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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reici May 24. 2021

놀랐던 마음이 얼어있다가 녹은 순간이었다 (1)

파리에 도착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내 첫 아이폰은 그렇게 사라졌다. 유럽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사실은 생에 처음 가는 파리의 모습을 아이폰으로 찍고싶다는 내 욕심을 꺽지 못했다. 그렇게 생에 첫 아이폰과 함께 파리에 도착해서 역시 생각했던 대로 행복했다. 사진찍을 때 유독 소리가 컸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사진은 라이브로 찍으면 되었고 그 소리마저 신경쓰이면 어플을 사용해서 찍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거나, 대중교통을 탈 때면 최대한 가방이나 안쪽 옷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기 전까지 프랑스는, 파리는, 이곳의 사람들은 전혀 의심도 안 해도 될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편안했고 의심스럽지 않아서 방심했다. 다시 생각해도 그럴만했다고 생각하기는 싫지만 그랬다. 평소처럼 파리에 나갔다 왔고 지하철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기 전에 트램을 타고 가서 빵을 사서 들어갈지 말지 고민했다. 정말 잠깐이었는데 그 잠깐이 나에게는 잠깐이었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잠깐이 아니었겠지. 순간 뒤에서 누가 뛰어왔고 뭔가가 내 손을 스쳤는데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를 칠 생각도, 쫓아갈 생각도 못했다. 정말 순식간이었고, 그렇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깔끔했다. 다른 말로는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군더더기 없었다. 감탄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내 느낀점이었다. 벙쪄있던 날 정신차리게 한 건 트램정류장 옆에 서있던 어떤 사람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어린애들한테 당하냐는 말이었는데, 이렇게 구구절절 길지도 않았다. 짧은 한마디였는데, 뭐 따로 대답할 말은 없었다. 그렇게 멍한 상태로 집에 갔다. 아니 민박집으로 갔다. 혼자 집에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다른 여행객들은 없었고 사장님들과 언니가 있었다. 다치지 않았으니 되었다, 옆집 프랑스인 아주머니도 집 앞에서 전화를 하다가 폰을 날치기 당했다, 중고 아이폰을 사면 될 것이다, 아이폰 대신 아이패드를 사는게 더 낫다 등의 말들을 들었는데 그 순간 울컥했던 것 같다. 놀랐던 마음이 얼어있다가 녹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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