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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an 21. 2023

가드를 내리지 않는 어느 복서

이글은 소방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소방시설 민원센터 구축을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소방법도 여느 법처럼 친절하지 않다. 몇 년 전에는 소방법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서 소방청에 물어봐야 했다. 질의에 대한 답변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소방시설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다. 그래서 각 시도본부에서는 질의응답집을 만들어서 서로 교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21세기, 소방청은 법(소방법 제4조의 2)을 통해서 위대한 결정을 했다. 누구나 쉽게 질문을 하고 누구나 쉽게 그 답변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간단한 인증만 걸쳐서 민원(국민의 간절한 원)으로 질문하고, 소방청의 소방시설 민원센터 담당자는 답변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답변이 공유된다. 즉 질의응답집을 만들어서 시도끼리, 업체끼리 교환할 필요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답변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어렴풋이 안다. 더군다나 이 답변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신중하고 땀이 나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질문만이 법의 가려운 곳을 해결해 준다.       

연평균 민원의 10퍼센트 정도가 질의 및 [민원 신청 코너]로 올라온다. 조회수는 50부터 많은 것은 500에 육박한다. 나도 혼돈되는 것이 있으면, 여기서 키워드만 입력하면 답이 나온다. 그래도 혼돈되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고, 급하면 전화한다. (전화가 다 연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의제기’라는 말이 제목에 쓰이면 조회수는 더 올라간다. 검색해 보니 총 15개의 이의제기가 있다. 질문자는 이름이 없고, 답변자는 이름이 거론되니 불리한 싸움 같기도 하지만, 질문자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예언 하나 한다. 앞으로 3년만 난상토론이 이어지고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집단지성의 힘이라는 이름으로 견고하고도 유연한 법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글은 소방이야기가 아니다. 두들겨 맞더라도 가드를 내리지 않는 어느 복서에 대한 칭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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