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아이가 울었다

by 레빗구미

극장에서 아이가 울었다.
영화의 후반부가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슬퍼서 우는 줄 알았다.
주인공이 힘든 일을 겪어서, 누군가를 잃을까 봐 마음이 아파서 우는 줄 알았다.

거긴 슬픔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더 있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에게 물었다.

극장에서 왜 울었는지.

아이는 짧게 답했다.


무서웠어.


그 짧은 한마디가 꽤나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본 여러 순간들 중에서도, 유난히 오래 기억될 것 같은 날이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왕과 사는 남자>를 봤다.
개봉 전부터 내가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아이에게 이 영화를 보자고 하자, 아이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했고, 호랑이나 나오는 장면에 관심을 보였다. 나는 가볍고 코믹한 영화 쯤으로 생각했다. 가벼움과 따뜻함이 장항준 감독의 영화들에 담겨왔었으니까. 아이와 보기 무난한 영화라고도 생각했다.


극장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아이는 시작부터 유난히 집중했다.
늘 그렇듯 초반에는 팝콘을 먹고, 음료를 마시고, 의자를 만지작거릴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스크린을 올려다보는 눈빛이 또렷했고, 작은 몸은 등받이에 붙은 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영화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왜 사람들이 고문을 받고, 서로 싸우는지를 계속 속삭이며 묻는다. 아주 단순하게 배경을 설명하지만, 아이가 그걸 다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영화보다 아이의 반응이 더 신경쓰였다. 스크린의 빛이 아이 얼굴 위로 지나갈 때, 웃는 장면에서는 입꼬리가 따라 올라가고, 긴장되는 순간에는 어깨가 움츠러든다. 아이는 말없이 감정을 드러낸다. 어른들이 잊어버린 방식으로.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는 조금 어두워졌다.
갈등이 깊어지고, 위협이 가까워지고, 등장인물들의 표정에도 불안이 번졌다. 나는 그 정도의 긴장을 이미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이야기에는 위기가 필요하고, 위기가 지나야 결말이 온다는 걸 안다. 수많은 영화가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아이는 달랐다.
어느 순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 눈가가 젖어 있었고,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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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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