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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하룻길

이유 있는 수다

by 호박꽃

생각은 머리 위로 둥실 떠 올랐다 눈 깜짝할 새 사 라지거나 무거운 비구름처럼 한동안 머물기도 한 다. 순식간에 낚아채 손에 쥐거나 비를 내려 가볍게 하지 않으면, 더해지는 생각들이 뒤엉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다.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생각을 밖으 로 꺼내 한데 모아 치워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한 다. 그래야 봐야 할 것이 존재감을 드러낸 다. 이런 이유가 내가 글 쓰는 이유고, 글쓰기는 나의 주된 자기표현 방식이다.

생각이 불러주는 대로 단어나 단순문 장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듯 적는다. 혼자 뒤스럭을 떨기도 하지 만 괜찮다. 반드시 길은 찾아진다. 찬찬히 들여다 보며 자문자답을 이어가다 보면 아하! 의 순간을 만난다. 기분 좋은 하이 파이브!

혀끝까지 밀려오는 생각을 그때그때 말로 다 표 현했다면 엄청난 수다쟁이 가 됐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이 꽤나 고단했을 것이다. 글로 표현하는 건 혼자 하는 거라 귀찮게 할 일이 없을뿐더러 고요하 게 내면의 바다로 잠영할 수 있다. 나는 글로 수다 를 떤다. 나의 글을 이유 있는 수다라고 달리 말할 수 있다.

내게 온 생각을 환대하는 것이 먼저다. 타인을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하듯. 밥 먹듯 남 눈치 보며 자란 터라 남에게 한 것 반 만 내게 했어도 좋았겠구나 생각했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대로의 삶이 하나씩 하나씩 스며들고 있다. 나대로 산다면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 다. 오래된 버릇이 낯설다며 끌탕해도, 꿋꿋이 내게 오는 날 환대하며 나대로 살아보기로 한다.
비로소 뭐가 되고 싶지 않게 되어 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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