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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Oct 22. 2024

잠적

작년 10월 첫 책을 출간하고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  출판사에 도저히 연락할 수는 없다. 아마도 다 팔렸더라면 먼저 연락이 왔을 테니까.  책이 출간되고 지인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물론 출간 이벤트로 애써 준비한 것들이 있었지만 결국 불발되었고 아마도 그것들은 이미 버려졌거나 출판사 창고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와 서평이벤트를 진행했겠지만 나 역시 쉬지 않고 이곳저곳에 올리며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이어갔다.  1월쯤 되었을까 아직은 크게 입질이 없는듯하여 책 서평 이벤트를 진행했다.  1차 서평 이벤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책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물론 이런 것도 내가 봤던 다른 출판사에서는 출판사 측에서 하더라만 우리 출판사는 각자도생을 선택한 것인지 저자인 내가 더 극성이다.  그렇게 리스트업을 했고 그중에 진심으로 책이 필요해 보일 몇몇 사람들의 주소를 출판사에 넘겼다.  



그중 몇 분은 정말 빠르게 본인의 감상평을 업로드해 주었다.  비록 직접 구매하고 작성한 리뷰는 아니지만 그래도 홍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리뷰를 남겨주신 분들이었다.  그리고 벌써 9개월이 지났다.  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총 4분이 9개월째 함흥차사다.  이 정도면 올리지 않겠다는 뜻인가.  하지만 나에게는 그럴 자비가 없다. 미안하지만 난 1쇄 찍은 모든 책을 팔아야 하고 그래야만이 출판사에 덜 미안하고 지구를 위한 일이니까.  수년을 공들인 부족하지만 안타까운 내 책이 파쇄기에 들어가 활활 타오를 생각 하니 너무너무 미안한 것이다.   지금까지 모른 척했지만 이제는  안 되겠다.   그래서 다시 주소록을 찾아냈다.  그들의 SNS를 체크했고 DM을 보냈다.   4명 중 2명이 빠르게 답이 왔다. 다소 성의는 없어 보이지만 체크하고 업로드를 하겠다는 분. 늦어서 미안하다 빠르게 올리겠다라는 분. 그리고 나머지 2명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들은 알까 내가 그들의 연락을 그리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궁금했다. 리뷰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면 왜 받았는지 말이다.  택배비 아깝게 라면 받침대로 쓸 것도 아니라면 받고 쓰지  않는 그 마음을 말이다. 




그리고 뒤늦게 한분이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 리뷰를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괜히 쪼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니다. 나는 업로드 기간을 9개월이나 줬으니 충분하다 싶다.   괜찮으니 빠르게 부탁드린다는 답글과 함께 감사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물론 아직 업로드 전이지만 아마 나머지 2명은 곧 업로드했다고 연락이 오리라 믿는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잠적이다.   이 정도면 잠적이 확실하다.  끝까지 리뷰를 받아내어야겠다는 생각도 들다가 얼마나 하기 싫으면 이렇게 긴 시간 안 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 책을 받았는데 아주 많이 기대 이상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내가 부족하고 내 책이 부족하다 생각하며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물론 마음속으로 욕하는 건 이해해라.   속좁다 욕해도 어쩔 수 없다. 나도 책 하나 내고 이렇게 더 옹졸해질 줄은. 



코앞으로 다가온 출간 1주년.  오랜만에 출판사 SNS에 들어가 본다.   수많은 피드 속에 내 책은 딱 2개. 인기 있던 도서는 참 많은 피드가 올라오더라.  출판사에서도 애정하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눈에 훤히 보인다.  그저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 텐데 그래 이번에 나온 신간도 워낙 인기가 좋으니 출판사에서도 더 신경 쓰겠지라고 애써 위로해 보지만 괜히 미운오리새끼가 된 것 같은 내 책이 애잔하다.  그래 나라도 열심히  하나라도 더 올려보자.  내가 더 예뻐하고 더 열심히 누군가는 알아주겠지.  책 내용보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저기 구석탱이 저자를 알아봐 주겠지. 혹시 아는가 지독하다고 소문나서 홍보라도 맡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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