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엄마가 수년만에 대만여행을 떠났다. 반은일이고 반은 여행인 이번여행. 모든 가족이 함께 하지 않는 대만여행이지만 그날일은 마치 어제처럼 느껴진다.
언니야~~ 우리 비행기 못 탔어. 엉엉..
5분 빨리 출발하는 타이베이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가족이 다 함께 탑승해도 전혀 문제없는 항공편이었지만 첫 해외여행 하는 친정아버지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자 우리 가족 셋만 먼저 떠난 여행이었다.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해서 핸드폰을 켰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이 빠르길 했나 그저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 동생과 부모님의 출발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드디어 접속된 그 순간에는 동생의 울음과 함께 김해공항의 현장 상황을 알리는 사진과 영상이 함께 전송되어 있었다. 김해공항은 그야말로 패닉상태였다. 5분 전 우리가 탄 비행기가 떠나고 친정 부모님과 동생이 다음 다른 항공편으로 탑승이 시작되었다. 첫 해외여행 그저 본인의 사업장을 비우면 단골손님이 다 떨어져 나가고 세상이 변할 것으로 생각하는 친정 아빠와 여행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오랜 기간 설득과 회유 반 협박과 강제성을 띤 인생 첫 대만 여행. 담배를 피우는 아빠를 생각해 장거리 비행은 어렵고 기다리는 거에 취약한 아빠를 걱정하며 기내용 캐리어만 가져오라는 엄마의 강요에 수긍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아들이 있고 아들과 남편 3일간 양말에 팬티, 최소한의 기본 도구만 챙겨도 기내용 캐리어로는 불가한 상황이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다. 내가 먼저 대만에 가서 캐리어를 받아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러니 조금 더 빨리 가는 항공편을 타고 먼저 갈게!
그렇게 3명씩 흩어진 3대 가족여행은 시작부터 수많은 사공과 삐그덕 소리를 내며 시작되었다. 아무 문제 없이 먼저 대만공항에 도착했고 캐리어를 찾았으며 동생이 내리는 곳에서 대기. 만나서 함께 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하면 되는 완벽 시나리오. 하지만 현실은 동생의 울음과 아빠의 욕. 기내의 장면이 아닌 김해공항 소파에 누워있는 친정 아빠의 모습이라니.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사건의 시작은 동생과 부모님이 탑승하기로 한 비행기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승객이 탑승을 마쳤고 이제 이륙만 앞둔 상황에 어디선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났고 출발은 지연되고 있었다. 지연의 이유는 나오지 않고 무작정 지연이 되고 있던 상황에 갑자기 방송을 통해 전 승객이 비행기에서 내려야 한다고 한다. 항공법상 승객이 한 명 내리고 짐을 하나 내리는 수는 없단다. 그저 모든 이가 다 내리고 짐도 다 내리고 모든 걸 원점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 동생과 부모님은 이유도 모른 체 비행기에서 내렸고 그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웬 여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그저 죄송하다는 장면. 그 여자의 함께 한 언니가 폐소공포증 환자이며 비행기를 타자마자 내리겠다고 못 있겠다고 한 이유로 비행기에 모든 승객은 내려야 했다. 아픈 게 무슨 죄냐 만은 하필 그 비행기가 우리 가족이 탔고 누군가에게는 첫 해외여행의 시작이었건만…. 안타깝게도 김해공항은 현재 군사 공항으로 밤늦은 시간 항공기 자체가 뜰 수 없다. 당일 밤 비행기라 지연출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항공사 측은 가까운 부산 호텔 투숙 제안을 했지만, 많은 분들이 거절했다.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하지만 항공사 측도 본인들 잘못은 아니기에 책임에 최소한을 표현했다. 결국 대부분의 여행객이 가장 빠른 비행기를 기다리며 김해공항 노숙을 선택했다. 캐리어 짐은 모두 다 빠졌지만, 승객에게 올 수는 없었고 최소한의 비품들로 여행객들은 김해공항 의자에서 쪽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아빠 이번에 환갑이니까 우리 해외여행 제발 꼭 가자"
"아니~너희끼리 가라~나는 집이 제일 좋다~"
수십 년 하던 장사 하루라도 문 닫으면 단골손님이 다 떨어져 나갈 줄 알던 아빠다. 왔다가 허탕 치고 가면 손님이 얼마나 실망하겠냐며. 문이 열려있어도 올 사람은 오고 안 올 사람은 안 오는데 본인이 자리를 비우면 세상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는 듯싶던 아빠의 첫 해외여행. 환갑이 코앞인데 해외여행은 이번 생에 없는 것 같던 친정 아빠의 첫 해외여행 그것도 첫날 첫 숙소가 김해공항 노숙이라니. 동생은 앉아 있는 엄마 그리고 김해공항 의자에 누워있는 아빠 사진을 보내며 내일 아침에 갈게라는 연락을 했다. 졸지에 대만에 먼저 남겨진 우리 가족 셋은 넓은 숙소에 우리끼리 불편함과 편안함을 오가며 아침 첫 비행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엄마한테 욕 먹어도 아빠가 답답해 해도 수하물 기다리고 같은 비행기 타고 올걸 수도 없이 후회하고 후회했던 대만 여행의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