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은 하는 방법
삽교천 가자!
팀장님은 말씀하셨고 나는 얼떨결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자전거와 장갑, 두터운 옷, 그리고 물을 준비했다. 팀장님은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자전거용 블랙박스를 준비했다.
천안에서 삽교천까지 거리는 약 45킬로이다.
하지만 두렵지 않은 것은 그만큼 자전거를 타보지 않았기 때문에 겁이 없는 것이다.
야간근무 후 아침 9시에 둘이 삽교천으로 출발했다.
팀장님의 뒤를 따라갔다. 힘들었다. 나는 어깨를 들썩거렸고,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나의 속도의 1.3배로 팀장님이 달리셨기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하천을 타고 달렸다. 자전거 도로가 있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싶었지만 멈추면 100미터씩 거리가 벌려지기 때문에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여행보다는 전쟁에 가깝다면 과한 표현이 아니다. 유튜브로 이승환 라이브를 들으면서 달렸다. 몸에 힘이 드니 정신이 맑아져서 비로소 가사가 들리기 시작한다. 특별히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중에 여자 파트가 있는데 여성 관중 한 명이 노래를 하는 부분이 있다. 너무 좋다.
아산의 은행나무길에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았으나 우리는 시속 20킬로로 쭉 달렸다. 두 번째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 사과와 계란을 먹고 물을 마셨다.
또 달렸다. 페달을 밟았다. 허벅지는 터지려고 한다. 자전거라는 장비가 있기에 좋은 점은 페달을 구르다가 멈춰도 앞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뉴턴의 운동 제1법칙 움직이는 것은 더 움직인다. 자본론의 장비를 소유한 자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가 생각난다. 그래도 나는 장비를 소유한자다. 으흐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점퍼를 벗어서 뒷 안장에 잘 놓고 또 달렸다. 가면서 갈대도 보이고 새우 양식장도 보이고 낚시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계속 달리다 보니 인주공단이 나왔다. 현대제철이 있고 철 관련 업체들로 보인다. 경기도 아래에 공장을 지으면 세금 혜택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덕분에 충남 북부는 이런 공장들이 많다.
강은 점점 넓어진다. 삽교천 방조제가 보인다. 45킬로를 달려서 삽교천 방조제가 보이니 이스라엘 민족이 40년 만에 가나안을 본 것처럼 기뼜다. 눈물이 났다. 방조제 길이는 약 3킬로, 1979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자동차로는 몇 번 지나다녀 봤지만 자전거 타고는 처음이었다.
방조제를 건너서 삽교호 놀이동산에 도착했다.
어느 할머니가 호객행위를 한다. 팀장님은 일층에 바지락 칼국수집이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 커피가게로 바뀌었다고 한다. 2층으로 가려는데 자전거 뒷 안장에 벗어놓은 점퍼가 보이지 않았다.
12년 전 중국 유학을 가려는데 너무 추워서 아버지가 길에서 나이키 이미테이션 점퍼를 사주셨다. 만리장성에서도 입었고, 충칭에서도 그 옷을 입었고, 상해에서도 그 옷을 입었는데 이제는 쎄이 굿바이이다. 되돌아오는 길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점심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다시 달렸다. 5킬로 정도 지났을까? 자갈 밥을 가는데 자전거가 안 나가는 것이다. 뒷바퀴가 펑크가 났다. 그 동네에서 일하는 동생에게 물어보니 근처 2킬로 지점에 오토바이 수리점이 있었다. 팀장님과 같이 걸어갔다. 주변이 더 잘 보이기는 했다. 은행잎을 밟는 소리가 괜찮았다. 오토바이 수리점을 발견하니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이 기뻤다.
사장님 계세요? 1시쯤이었나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안방에서 나와서 천천히 보시더니 튜브를 갈아주셨다. 다시 바람이 채워졌다.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아서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어떤 라이더들은 큰절을 올리고 간다고 하더라. 나는 작은 절을 올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펑크 때우느라 코스를 변경해서 그런지 점퍼를 벋어 놓은 부분까지 갔을나 점퍼는 보이지 않았다. 12년 동안 즐거웠다. 점퍼여.
갈 때 쉬던 장소에서 쉬면서 목을 죽었다. 다리가 풀렸는지, 타이어 바람을 채워서 그랬는지 한결 수월했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향했다. 팀장님이 외쳤다.
"블랙박스!"
핸들에 장착했던 팀장님 블랙박스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팀장님은 의심 가는 장소가 있다고 한다. 다시 돌아갔다. 2킬로를 돌아가서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손가락만 한 블랙박스를 발견했다.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다. 다시 페달을 밟았다. 아산에 도착했다. 은행나무길을 다시 지나 천안에 도착했다. 팀장님과 집의 방향이 달라 헤어졌다.
억지로 바득바득 달렸는데 혼자가 돼서 그런지 한계에 다다러서 그런지 힘들고 진도가 안 나간다. 천천히 꾸억 꾸억 천안 시내로 와서 딸 어린이집에 갔다. 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집으로 왔다. 따뜻한 집이구나. 문을 열었다. 반가운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마스크를 건넸다. 아내가 말했다.
"마스크가 검해졌네 ㅎㅎㅎㅎ"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무엇인가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그냥 하는 것이다.
적당히 준비물 생각해 보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내 바닥의 깊이와 천장의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해 보면 안다. 어쩌면 가짜 사나이처럼 정신력으로 버틸 수도 있고 때로는 잘났다고 눈총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냥 해보자.
나는 책도 그냥 내고 싶어서 투고했고, 결국에는 운 좋게도 출판까지 해냈고, 중국어도 오기로 통역사도 따냈다. 하지만 대형면허 15번 떨어졌고, 지게차 기능사 실기 2번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망설이다 쉽게 인생 끝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가고 싶은 곳이 있는가? 내일이면 늦는다. 오늘 당장 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