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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n 10. 2024

폐업

6월 7일 3년 그리고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폐업신청은 아주 간단했다.  기존 사업자등록증을 지참해야 했지만 그까짓 것 분실로 제출하면 그만이더라.    서류한 장을 주었다. 성명, 주소,  폐업사유.  그래 이제 집주인의 만행을 알릴차례다.  제주 비계삼겹살, 소고기논란, 에어비앤비 전기세로 손님 없음이 아니라 주인아줌마의 만행을 알릴차례. 여기 있는 공무원들이라도 알아야 한다며 꼭꼭 눌러썼다.  임대료인상.  이런 시국에 10년을 버틴 가게들도 요즘 줄줄이 폐업한다는 이 시국에 임대료 인상이라는 대박적 행실을 보고할 차례.  난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걸 알려야만 했다. 제주 폐업한  자영업자들은 관광객들이 찾지 않은 와중에 임대료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뉴스에 나와버려라. 



다음 세입자는 주기적으로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계약을 하고 보니 노답투성이었나 보다.    주인은 최소한의 수리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거절했다고 한다.    마당공사를 계획 중이라는데 글쎄.  지금 시국에 마당을 고친다고 손님이 올까 싶다.  뭔가 특별하지 않고서야 그 많은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제 내일은 아니지만.  



3년의 시간은 참 빨랐다.  최소 5년은 할 줄 알았는데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 백수가 된 기분.  계륵 같아도 운영하는 게 더 나았으려나 싶은 마음도 한구석에 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비수기에 월세며 겨울의 기름보일러 비용은 이미 적자였다.   전기세, 수도세에 매달 나가는 방역비, 추가로 보안 CCTV 요금,  TV, 인터넷 요금까지 합치면 남편은 오히려 이득이라고.  매달 벌어서 아줌마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다 맞다.  비수기에는 정말 문 닫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쎄가 빠져라 글 써서 번돈으로 월세를 줬다. 월세를 못 받으면 아줌마도 괴로울 테니 서로 싫은 소리 하지 않기 위해 월세를 주기 위해 3년을 무던히도 버텼다.  그래 이제 매월 말 월세 준다고 동동구를 일 하나는 없어졌으니 그게 어딘가. 



3년간 내가 얻은 건 무엇인고 돌아보니 당근거래 실패한 물건들만 가득이다.  원가 생각하면 그저 아쉬운 가격인데 그마저도 안 팔리니 기가 찬다.  이미 반도 넘는 싼 값에 올렸지만 그걸 또 네고해달란다.  배달 안 되는 제주에서 숙소를 오픈하며 정말 어렵게 어렵게 구한 수많은 것들이 아주 똥값이 되었다.   뭔가 배달만 하면 불어나는 배송비에 1년에 한 번씩 도청게시판에서 택배비 페이백을 해준다지만 그마저도 이미 놓쳐버렸다.  이제 남은 건 채소마켓으로 남은 물건들의 거래인데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내가 안고 있어야 한다.  

펜션 3년 운영의 결과는 그저 못 팔아치운 살림살이들뿐이라니. 혹시나 새로 오픈할만한 곳은 없을까 싶어 오일장부터 당근에 카페까지 임대 물건을 쉼 없이 보고 봤다. 오쫌 괜찮은데? 하면 권리금 5000.   무슨 5000원도 아니고 본인도 결국 장사 안돼서 내놓으면서 다들 뽕뽑으려고 난리다.  나는 에어컨도 3년 썼다고 헐값에 팔았는데 다들 욕심도 많다. 괜찮다? 하면 연세, 월세는 더욱 기가 찬다.  아니  숙박업 돌리며  그만큼 월에 손님을 채우지도 못하면서 일 년에 이만큼 손님 받지도 못하면서 욕심이 과하다 싶은 물건이 쉼 없이 올라온다. 절대 안 나갈걸? 하는 집은 몇 달째 계속 보인다.   이 집주인들은 뉴스도 안보나 싶다. 결국 마음에 드는 그런 자리도 없고, 수많은 나의 살림살이들도 당근거래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   혹시라도 새로운 곳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혹시나 다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나의 걱정이었을 뿐. 



 숙소를 오픈하며 숙소사장의 희로애락,  동네 자영업자지만 제주에서 펜션 운영하며 만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올리면 제법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낼 줄 알았다.   펜션 오픈부터 중간중간 게을러지긴 했지만 진상손님과 펜션운영의 노고를 제법 괜찮은 소재로 관심받을 알았지만 3년 펜션운영자의 기록은 사랑받지 못했다.   더 자극적이고 진상 손님을 만났어야 했던가?  사람들은 생각보다 제주 펜션 운영기에 관심이 없었다.  더 진상손님을 만났더라면 브런치가 아닌 뉴스에 올라갔겠지.  아프니까 사장이다 뭐 이러면서. 올리면 1분도 되지 않아 라이킷을 눌러주는 몇몇 분들은 아마도 그냥 불쌍해서 하나 눌러주신 듯하고 아마도 내용에는 관심조차 없었으리라.  사실상 펜션 운영자의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노관심이라는 것.  3년쯤 펜션 운영이야기를 묶으면 제법 괜찮은 브런치북 한편이 완성될 줄 알았던 나의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숙소의 오픈부터 폐업까지 소소한 자영업자 이야기로 관심받을 줄 알았던 큰 기대는 폐업과 함께 씁쓸함만 남았다.  3년은 그렇게 참 빠르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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