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책을 쓰겠다고 목차까지 올려놓고서는 한동안 전혀 글을 쓰지 못했다. 이전 같았으면 저장해 놓은 글 중에 하나를 수정해 탈고하고 발행했을 텐데, 기존에 써놓았던 글들을 모두 폐기해야 할 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의원 골프클리닉이 2년 반을 넘어가면서 2024년에는 USGTF든 생체 2급이든 무언가 하나를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그래서 연습량이 갑자기 늘었다. 무리한 연습이 오른쪽 어깨의 오십견을 불러왔고 - 필자는 40대 초중반이다 - 두 달가량 풀스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오른쪽 어깨를 전혀 쓰지 못하면서 스윙 시퀀스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결국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윙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다행히 오십견은 완전히 나은 상태고, 현재는 다운스윙 샬로잉을 위한 유연성 연습에 한창이다.
골프는 백돌이가 프로의 스윙을 보고도 조언을 하는 특별한 스포츠다. 그래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꼭 따라오는 말이 ‘그래서 몇 타 치시는데요?’다. 몸으로 할 수 없으면 머리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에 반박하지 못한다. 물론 앞에 썼던 글처럼 스윙과 샷은 다르지만, 적어도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려면 일관된 스윙과 그의 결과인 샷 정도는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2024년은 한의원도 골프도 증명해 내야 하는 해가 되었다. 열심히 연습하고, 가을이면 결실을 맺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골프 격언 중에 ‘힘 빼는데 3년, 힘주는데 3년’이란 말이 있다. 힘을 빼고 부드럽게 스윙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고, 힘을 빼면서부터 스윙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힘 빼는데 3년이 걸리는 사람이 있고, 3개월이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년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힘을 빼지 못하고 골프 인생을 끝내는 사람도 있다. 연습장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앞 타석에서 연습하는 사람의 스윙을 보면서 저렇게 힘쓰면 안 되지라고 생각하며 있는 힘껏 클럽을 휘두른다. 별다를 바가 없다.
겉으로는 힘을 빼고 엄청 부드러운 스윙을 하는 프로에게 물어보면, 자기는 있는 힘껏 힘을 쓰고 스윙을 한다고 한다. 어떤 프로는 힘을 빼고 몸을 축 늘어뜨린 다음에 클럽 헤드를 들었다가 툭 떨어뜨리는 것이 스윙이라고 가르친다. 누가 맞는 것일까?
근육학을 공부하고 통증을 치료하는 한의사로서, 근육학적으로 힘을 빼고 힘을 쓰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이것을 이해하면 힘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똑같이 힘을 쓰면서 효율적이고 부드러운 스윙을 할 수 있다. 단지, 조건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골프 스윙은 절대 힘을 빼고 헤드를 툭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의 레슨을 정면으로 반박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프로의 레슨 내용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몸을 축 늘어뜨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힘을 빼고 툭 떨어뜨리는 것이 좋은 스윙이라면, 힘이 없는 여성 골퍼나 힘이 있는 남성 골퍼나 동일한 클럽을 사용해야 하고, 비거리가 같아야 한다. 힘을 빼고 스윙을 할 건데 힘이 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힘을 뺐는데 힘이 센 사람이 비거리가 많이 나간다?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골프는 민감한 운동이다. 필자는 한 때 장비병을 앓았고, 현재도 드라이버 샤프트를 10개 넘게 가지고 있다. 샤프트마다 무게도 다르고 토크도 킥포인트도 다르다. 그런데 드라이버 샤프트의 무게를 가만히 살펴보면, 일반 골퍼가 사용하는 스탁 샤프트는 50g대이고, 거리가 좀 나가는 아마추어 골퍼나 가볍게 치는 프로 골퍼는 60g 샤프트를 사용한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PGA의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맥길로이 같은 프로는 70g대의 사프트를 사용한다. 일반 골퍼와 정상급 프로 골퍼의 드라이버 무게 차이는 20g 안팎이다. 20g. 감이 오는가? 일반적으로는 전혀 느끼지 못할 무게 차이다. 하지만 50g 샤프트를 쓰던 골퍼가 60g 대 샤프트를 사용하면 샷의 구질이 변하고 비거리가 줄어든다. 무겁다. 10g 차이가 엄청나다. 그만큼 골프는 매우 민감한 운동이다.
이런 운동에서 힘을 빼고 휘두른다는 것은 잘못하면 스윙 시퀀스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100% 스윙을 하면 드라이버 200m를 보내는 골퍼가 60% 스윙을 하면 120m를 보낼 수 있겠는가?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익숙하지 않은 스윙은 시퀀스의 차이를 불러오게 되고, 구질과 비거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습장과 필드에서의 스윙이 완전히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필드에서 휘두르는 스윙은 연습장에서는 한 번도 휘둘러보지 않았던, 120%의 힘이 들어간 스윙이다. 스윙 시퀀스도 힘쓰는 패턴도 힘을 쓰는 정도도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샷의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필드에서 80% 스윙을 하라고 조언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내 느낌에 80% 여야, 연습장에서의 100% 스윙이 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골퍼마다 가지고 있는 힘이 다르고, 그 힘에 따라 스윙의 일관성과 비거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힘이 강하면 긴 비거리를 보낼 수 있다. 스윙에 사용되는 근육이 단련되면 비거리가 향상될 수 있다. 스윙의 축이 되는 코어 근육이 견고하면 스윙이 일관되고 비거리가 늘어난다. 강한 근육은 좋은 스윙을 만들어 낸다.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골프 레슨을 받으면서 헬스 같은 근력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
그것은, 골프 스윙에서 근육을 쓰는 방법이 근력 운동과 반대이기 때문이다.
(2)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