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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연습장과 필드의 스윙이 다른 이유

당신이 다른 스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계획이 있다. 한 대 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의 유명한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필드를 앞두고 누구나 계획을 세운다. 연습장에 다녀오고, 골프 클럽을 닦고, 공을 챙겨 마킹을 하고, 옷과 모자와 볼마커 롱티 숏티를 챙긴다. 1부 티를 예약했다면 전날 보스턴백에 라운드 복장과 갈아입을 옷, 신발, 속옷을 넣어두고 클러치백에 거리측정기를 챙겨 놓아야 한다. 티업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출발해야 한다. COVID-19로 사우나 이용이 어려웠을 때는 전날 저녁에 라운드 복장을 미리 챙겨 두었다가 미리 입고 집을 나서기도 했다. 내비게이션으로 골프장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두고 동반자와 골프장 근처 식당이나 클럽하우스에서 식사 약속을 잡기도 한다. 골프장 홈페이지에 접속해 코스를 미리 답사하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코스 매니지먼트를 한다. 캐디피는 현금으로 미리 준비하는 게 필수다. 혹시 내기를 좋아하는 동반자가 있다면 잔돈을 지갑에 챙겨놓는 것도 중요하다. 설마 이 돈을 다 잃지는 않겠지.


설레는 첫 티샷. 캐디와 함께 몸을 풀 때부터 심상치 않다. 몸을 너무 안 풀었나, 아니면 몸을 너무 풀었나. 드라이버를 들고 빈 스윙을 하는데 긴장을 했는지 몸이 굳어있는 것 같다. 티샷 순서를 뽑는데 손이 떨린다. 설마 첫 번째는 아니겠지. 다행히 첫 번째 티샷은 내가 아니라 싱글을 치는 동반자다. 나는 두 번째를 뽑았다. 수다를 떨며 긴장을 풀고 뒤에서 드라이버를 가볍게 휘둘러 본다. 왠지 가볍지 않다. 동반자가 첫 티샷을 하고, 캐디는 굿샷을 연신 외치며 분위기를 띄운다. 역시 동반자는 싱글을 치는 실력답게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티샷을 잘 보냈다. 드디어 내 차례. 롱티가 잘 꽂히지 않는다. 공이 자꾸 떨어진다. 롱티가 기울어졌나 내 손이 떨리는 건가. 가볍게 빈 스윙을 두 번하고 에이밍을 한다. 뒤에서 캐디가 왼쪽은 해저드 오른쪽은 OB라고 외친다. 슬라이스를 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은 슬라이스로 가득 차버렸다. 공이 오른쪽으로 휘어질 것만 같다. 억지로 손목에 힘을 빼고 왜글을 해본다. 그래. 80%로 치는 거야. 80%의 스윙으로 가볍게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공을 보내는 거야. 어드레스를 섰다. 테이크백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손이 먼저였나 헤드가 먼저였나 하체가 먼저였나.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 흘렀다. 이제 쳐야 한다. 숨을 멈추고 백스윙을 한다. 아차. 너무 빠르다. 몸 전체가 흔들리며 정신없이 다운스윙을 한다. 어떻게 공은 맞춘 거 같다. 하지만 내 공은 오른쪽으로 휘어져 OB 구역으로 들어가 버린다. 동반자들이 1번 홀은 원래 그런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첫 홀부터 멀리건을 요청할 수도 없다. 멋쩍게 드라이버를 건네고 카트에 탄다. 야속하다. 오늘도 이렇게 시작이구나.


연습장에서 공이 잘 맞으면, 누구나 다음 라운드에서 멋진 샷을 꿈꾼다. 왠지 드라이버도 아이언도 웨지도 숏게임과 퍼터까지 완벽할 것만 같다. 갑자기 싱글을 해버리면 어떡하지? 파 5에서 우드로 투 온하고 이글 하면 어떡하지? 아이언이 너무 똑바로 가는데 홀인원 하는 거 아냐? 보험을 들어야 하나? 한 번쯤은 누구나 해본 행복한 고민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현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연습장 스윙과 필드 스윙이 다른 이유는 백 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프로들은 대부분 80%의 스윙을 하라는 조언을 건넨다. 80%라…… 그게 가능할까? 필드에서 80%의 스윙을 할 수 있는 골퍼라면 아마도 이런 고민 자체를 하지 않으리라.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 것일까. 몸이 굳은 탓일까. 필드 경험이 적은 탓일까. 스윙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일까. 새벽 라운드라 몸이 아직 풀리지 않아서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연습장 스윙과 필드 스윙이 다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연습장 스윙과 필드 스윙이 다른 이유는, 다른 스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스윙을 하고 있으니 다른 것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필드에서 80%의 스윙을 하라고 조언을 하는 이유는, 필드에서는 연습장 스윙의 120%로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드에서의 120% 스윙은 연습장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스윙이다. 익숙한 연습장과는 다른 필드 위에서의 긴장감, 솟아나는 아드레날린, 심장은 뛰고, 손에서는 땀이 난다. 연습장에는 매트가 있었는데, 방향을 똑바로 섰는지도 모르겠다. 연습장에서는 티 높이가 일정했는데, 롱티는 연습장 높이랑 똑같이 꽂은 것일까. 변수가 너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이야기가 아니다. 필드에서의 120% 스윙이 연습장 스윙과 다른 이유는, 두 가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는 바로 스윙 시퀀스와 스윙 템포다.


필자의 스윙을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왼손잡이 오른손 골퍼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악력이 약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처음 골프를 칠 때부터 왼손으로 공을 쳤고, 중간에 레슨을 받지 않고 독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왼손으로 치는 스윙이 익숙해져 버렸다. 다시 레슨을 받고 교정하는 과정에서 왼손 위주의 스윙을 오른손 위주의 스윙으로 바꾸어야 했다. 빈 스윙을 하루에 100-200개씩 하면서 스윙을 연습했다. 빈 스윙은 프로 같다는 칭찬도 들었다. 그래서 공도 똑같이 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공을 치려고 하면 그 빈 스윙이 나오질 않는 거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빈 스윙을 할 때는 스윙 스피드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 왼팔과 오른팔의 비중이 비슷했다. 그런데 공을 치려고 하면 빈 스윙 할 때보다 훨씬 더 힘이 많이 들어간다. 스윙스피드가 빨라지면 이전보다 왼손을 쓰는 양이 많아지고, 스윙 궤도가 빈 스윙의 그것과 완전히 달라져버린다. 그래서 빈 스윙과 실제 스윙이 완전히 다른 스윙이 되는 것이다. 이 문제점을 찾는데 3년이 넘게 걸렸고, 고치는데 2년이 걸렸다. 오른손의 스윙 궤도를 만들어야 했다. 왼손으로 치든 오른손으로 치든 같은 스윙 궤도로 강하게 휘두를 수 있어야 했다. 그래야 스윙과 샷이 일치할 수 있다.


연습장 스윙과 필드 스윙이 다른 대부분의 골퍼는, 두 스윙의 시퀀스가 다르다. 힘을 쓰는 패턴이 다르고, 스윙의 순서가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같은 스윙이 나올 수가 없다. 결과도 당연히 다르다. 그래서 필드 스윙을 교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필드 스윙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다. 연습장 스윙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스윙 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영상을 분석해 연습장 스윙과 비교해 본다. 샷의 결과를 보고 왼쪽으로 가는지 오른쪽으로 가는지 확인한다. 슬라이스와 훅의 원인을 분석하고 연습장에서 교정한다. 다시 말하면, 연습장에서 필드 스윙을 해봐야 한다. 120%로 스윙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필드에서도 내가 해봤던 스윙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다른 점은 스윙 템포다. 120%로 스윙하면 당연히 스윙 템포가 빨라진다. 릴리스 타이밍도 빨라지고 구력이 짧은 골퍼는 스윙이 급해지기도 한다. 스윙이 급해진다는 것은 내가 평소에 연습한 순서대로 스윙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순서가 달라지거나 한두 순서를 빼먹기도 한다. 천천히 스윙하면 잘되던 샬로잉이 급하게 스윙하면 없어진다. 여유가 없어져 다른 스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스윙 템포를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습장에서 연습할 때도 30%, 50%, 70%, 100%, 120%의 다양한 템포로 스윙해봐야 한다. 그래서 각 템포마다 내 몸의 움직임이 동일한 순서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고 교정한다. 그것이 중요하다. 30% 스윙과 120% 스윙의 순서와 템포는 같아야 한다. 그래야 일정한 스윙이다.


필드에서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았을 때 동반자나 프로들이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 바로 손목에 힘을 빼세요 이다. 정말 위험한 조언이다. 그것이 위험한 조언인 이유는, 필드에서 스윙을 할 때 그 골퍼가 손목에 힘을 주는지 빼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스윙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손목에 힘을 먼저 빼게 된다. 그래서 슬라이스가 나던 샷이 갑자기 훅이 난다. 같은 스윙 시퀀스에서 손목만 털어버리는 것이다. 한결같이 슬라이스가 나면 오조준을 통해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런데 슬라이스가 났다 훅이 났다 하며 구질이 일정하지가 않으면 필드에서 목표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한쪽을 막아놓고 칠 수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플레이를 망칠 수밖에 없다. 손목에 힘을 잔뜩 주고 쳤다고 하더라도, 손목만 힘을 뺐다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아직 남은 홀이 많은데 말이다.


연습장에서는 필드 스윙을 연습하고, 필드에서는 연습장에서 해왔던 스윙을 하자. 80%와 120% 스윙의 차이를 파악하고 같은 스윙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하자. 필드에서 자주 하는 실수를 알면 미리 대비하기가 쉬워진다. 첫 홀 티샷이 항상 슬라이스가 났던 골퍼라면 다음 라운드에서 첫 홀 오조준을 통해 공을 살릴 수 있다. 일정한 스윙, 예상된 스윙을 해보자. 그것이 연습장 스윙과 필드 스윙을 같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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