조직과 개인에게 적절하게 분배돼야 합니다. 그리고 분명하게 모두들 자신의 역할과 관련한 역할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역할 정의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이러한 역할 정의를 하찮게 여기는 회사도 많이 있습니다. 


불명확한 역할 사례


CTO 조직에서 개발한 서비스를 배포할 때 점검하고, 배포 후에도 점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QA(quality assurance)입니다. QA는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평가)를 공정하게 해야 해서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 하는 것보다 만들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크로스 체크 개념이죠. 그래서 QA 역할은 CTO(조직)보다는 프로덕트 조직이나 운영 조직에서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물론 조직이 작으면 CTO 쪽에서 해야 하겠지만, 100명 이상 되어 프로덕트나 운영 조직이 존재한다면 그쪽으로 QA 역할을 가는 것이 좋습니다. 


경영지원실 안에 사업개발이나 사업운영팀과 같은 사업에 관련된 팀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영지원실은 비용의 흐름을 관리하고 매출, 이익 등 실적을 관리하는 역할이 주요 임무입니다. 그런데 비용을 쓰고, 실적을 내야 하는 사업팀이 그 안에 속해 있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이 것은 축구에서 심판이 최전방 공격수(포워드) 역할까지 맡아서 경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조직의 리더가 심판, 공격수 다할 수 있다.'

'리더가 욕심쟁이다.' 

'따로 맡을 사람이 없다.' 등등

핑계도 많습니다.


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위험성이나 퀄리티 측면에서는 부정적입니다. 공격수가 반칙을 하고도 반칙을 선언하지 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운영은 회사를 오래 지속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다른 케이스도 있습니다.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역할 정의가 안되어 있거나, 역할은 1개인데 여러 곳에서 담당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담당자의 공백과 중복 업무는 팀에 비효율을 일으키고 팀 퀄리티를 떨어뜨립니다.


또 다른 예는 팀이름을 완전히 잘못 정하는 케이스입니다. 서비스기획팀으로 팀명을 정해놓고, 실제로는 기획업무는 안 하고 운영 관리 업무만 수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들 이런 경우를 한 번씩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서비스운영팀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운영'이란 단어가 '기획'이란 단어에 비해 없어 보인다는 이유입니다. 참 어이가 없죠.


비슷하지만 또 좀 다른 경우입니다. 회사의 경영방침과 CEO의 스타일은 강력한 성과주의인데, 인사부서의 이름은 '피플팀'으로 정해놓고 평가나 보상보다는 사무환경 개선이나 조직문화 캠페인에 에너지를 쏟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책과 조직운영이 미스매치입니다.


이것들 모두 '역할에 대한 인식 오류'가 원인입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며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역할은 잘 정의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틀인 기획, 생산, 영업, 지원 4가지의 큰 역할들은 어느 회사나 기본적으로 잘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특정 부분에 문제가 나타납니다. 큰 역할부터 정의하고 점점 심층적으로 운영과 구조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역할 점검 방법


방법 1.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일들을 크게 구분해 봅니다. 


예를 들어, 돈카츠 식당을 운영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신선한 재료 구매해야 하고,

맛있고 빠르게 조리해야 하고,

원활한 기분 좋은 서빙을 해야 하고,

정확한 계산과 정산을 해야 하고,

청결한 환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큰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부와 같은 조직으로 역할을 분류합니다.

기획본부, 개발본부, 운영본부, 영업본부, 지원본부,...

이 것 말고도 잡다구레한 일들이 엄청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너무 디테일하게 정리하려고 하면 점검도 하기 전에 질려버릴 수 있습니다. CEO와 HR은 일단 큰 역할들이 잘 세팅되어 있는지 유기적으로 잘 조화와 연계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는지를 점검합니다. 세부적인 일(역할)이 빠져있다는 것 이외에는 크게 문제는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큰 역할부터 정리, 점검이 되면 단계적으로 아래 세부 역할을 보면서 점검해 줍니다. 


큰 역할에서 한 단계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앞에서도 예를 들었던 QA 역할 같은 것들이지요.


'운영본부가 있는데 개발본부 내 QA(개발 평가/검사) 기능이 있다면, 운영본부로 이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의외로 간단하지만 QA의 본질에 대한 생각이 없이는 이러한 점검 결과를 이끌어내기 힘듭니다. 전문성도 필요하겠지만, 해당 역할에 대한 본질, 그리고 다른 회사나 산업의 사례 등 다양한 생각과 정보를 검토하다 보면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방법 2. 포지션(역할)과 포지셔닝(배치) 개념으로도 점검해 줍니다.


방법 1. 이 큰 역할을 점검하고 아래 역할 단계로 내려오는 Top Down 방식이라면,

방법 2. 는 역할을 수행할 담당자 차원에서 생각해 보는 Bottom Up 점검입니다. 

역할은 포지션(Position)입니다. 이 포지션에 적절한 사람을 배치하는 것은 포지셔닝(Positioning)입니다. 포지션과 포지셔닝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축구입니다. 축구에서 최전방공격수를 포워드(FW)라고 하는데 이것이 포지션입니다. 그 자리에 손흥민을 배치하는 것이 포지셔닝입니다. 축구에서도 포지션과 포지셔닝이 중요한 것처럼 기업도 역할과 배치는 너무 중요합니다.


그런데 마케터를 총무부서에 배치한다던지, 개발자인데 영업을 시킨다던지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지난달에도 아는 지인이 뛰어난 재무 전문가인데 마케팅을 하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건 손흥민을 수비수로 쓰는 것과 같습니다. 누가 봐도 이상한데 그대로 놔둡니다. 너무나 당연한데 바꾸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그 이유가 아래와 같다면 어떠세요? 


"흥민이가 수비하고 싶대."

"흥민이 아빠가 수비시키라고 했어."

"수비할 사람이 없어."


이런 이유 때문에 손흥민을 수비수로 계속 쓰는 감독은 없을 것입니다. CEO와 HR은 성공하기 위한 역할 정하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해야 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 작업이 팀의 외과적 검진의 첫 단계입니다. 역할과 적재적소 배치는 그냥 공식입니다. 


[공정한 QA 역할을 위해서는 QA 경력자를 배치하고, 개발이 아닌 운영본부에서 담당한다.]


이렇게 심플하게 정의하면 됩니다. 복잡하게 설명되어도 안됩니다. 이 공식이 모호한 회사에서는 커뮤니케이션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업무 속도가 늦려 집니다. 이 공식에는 감정이나 다른 어떠한 사유와 변명이 들어가선 안됩니다. 학연, 지연은 물론 배려와 감정 모두 빼야 합니다. 역할과 배치는 아주 명확하고 이성적이어야 합니다. 

조직의 외과적 관리는 축구 감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승리를 위해 역할을 정하고 적합한 선수를 배치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축구가 비인간적이라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요? 차갑고 엄하게 가 아니라 골을 넣고 이기는 감독과 같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역할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상심을 유지하며 담담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내는 것이 CEO와 HR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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