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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헤이 Feb 08. 2024

시금치 아티초크 딥

색 다른 음식과 맛으로 불어넣는 새로운 기분.

개인적으로 스토커처럼 지켜보는 셰프 한 분이 있다. 한참 채식에 빠져 맛있는 채식요리를 배우고 싶어 찾아가게 된 요리 선생님으로부터 알게 된 셰프님인데 그의 이름은 요탐 오토렝기. 단순히 채소 요리를 고집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채소가 중심이 된 다양하고 놀라운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이스라엘 출신 셰프라 그런지 그의 요리에는 중동 스타일들의 향신료와 요리법, 요리들이 많고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중동 메뉴들을 하나둘씩 접해볼 수 있다. 채식에 빠져들던 어느 날로부터 그의 책과 그의 유튜브와 그의 홈페이지에서 소개되는 레시피를 하나씩 따라 해 보았다. 가끔 만드는 그의 요리는 모든 것이 너무 잘 아는 맛이라며 잘난 체하던 내 입맛에 새롭고 신선한 맛의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고 그 맛은 정말 번번이 예상했던 맛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의 요리 중 처음 접했던 '후무스'는 이제는 나의 주기적인 식단 내 하나의 메인 디쉬가 되어 버렸고 내 나름대로의 후무스를 개발하고 베리에이션 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다양한 후무스와 후무스를 변형한 두부 딥 만들어보기. 테이스팅 용으로 짜는 주머니에 담아 친구들에게 먹여보았다.  


후무스에 대한 관심은 점차 '딥'이라는 형태를 띠는 음식으로의 관심까지 확장되었다. 또 최근에 소질도 없는 빵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가끔 함께 먹을 만한 잼이나 소스를 찾게 되는데, 기껏 건강하게 빵을 만들어놓고 자극적인 잼이나 소스 맛이 더 우선이 되는, 그러니까 빵의 고소하고 슴슴한 맛까지 다 잡아먹는 자극적인 소스의 맛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면서도 간편한, 맛있는 궁합을 짝지어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보이기 시작한 건 '딥' 형태의 음식들이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요즘 각종 콩류, 두부류로 만드는 나만의 '딥'만들기 연구에 푹 빠져있다.(혹시 관심 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보내드리리.)

'딥'이라는 정의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디핑(dipping)의 의미처럼 어디엔가 푹 찍어먹을 수 있는 소스?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소스'와의 차이가 있다면, '딥'은 조금 더 질감이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소스'는 단독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개념은 아니지만 '딥'은 충분히 한 끼 메뉴로서의 디벨롭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끔 조금의 탄수화물도 허용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러나 채소 따위로 이 허기짐을 해결할 수 없을 때, 연구 차원으로 만든 단백질 가득한 '딥'만 푹푹 떠먹기도 한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전문가가 아니라 그저 방구석 요리사여서 그런지 아직 나에게는 소스, 딥, 페이스트, 잼, 수프 등(물론 명확한 조리법은 있어 각각 조리법에 대한 정의는 대충 떠다니긴 하지만...)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나 경계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딥'이라는 범주 안에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카테고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후무스도 딥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고 과카몰리, 차지키, 각종 잼, 된장, 고추장까지... 그저 찍어먹을 수 있으면 '딥' 아닌가? 무지한 자의 자신감 있는 정의다.

오토렝기 아저씨도 유튜브나 홈페이지에서 채소와 다양한 소스를 활용한 '딥' 레시피를 종종 알려주시곤 한다. 그동안 삼시세끼 열심히 싼 도시락 덕분에 조금은 지루해진 나의 입맛에 색다른 '딥'을 만들어보면서 신선한 맛으로 입과 마음을 환기시키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 또 새로운 맛의 연구 차원에서(도대체 누가 시킨 거야?) 그의 유튜브 요리 중 가장 만들기 쉬워 보이는 시금치 아티초크 딥을 만들어보았다.




시금치 아티초크 딥이므로 주 재료는 시금치와 아티초크이다. 아티초크는 참 낯선 채소다. 실제로 소스화된 것이나 분말 형태로 만나본 기억은 있지만 이 아이를 원물로 먹어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외국에서는 생 아티초크를 구워서 먹는 다양한 디쉬들이 있는 것 같지만 병이나 캔에 올리브 오일, 각종 허브 등을 넣고 절인 아티초크 제품을 활용하는 레시피들도 많이 보인다. 이들도 접근하기 쉬운 것들을 선택하는 것이겠지. 나 역시 원물을 구하긴 어려우니 병에 절여진 아티초크를 구입해 사용해 보았다. 도착하자마자 뚜껑을 열어 시식을 해보았는데 딱히 이 아이만이 갖고 있는 튀는 맛은 없는 듯하다. 다만 식감이 좀 별로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씹는 맛을 그렇게 좋아하는 나도 이 종이 질감같이 씹히는 맛은 낯설게 다가온다. 아티초크를 여러 형태로 다룬 음식들을 더 먹어봐야 호불호를 정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생각으로 아티초크를 이후에 활용해야만 한다면 그냥 갈아서 조리하는 것을 선택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한 마디로 이 씹는 맛은 현재는 불호. 그러나 내가 '불호'라 느꼈던 것들이 후에 얼마나 '호'로 변해갔던가. 당연히 아직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우리 모두 고수와의 첫 만남, 평양냉면과의 첫 만남, 진한 향신료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나의 첫 고수는 확실치 않다. 홍콩에서 만난 딤섬 안 고수였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사준 터키 케밥 안 고수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에 비해 명확한 평양냉면은 지금 생각하면 참 센 것부터 시작했다고 느낄만한 우래옥 평양냉면이었다. 그러나 첫 만남의 첫인상은 단지 첫 느낌에 지나지 않을 뿐. 그것으로 대상의 진면목을 알 수는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물론 이 생각을 '사람'에 대입해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유지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고 난 아직 그 정도의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자각할 때마다 지금의 나를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새 냄새나던 고수를 '단' 단위로 사서 퍼 먹는 나, 장기 여행에서는 꼭 중국이나 아시안 슈퍼에서 고수를 사서 햄버거에 껴 먹는 나, 함흥냉면을 먹어본 적이 언제가 싶을 정도로 평양냉면만을 쫓아다니는 나, 각종 향신료에 빠져 카레 파우더를 직접 믹스해 먹는 나.  

다시 돌아가서, 주 재료인 시금치와 아티초크 외에 특이한 재료가 있다면 미소 된장이다. 흐물한 두부에 미소 된장을 섞어 딥을 만들면 그 자체로도 기절하는 맛이다.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길. 이 맛을 알고 '딥' 연구를 할 때 두부에 된장이나 간장을 섞어보곤 한다. 한국 된장에 비해 달달하고 가쓰오부시의 진한 감칠맛은 어떤 재료와도 잘 붙는 느낌이다. 그래도 된장은 된장이니 양은 조금만! 그 외에 홍고추는 장식용과 소스용으로 각각 준비하고 고수는 잘게 썰어서, 양파, 마늘, 케이퍼 등을 준비하면 재료 준비는 끝이다.


시금치 아티초크 딥을 위한 준비 재료들. 원래 이렇게 준비하고 시작한 적은 없었는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꾸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딥 위에 얹어질 볶음 재료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양파를 볶는다. 먹음직스럽게 카라멜라이징이 되는 정도면 된다. 어니언 수프만큼의 진한 색을 낼 필요는 없어서 시간 상 오래 걸리지 않는데도 양파 볶는 시간은 왜 이렇게 지루할까? 볶아진 양파도 팔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볶은 양파 안에 잘게 썰은 홍고추의 일부와 잘게 썰은 고수의 일부를 넣어 잠깐 함께 볶는다. 앞서 준비한 재료는 볶음에도 소스에도 딥에도 살짝살짝 공통으로 넣어준다. 한 번에 몽땅 다 넣는 것이 아니니 조금씩 분배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수를 넣을 땐 주로 줄기 부분만을 넣는 것이 좋은데 나머지 잎 부분은 다 만들어진 음식 위에 뿌려질 소스에 보기 좋게 넣어줄 예정이다. 그다음 듬성듬성 썰어낸 시금치를 넣고 역시 물기를 뺀 아티초크의 일부를 빼고 나머지를 함께 담고 볶는다. 빼놓은 아티초크는 딥을 만들 때도 넣는다. 여기에 한 스푼 정도의 레몬즙과 역시 한 스푼 정도의 케이퍼를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주면 된다. 아! 아주 소량의 파를 잘게 썰어 넣어주는 것도 좋다. 다 볶은 아이들은 잠시 놓아두고.


보이는 색상이 좀 허옇지만 어느정도 카라멜라이징이 되었으면 계속 볶을것이므로 스탑. 홍고추와 고수의 색감이 예쁘다.


시금치와 아티초크와 나머지 재료들을 넣고 볶아준다. 시금치 양은 숨이 죽기 전에는 많으므로 웍에서 작업해 주면 편하다.


다음엔 잠깐 예고한 두부와 미소된장을 섞은 '딥'을 만든다. 두부, 미소된장과 마늘, 케이퍼, 남겨둔 아티초크와 아티초크 병에 들어있던 오일도 알차게 넣어주고 옥수수 전분도 약간 넣어주고 부드럽게 갈아준다. 이 상태로 맛을 한번 보시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퍼먹고 싶어 질 테니. 앞서 사진에도 나왔지만 난 '두부'를 이용해야 할 땐 주로 잔다리 전두부를 사서 이용한다. 경기도 오산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어느 날 쿠팡에 뜬 이 두부를 처음 먹어보고 나서 '이렇게 질감 고운 두부가 있다니!' 하며 놀란 적이 있다. 주변 먹잘알들에게 소개해 줬더니 이대로 퍼먹고 싶은 두부라며 모두 팬이 되어버린 마성의 두부다. 직접 만든 따끈따끈한 손두부만큼 맛이 있으랴마는 대량 유통되는 상품 내에서 베스트를 뽑자면 단연코 이 두부! 부쳐먹든 갈아먹든 꼭 이 두부를 사용한다. 아! 내가 좋아하는 리얼 중국식 마파두부랑 너무 잘 어울리는 두부라고나 할까? 최대한 물기를 빼야 제격인 음식, 예를 들어 두부 유부초밥을 할 땐 '제주 전통 마른 두부'를 살 때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잔다리 전두부'다. 이런 부드러운 '딥'을 만들 때도 역시나 너무 찰떡이다. 대량 유통되는 두부를 삶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것에 약간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으나 잔다리 전두부로 만들어 그런지 콩을 그대로 갈아 만든 것 같이 부드러운 느낌이라 망설임은 덜하다.(미소 된장을 넣어 함께 갈아주어서 걱정했던 콩의 풋내는 나지 않았다.) 이런 극찬에 누가 보면 제조사 대표나 직원인 줄 알겠습니다만 저는 그냥 먹는 것에 소신 있는 소비자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맛있는 건 함께 먹고 공감해 주면 좋지 않겠습니까?


부드럽게 갈아진 '딥'의 본체. 빵 찍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참아내었다.


이제는 소스를 만들 차례. 다 만들어진 딥에 올려서 먹어도 좋고 섞어 먹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한방에 섞어먹었을 때가 좋았더라. 슬라이스 한 홍고추와 레몬즙, 약간의 소금을 넣고 쉐킷쉐킷하여 대기시켜 놓는다. 남겨두었던 고수도 위에 얹어주고.

마지막으로는 모든 것을 합체하는 단계. 원래 레시피에서는 볶아놓은 아이들과 딥을 섞어서 담으라고 했으나 놓쳐버렸다. 어차피 안에서 섞이겠지 뭐.(정말 이 설렁설렁함은...ㅠ) 오븐 그릇에 볶아놓은 아이들은 담고 딥을 잔뜩 올리고 마지막 한 방, 구워지면 바삭하게 식감을 돋우는 빵가루를 솔솔 뿌려 오븐에 굽는다. 맛있는 빵가루를 사고 싶었으나 맛있는 빵가루가 뭔지 몰라 슈퍼 앞에서 사 온 빵가루를 대강 쓰기는 했는데, 식감이 잘 살고 맛있는 빵가루 완제품은 어디에 있는지, 튀김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찾아내지는 못했다.

다 비슷비슷한 음식 같지만 하나하나 디테일한 맛도리들이 모여 만든 음식은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처음 먹어보는 맛이나 내가 잘 알 수 없었던 요리들은 그 디테일함을 알아채긴 힘들지만 앞서 소개한 두부처럼 숨 쉬듯 많이 먹어본 맛은 제품의 차이를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사실 나는 그 정도의 미식가도 음식 전문가도 아니라 자신감 있게 "저 잘 알아요." 자랑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이것저것 요리를 해보며 이제야 그 차이를 점점 배우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전문가란 바로 이런 디테일함의 차이를 바로 아는 사람들 아닐까? 요즘은 자신을 그런 전문가로 포장하는, 혹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로 포장된 사람이 많아 속기 쉬운 세상이다. '찐'을 알아보는 눈이란 어떤 걸까? 얼마만큼의 내공이 쌓여야 진짜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길까? 그런 힘을 기르고 싶은데 난 한참 먼 사람인 것 같다. 특히 요즘 나의 상황은 그런 진짜를 알아보는 눈이 상실되었거나 아예 없었음을 여실히 증명해내고 있다. '아 정말? 진짜 아예 없는 거라고?' 나름 사회생활 경력이 있는데 여전히 알아보는 눈이 없다는 건 너무 억울하지만 그만큼 정교한 가짜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저 내 욕심이 앞서 그 눈이 상실되었을 수도 있음에 무게를 실어 생각하는 편이 아예 보는 눈이 없다는 패배감보다는 더 나은 걸까? 그저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보잘것없이 초라하고 알량한 사회생활 자존심에 조금이라도 '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참으로 무섭고 혼란한 세상에 살고 있다.

사실 가장 무서운 건 의도치 않게 포장된 사람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인지하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인 것 같다. 그 진짜가 누구인지 몰라도 누군가는 알 텐데, 알아볼 텐데, 나만 모르는 이 무서운 상황.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대표님을 회사의 직원 모두가 추앙하는 존재로 마치 '리더'라기보다는 '교주'에 준하는 것처럼 우러러보는 것을 목도하면서 이건 하나의 종교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진 적이 있었다. 물론 훌륭하신 분이고 그렇다고 그분이 진짜 마치 교주와 같은 태도로 직원들을 대했는지, 그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만약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면 정말 나 자신을 그런 사람인 것처럼 충분히 착각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언제나 나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시선을 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지. 또 한참을 딴 길로 새는 걸 보니 그런 걱정은 넣어두셔도 좋겠네요.


빵가루 더 많이 뿌릴껄..


완성되어 나온 시금치 아티초크 딥은 쪼금 빵가루가 탔지만 꽤 괜찮은 결과물이 되었다. 한 귀퉁이를 듬뿍 퍼 내어 소스를 얹어 맛보다가 새콤한 맛에 이끌려 소스를 와장창 담아 섞어 먹었다. 그냥 먹어도 한 끼 든든한 식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이 무게감 있는 맛이다. 의도했던 라이트함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며칠 전 만들어두었다 냉동해 둔 포카치아까지 동원해 딥에 찍어먹어 보았다. 두툼한 포카치아보다는 얇은 피데 빵류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음식 하나로 오늘도 건강한 주말이 완성되는 기분이다.(이런 걸로 건강함을 느끼시는 것보다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소스를 와장창 부어 먹어본다. 딥 자체의 맛은 슴슴하지만 소스를 끼얹으면 딥의 맛도 살아난다.
오븐이 센 가? 왜이렇게 다 타보이지? 눈이 즐거워지는 '딥'을 더 집중해서 보시길.


가끔 해 먹는 이런 색다른 음식이 무거워진 기분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요리라는 행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무거운 생각들을 덜어낼 수 있지만 새로운 요리와 맛의 기대감으로 한층 더 기분이 환기되는 느낌이다. 기대했던 만큼 맛이 없을 때도 있지만 이 역시 다음에 더 잘 만들어봐야지, 이 재료를 다른 걸로 바꿔볼까?라는 생각들로 묘한 에너지가 샘솟는다.

최근에 시작한 자발적인 딥 연구는 굳이 어떤 결과를 바라고 한다기보다 지루하고 심심한 생활의 하나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나에 대해 알아가고자 이렇게 글을 쓰는 것처럼,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며 직장에서의 내가 아닌 진짜 나의 삶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싶은 욕구. 오랜 직장 생활에서도 아직도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몰랐던 예전의 나를 뒤로 하고 이제는 나란 사람의 것을 만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풀어내고자 하는 것 같다. 아직 기약 없고 불안정한 미래로 걱정과 불안이 앞서 이 우울감을 반전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가라앉았던 요즘의 기분들이 생산의 에너지로 조금씩 활발하게 전환되어 가는 기분이다. 물론 여전히 나는 나를 잘 모르고 앞으로도 직장 생활과 나를 분리하는 삶이 얼마나 가능해질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누가 알까? 이 연구를 통해 앞으로 딥 가게라도 하나 차리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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