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성장 단계별 역할 정의
역할도 세포 분열처럼
예전 자회사 대표님의 부탁으로 인사 점검을 하게 되었습니다.
R&R과 인사체계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 복잡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직무는 너무 세부적으로 나누어 50개가 있었고, 직원 직급이 무려 8단계로 되어 있었습니다. 전체 인원이 50명인데, 직무가 50개라니요. 이해가 안 갔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물었더니 1년 전 인사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은 체계라고 설명하더군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곳곳의 기업에 존재합니다.
조직의 역할 정의는 그 규모와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마치 세포가 성장하면서 기능과 역할이 점점 복잡해지듯, 조직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화가 이루어집니다.
먼저, 5명 이하의 작은 조직을 생각해 보죠. 이 단계에서는 CEO와 HR에게 모든 역할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한 가족처럼 말이죠. 마치 오늘 누나가 소개팅이 있고, 아빠는 휴가여서 낚시를 갔다는 걸 모든 가족이 다 아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일과 사람이 보입니다. 처리 못하고 몰라서 못하는 일은 있어도, 하고 있는 일이 안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역할 분석이나 분류 이런 것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 운영, 마케팅까지 동시에 한 명이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업무 나누고 평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 다 아니까요.
그러나 10명 이상의 조직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보이던 일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때부터 역할의 구분이 필요해집니다. 이 역할은 '담당업무', '직무', '포지션'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됩니다. 이것은 역할이 수평적으로 분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5명인 농구는 가드, 포워드, 센터 이렇게 3파트로 구분되는데, 11명의 축구는 훨씬 더 다양한 포지션 역할이 구분됩니다. 하지만 상하관계인 위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역할은 수평적 관계로 분화됩니다.
조직이 더욱 커져서, 예를 들어 30명 이상이 되면, 인원 수가 직무 수를 초과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점에서는 시니어와 주니어, 즉 역할의 위계가 필요해집니다. 역할이 수직적으로 구분되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마치 세포가 분열하여 더 세밀한 근육과 신경 조직이 되어 복잡한 움직임을 처리하는 것처럼, 조직 내에서의 역할도 세분화가 되면서 위계까지 생기기 시작합니다.
수평적 분화에서 수직적 분화가 생겨나니, 역할의 수가 2배가 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직급(직위) 체계가 생겨나고, 상하 계급이 생기게 됩니다. 조직은 점점 더 복잡해지며, 역할과 직무의 분화는 지속됩니다. 대규모 기업에서는 분화된 직무에 직급이 4~5단계까지 상하 직급이 생깁니다. 관리자도 있고, 실무자는 시니어와 주니어로 나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조직의 성장 과정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조직의 규모에 맞지 않는 직무와 직급 체계를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직무나 직급 체계를 도입하는 경우나 직책 정도는 나눠야 하는데 리더 분리가 안되어 있는 경우 등입니다. 전자의 조직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반대로, 수천 명의 대규모 조직이 ‘수평적 문화를 위해’ 직급 위계를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조직 내에서 누가 어떤 일을 책임지는지 모호해져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조직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습니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세포 분열을 하고, 각 기능이 분화되듯이, 조직도 성장하면서 직무와 직급이 자연스럽게 복잡해집니다. 이를 억지로 통제하거나, 인위적으로 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작은 조직에서는 단순한 직무와 역할 분담이 효율적이고, 큰 조직에서는 위임과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결국, 역할 정의는 조직의 성장 단계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해야 합니다.
외과적인 조직 건강 검진을 통해 현재 조직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에 맞는 역할 구조가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조직의 성장과 역할 정의는 자연스러워야 하며, 그 과정에서 균형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할 정의가 되면 그것에 따르는 조직과 포지션 구조도 자연스럽게 짤 수 있게 됩니다.
역할을 기획, 개발(제조), 운영, 마케팅, 영업, 지원 이렇게 6가지 수평적인 역할로 나누어도 보시고, 인원이 더 늘면 수직적으로도 나누어 보세요. 세포 분열하듯 조직이 자라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