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무언가를 건네고 싶어지는 마음

by 레빗구미


아이에게 뭔가를 사다줄 때의 기분이 있다.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서 건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무언가를 고르고, 들고 오고, 몰래 숨겨두고,
아이가 그걸 발견하는 순간을 상상하는 일까지,

그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포함된 감정이다.
어쩌면 나는 그 전체의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회사 영화 동호회에서 극장 굿즈를 사올 때가 있다.
인형, 작은 키링 같은 것들.
남들에겐 그저 쉽게 살 수 있는 흔한 상품일 수 있지만,
내게는 그게 종종 아이에게 건네줄 수 있는 작은 기쁨처럼 느껴진다.


모임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면,
나는 조용히 아이가 늘 앉는 자리에 그걸 올려둔다.
아이는 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그걸 발견하겠지.
잠이 덜 깬 얼굴로 다가와서,
이게 뭐지 하고 만져보다가,
이내 환하게 좋아할 거란 생각을 한다.


그 장면을 내가 직접 보지 못할 때도 있다.
아직 잠든 척하고 있거나,
이미 먼저 일어나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순간이 내 안에는 아주 선명하게 그려진다.
마치 이미 본 장면처럼.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따뜻해진다.


얼마 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흔한남매 팬미팅 이야기를 했다.
가고 싶다고, 꼭 보고 싶다고.

그 말이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티켓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예매 페이지에 들어갔지만,
정말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너무 빠르게 끝나버려서,
처음엔 그냥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창을 닫으려 했다.


그런데 쉽게 닫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다시 들어가 새로고침을 눌렀다.
혹시 누군가 취소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잠깐의 틈이라도 생기면 그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시간날때마다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정말 우연처럼 자리가 떴다.
그것도 세 자리였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결제를 눌렀다.
손끝이 먼저 움직였고,
마음은 그보다 조금 늦게 따라왔다.
결제가 완료된 뒤에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가 가고 싶었던 공연도,
성공했다는 성취감도 아니었다.
그걸 알게 되었을 때 아이가 지을 표정이었다.


그 얼굴을 상상하는 순간,
나는 생각보다 훨씬 기뻤다.

그리고 미소를 띈채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요즘 내게는 꽤 중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엔 사고 싶은 것도 있었고,
갖고 싶은 것도 있었고,
조금은 나를 위해 고르는 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그런 감각이 희미해졌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레빗구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

1,28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