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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cial Scientist Apr 11. 2020

4.15 총선 특집

(2) 비례 위성 정당과 '꼼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후, 미래통합당은 비례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강력히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 또한 결국에는 비례 위성 정당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 응수했다 (자매품 '열린민주당'이 있으나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거대 양당이 원내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속에서 선거법 개정의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그렇다면 '비례 위성 정당'이 무엇이며, 왜 이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 꼼수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1)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 확대, 그리고 (2) 유권자 사표 방지의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기존 선거제도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비례대표 의석수 계산 방법이었다. 다시 이전 글에서 들었던 예시를 생각해보자.

 


            지역구 당선자    비례 정당 득표율    

A정당        100명                  60%                  

B정당        153명                 40%                        

                

                준연동형 의석수    병립형 의석수   

A정당         30석 (캡 제한)        10석             

B정당         0석                          7석               


                    총 의석수

A정당            140석

B정당            160석


이 예시에서 B정당이 준연동형 의석수는 하나도 못 가져간 이유는 바로 지역구 당선자 수가 많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의석수를 계산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 총 의석수 300석 X 비례 정당 득표율- 지역구 당선자. 즉, B정당처럼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경우 준연동형 의석수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의석수가 깎이게 된다. 만약 B정당이 지역구 후보자만 내고, '비례 위성 정당'인 b정당을 통해 비례 대표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 선거 결과, B정당이 지역구 후보자 153명을 당선시키고 b정당이 40%의 비례 정당 득표율을 얻었다고 하자. B정당은 총 153석을 가져가고, b정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없으므로 (국회의원 총 의석수 300석 X 비례 정당 득표율 40% - 0석=) 총 120석을 가져가게 된다. 명목상 이 두 정당은 별개의 독립적인 정당이지만, 사실 우리는 모정당인 B정당과 비례 정당인 b정당이 같은 정당임을 안다. 따라서 B정당과 비례 위성 정당이 함께 차지하는 의석수는 무려 173석이나 된다(!!!)

 

선거법 개정 이후 거대 양당의 행보는 두고두고 대한민국 정당 정치의 퇴보로 기억될 것이라 감히 예측해본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내건 공약 모두 모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더불어시민당은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을 복사+붙여 넣기 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정책을 제출했으며, 이후에는 미래한국당 강령을 베꼈다는 의혹이 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비례 위성 정당이 들어선 자리에는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고민도 동료 정당들에 대한 예의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오직 의석 확보를 위한 꼼수만이 남았다.


결과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거대 양당이다. 결국 정당체계는 총선 결과로 기존의 거대 양당 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양당제가 다당제보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둘 중 뭐가 규범적으로 더 좋은지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현 한국 유권자의 상당 수가 자신이 잘 대표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거나 진영 논리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유권자 수준에서는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동력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당 엘리트 수준에서는 아직 다당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꼼수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의석수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까지 정당 경쟁이라는 게임이 룰이 거대 양당에 유리했던 건 주지의 사실이며, 그 과정이야 어쨌든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새로운 게임의 룰이 도입되었다. 정당들은 새로운 룰 하에서 어떻게 다양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고민을 하는 대신에, 어떻게 제도의 허점을 잘 이용해서 자기 입맛에 맞는 위성 정당을 구성할지를 고민했다.


4.15 총선 이후에 21대 국회가 출범하게 되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 선거법일 것이다. 아무리 그 도입 취지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다음의 세 가지 선택권이 있다: (1) 꼼수를 제도적으로 막거나 (사실 이 부분은 꼼수 정당이 처음 논란이 됐을 때 선관위 차원에서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2) 더 나은 선거제도를 생각해내거나, 아니면 (3) 기존 제도로 다시 돌아가거나. 최악의 선택지는 (3) 번이다. 만약 21대 국회가 (3) 번을 선택한다면 앞으로 한국 정치에서 두 번 다시 선거법 개정 논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유권자들은 매 선거마다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처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 지지자들도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둘 중에서 차악을 택하는 유권자도 많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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