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프로와 아마추어의 스윙의 차이

부드러우면서 강한 스윙의 의미 feat. 슬라이스

지난 토요일 라운드를 다녀왔다. 오픈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골프장이었는데 페어웨이 잔디 상태도 좋고 그린 주변도 훌륭했다. 아직 풀이 자라지 않아 페어웨이 땅은 단단했고 러프는 길지 않았다. 세컨드샷에 디봇을 내면 손목이 약간 울릴 정도로 땅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었는데, 오히려 물렁한 페어웨이보단 훨씬 나았던 것 같다. 에어레이션이 끝난 그린은 모래와 구멍이 눈에 띄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린스피드가 느리지 않아 오히려 착시 효과로 인한 쓰리펏을 다량 생산해 냈다. 원온 포펏, 투온 쓰리펏을 하고 나면 멘털을 붙들기가 쉽지 않다. 올해 많이 바빠지면서 라운드를 나갈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든 탓에 그린에서의 퍼팅 자체가 어색했던 원인도 있었다.


최근 드라이버 거리가 늘었다. 아이언 거리도 늘었는데, 조금 의미가 다르다. 드라이버 거리는 정타가 맞으면서 휘어져나가는 정도가 줄었기 때문이고, 그립을 교정하면서 핸드퍼스트양이 많아져 아이언 거리가 늘었다. 지난 토요일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탄도가 조금 낮아도 두껍게 맞아 단단하게 날아가는 샷이 유리하다. 아마추어 입장에서 그린이 못 받아줄 수준은 아니니 튀어 나가는 양도 많지 않았고, 굴러가는 정도만 잘 계산하면 됐다. 차마 난조라고조차 부를 수도 없는 퍼팅 탓에 스코어는 처참했지만, 좋은 동반자와 오랜만에 즐거운 라운드를 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을 보면 분명히 차이가 난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스윙과 샷은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자. 스윙이 안 좋다고 해서 샷이 좋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일반인이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스윙으로 우승한 프로 골퍼를 바로 지난주에 보지 않았는가. 골프는 샷의 결과물인 스코어를 겨루는 스포츠이지 절대 스윙의 효율성이나 아름다움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다.


자, 이제 다시 스윙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어떤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은 프로의 그것과 흡사해 보이고, 어떤 클럽 챔피언의 스윙은 로우 핸디캡인데도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따라 하고픈 스윙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스윙도 있다. 스윙을 보고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예측하기도 한다. 문제는 요즘 워낙 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아서 프로와 분간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겠지.


우리는 어떤 스윙을 보면 프로의 스윙 같다고 느낄까? 말로 표현하기 좀 어렵지만 분명한 포인트가 있다. 어딘가 찌그러진 부위 없이 둥글고 큰 스윙 아크, 충분한 몸통 회전과 오버 스윙 없는 견고한 손목, 다운스윙 때 튀어나오지 않는 오른쪽 무릎, 잡아당기지 않는 임팩트, 긴 팔로 스루, 충분한 어깨 회전과 피니시까지. 좋은 스윙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포인트들은 스윙 동작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느낌만으로 구별하라고 하면, 프로의 스윙에서 느껴지는 것은 바로 ‘부드러움’이다. 어드레스에서 백스윙, 트랜지션을 거쳐 임팩트와 피니시까지 어느 하나 멈추거나 끊김 없이 물 흐르는 듯이 이어지는 스윙을 우리는 프로의 스윙 같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어딘가 끊어지는 느낌이 있거나 부자연스러운 속도의 변화가 느껴졌을 때, 그리고 스윙 중간이 무언가 인위적인 힘이 가해졌을 때 우리는 그 스윙을 어색하다, 또는 그리 좋지 않은 스윙이라고 평가한다. 아마추어의 스윙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몸의 움직임이 아름답지 못하고 어딘가 일그러지거나 찌그러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스윙 아크가 일정하지 못하고 출렁이기도 하며 임팩트 이후에 스윙이 급격히 끝나버리기도 한다.


프로의 부드러운 스윙을 보면 마치 힘을 하나도 쓰지 않고 편안하게 휘두르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정작 그 프로에게 물어보면 있는 힘을 다해 스윙한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여기서 아마추어 골퍼가 헛갈리게 되는 것이다. 힘을 빼고 스윙하는 것이 부드럽고 좋은 스윙 아닌가? 힘을 잔뜩 주고도 어떻게 저렇게 부드러운 스윙을 할 수 있는 거지?


프로의 스윙은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부드러워 보이는 것이다. 프로의 골프 스윙을 살펴보면 커다란 특징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어드레스에서 백스윙, 트랜지션을 거쳐 다운스윙 임팩트가 끝나고 팔로스루와 피니시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클럽 헤드가 방해받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중간에 클럽 헤드의 길이 급격하게 바뀌거나, 인위적으로 스피드가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고 말 그대로 진자 운동을 하듯이 클럽 헤드가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가속되었다가 감속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몸 전체가 클럽 헤드의 길을 예비하고 헤드가 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미리미리 움직여 주는 느낌이다. 모든 힘을 클럽 헤드에 전달해 클럽 헤드가 끊김 없이 가속되었다가 임팩트 이후에도 급격하게 감소되지 않고 브레이크를 천천히 밟으면서 부드럽게 서는 느낌. 그것이 프로 골프 스윙의 부드러움의 비결이다.


실 끝에 구슬을 달아 팽팽하게 돌리면 손과 구슬의 간격이 일정하게 원운동을 한다. 실이 중간에 휘청거리거나 덜컹거리면서 구슬과 손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으면 부드럽지 않고, 그 동작에서 손실되는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끊임없이 일정한 궤도로 구슬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손실 없이 가장 빠르게 구슬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고, 그것이 골프 스윙에서의 클럽 헤드의 움직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른바 골린이의 드라이버 샷이 슬라이스가 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윙의 경험이 부족할수록, 스윙을 위한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을수록 스윙이 부드럽지 못하고 뚝뚝 끊어지거나 덜컹거리게 된다. 몸의 회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팩트 이후에 클럽 헤드가 급격하게 감속하게 되면 스윙 궤도가 안쪽으로 당겨지면서 이른바 깎아 치는 스윙이 나오게 되고, 이는 오른쪽으로 휘는 슬라이스 구질의 원인이 된다. 긴 채일 수록 몸에 멀어지게 되니 클럽 헤드 컨트롤이 어려워지고, 그래서 긴 채로 갈수록 오른쪽으로 휘는 양이 많아지게 된다. 아마추어가 슬라이스로 고생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스윙을 하려면, 클럽 헤드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빈 스윙으로 긴 채를 많이 휘둘러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몸에 클럽 헤드의 길과 그것을 방해하지 않는 몸의 움직임을 반복해서 인식시키는 것이다. 빈 스윙 연습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스윙을 짧고 편하게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 클럽을 휘둘러 공을 치는 것처럼 백스윙탑까지 갔다가 오른쪽 어깨가 타깃 방향을 가리키도록 끝까지 회전하면서 피니시 자세까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공만 치지 않을 뿐, 풀스윙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몸의 움직임을 확실히 익힐 수 있고, 실제 공을 칠 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클럽 헤드를 한 번에 휘둘러 피니시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클럽이나 연습기를 휘두른다. 무거운 연습기, 가벼운 연습기를 모두 사용해 보고 1, 3, 5, 7, 9의 느낌으로 스윙 스피드도 다르게 해 본다. 내가 골프를 시작할 때 하루 빈 스윙 300개를 하면 한 달에 9000개를 할 수 있으니 한 달에 만개의 빈 스윙을 연습하면 3개월이면 골프를 잘 칠 수 있다고 가르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가장 빠른 길이 아니었나 싶다. 빈 스윙 연습은 재미가 없다. 날아가는 공을 보는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 하지만 골프를 처음 시작하면서 몸에 스윙의 길을 익힐 때는 빈 스윙만큼 좋은 연습법이 없다. 심지어 고진영 프로 같은 세계 최고 프로 골퍼도 밤에 빈 스윙 연습을 빼먹지 않는다. 공터도 좋고 주차장도 좋다. 짧은 연습기가 있다면 실내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꼭 한 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나도 오랜만에 오늘 저녁에는 1미터짜리 연습용 배트를 휘둘러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골프 스윙에서 힘을 뺀다는 것에 대한 오해와 의미(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