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이션이 ‘하는 게’ 아니라 ‘되도록‘ 하는 조건
30대 중반에 골프를 시작한 2015년 이래 많은 프로들에게 레슨을 받았다. 길게는 3개월에서 6개월씩 레슨을 받기도 하고 짧게는 1-2개월이나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지금처럼 가끔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면서 독학의 길로 접어든 이유는 단 한 가지였는데, 내가 원하는 문제의 답을 프로에게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더 많은 레슨 프로들을 찾아다녔다면, 더 좋은(?) 유명 레슨 프로를 만났다면 그 답을 얻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하고 결국 독학의 길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책과 강의, 유튜브 레슨에 깊게 빠져들기 시작했고 내 스윙의 길을 찾은 지금은 어떤 책이나 레슨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캐치할 수 있다. 대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음은 어쩔 수 없겠지.
왼손잡이 반대 스윙을 하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자연스럽게’라는 단어였다.
백스윙을 이렇게 하시면 다운스윙이 자연스럽게 됩니다.
안 되는데요?
다운스윙이 이렇게 내려오면 팔로스루는 자연스럽게 됩니다.
안 되는데요?
레슨을 포기하고 독학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힘 빼고 하면 자연스럽게 휘둘러진다는 고수 동반자들의 조언을 항상 받아치던 말은 ‘그럼 왼손으로 힘 빼고 자연스럽게 젓가락질해보세요.’였다. 젓가락질을 반대 손으로 해보면, 숨 쉬는 것보다 쉬워 보이던 젓가락질이 그렇게나 어색하고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힘을 빼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운동 신경, 근육의 협응, 반복을 통한 습득이 동반되지 않으면 반대 스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 스윙으로 싱글 스코어까지 갔던 골퍼들이 왼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클럽 선택이나 연습 타석, 스크린 등 절대적인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왼손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그 감각적인 부분을 절대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반대쪽으로 쳤다면 모를까, 서른이 훌쩍 넘어 골프를 시작한 아마추어 골퍼에게 반대 스윙은 때로 너무 가혹한 일이다. 물론, 내 주변에도 많은 반대 스윙 싱글 골퍼 형님들을 보면 핑계일 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내 스윙의 방향을 정한 지금,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단연 릴리즈와 로테이션이었다. 골프 스윙 중에서 손목의 움직임이 가장 감각적인 부분인 데다가 유독 오른손 악력이 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릴리즈는 자연스럽지 않았고, 로테이션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행동이었다. 장비병을 거친 이유도 그것이었다. 단순 호기심보다는 다양한 스펙의 샤프트와 헤드를 사용해 보면서 조금이라도 릴리즈와 로테이션이 편한 채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재도 갖고 있는 드라이버 샤프트만 10개가 넘고, 아이언 샤프트도 10종 이상을 사용해 보았다. 그렇게 클럽을 사고파는 동안 유독 바뀌지 않았던 클럽은 퍼터뿐이었다. 퍼터는 지금도 2개 만을 갖고 있고, 그나마도 주전이 정해져 있다. 나머지 하나도 너무 예쁜 디자인이라 마음에 들어서 내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릴리즈와 로테이션이 하는 게 아니라 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스윙의 이미지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골프 스윙의 이미지는 ‘딱밤’과 ‘새총’의 이미지이다.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캐치하신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한다. 릴리즈는 ‘풀어주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로테이션은 클럽 헤드가 회전하면서 공을 강하게 타격하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잘 풀어주면서 헤드를 돌리려면, 그전에 강하게 잡고 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손바닥을 상대방의 이마에 대고 가운데 손가락을 당겼다가 놓으면 ‘딱’ 소리가 나면서 상대방의 이마가 세로로 일자로 빨갛게 부어오른다. 누구나 다 아는 딱밤의 한 종류다. 딱밤을 강하게 때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손바닥을 단단히 고정하고 손가락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강하게 잡아당겼다가 놔주는 동작이다. 이마를 타격하는 가운데 손가락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가운데 손가락에 힘을 주고 때리면 오히려 스피드가 줄고 타격감이 약해진다. 최대한 손가락에 힘을 빼고 많이 잡아당겼다가 그대로 놔주는 것이 강한 딱밤을 때리는 비결이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때려지는’ 것이다. 당겼다가 놓는 텐션이 중요하다. 릴리즈와 로테이션도 마찬가지다. 강하고 효과적인 릴리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전에 강하게 풀어질 수 있도록 텐션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수다. 예전에는 그 텐션을 상하체 분리로 설명했다. 트랜지션에서 하체가 먼저 열리고 상체가 따라 열리면서 그 탄력으로 강하게 팔을 휘둘러 스윙했다. 지금도 이 스윙으로 장타를 치고 PGA에서 활동하는 골퍼가 있다. 호주의 이민우 선수가 대표적이다. 단지 지면 반력을 이용하는 스윙이 아니며, 유연성이 많이 담보되는 스윙이므로 선수 생명이 짧아지는 단점이 있을 수 있어 이민우 선수처럼 유연성이 굉장히 좋은 골퍼가 아니면 추천하기 어렵다. 척추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는 일반 골퍼에게야 더 할 말이 있겠는가.
지면 반력을 이용하면서 릴리즈를 위한 텐션을 만들어내는 동작은, 바로 오른쪽 어깨의 외회전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래깅 lagging 동작이 그것이다. 단지 지금 내가 설명하는 동작은 클럽을 끌고 들어오기 위한 그것과는 다르다. 의도적인 꼬임을 만들어내 그것이 일정한 타이밍에 강하게 풀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운스윙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얼마나 타깃 방향으로 끌고 들어오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른쪽 팔꿈치가 몸 앞으로 들어올 때 팔꿈치의 안쪽이 정면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포지션이 임팩트까지 최대한 오래 유지되도록 스윙한다. 팔꿈치 안쪽의 방향이 정면을 향하면서 오른 손목의 코킹이 풀어져 공을 타격하는 것이다. 빈 스윙으로 이 동작을 해보면 도움이 되는데, 백스윙탑에서 오른쪽 팔꿈치 안쪽이 정면을 보게 만든 상태에서 다운스윙을 진행해 본다. 임팩트까지 최대한 오른쪽 팔꿈치가 풀어지지 않도록 당겨보면, 오른쪽 어깨 앞쪽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른쪽 어깨 관절이 외회전 되기 때문인데, 어깨 관절의 유연성에 따라 동작의 가동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파열 등의 어깨 질환으로 외회전 가동성이 많이 떨어져 있는 골퍼라면 지금 내가 설명하는 동작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골퍼는 다운스윙에서 이미 오른팔의 텐션이 다 풀어진 상태로 내려오게 되고, 손목을 써서 클럽 헤드를 로테이션시키지 않으면 헤드가 미리 닫혀버리거나 팔이 일찍 풀려 뒤땅을 치게 된다. 이렇게 스윙을 하는 골퍼들의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엘투엘 L to L 스윙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른쪽 어깨 유연성이 떨어지는 골퍼는 엘투엘 스윙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팔스윙이 일정하지 않으니 몸을 쓰면서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면 더욱 스윙 궤도가 일정하지 않게 되고, 속칭 와이파이 구질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공을 일정하게 타격하기 위해서는 스윙 스피드를 느리게 가져갈 수밖에 없고, 결국 장타자가 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오른쪽 어깨의 외회전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면서 다운스윙을 하면 어깨가 더 이상의 텐션을 버티지 못하는 시점이 오는데 그 시점에서 어깨가 내회전 되며 풀리는 힘으로 공을 타격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릴리즈와 로테이션이 되게 하는 원리이다.
이렇게 공을 타격하게 되면 인아웃 스윙 궤도를 가진 골퍼라면 대부분 드로우를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드로우가 나오지 않는 골퍼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스윙스피드가 느려 회전을 먹이지 못하고 스트레이트 볼이 나오는 골퍼이고 두 번째는 로테이션 범위가 너무 적어서 끝에서 휘는 페이드나 슬라이스 구질이 나타나는 골퍼이다. 첫 번째 골퍼의 경우 소위 악성 스트레이트는 더 좋은 구질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강한 드로우 구질은 바람을 이겨내고 고 탄도를 형성하기 때문에 필드에서 굉장히 유리하다. 회전을 강하게 먹이지 못하면 공이 힘없이 날아가기 때문에 비거리 손실이 발생할뿐더러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윙 스피드를 더욱 빠르게 하는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 골퍼가 바로 나 같은 케이스인데, 오른쪽 어깨의 외회전으로 강한 텐션을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로테이션 범위가 넓지 않아 끝에서 휘는 페이드나 슬라이스 구질이 발생하는 골퍼다. 그 이유는 바로 왼쪽 어깨의 외회전 유연성에 있다. 오른팔이 왼팔을 덮으면서 강한 로테이션의 힘이 발생해야 하는데, 왼쪽 어깨의 외회전 유연성이 떨어져 왼팔의 회전이 막히게 되면 로테이션이 일찍 끝나면서 이른바 치킨윙 스윙이 만들어진다. 치킨윙의 원인은 너무나도 많은데, 내가 집중하는 피지컬의 한계로 인해 나타나는 치킨윙의 원인 중 하나이다. 치킨윙은 잘못된 체중 이동, 슬라이딩, 빨리 열리는 하체, 버티지 못하는 왼쪽 벽, 힘없는 오른팔 등 굉장히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다. 왼팔의 힘이 강한 내가 7년 가까이 고생했던 동작이기도 하다. 솔직히 지금도 치킨윙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치킨윙은 내 골프 인생과 함께 하는 고질병 같은 존재인데, 원인을 하나하나 제거해 가면서 최근 왼쪽 어깨의 외회전 유연성에 다다라 열심히 치료와 교정을 반복하고 있다.
오른쪽 어깨의 외회전 동작은 내가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관절의 움직임이다. 강하고 일정한 텐션을 만들어 엘투엘 스윙으로도 충분한 비거리를 보낼 수 있고, 지면 반력을 이용하면서 스윙 스피드가 급격하게 빨라졌을 때 그것을 받아내는 유연성과 탄력이 요구되는 관절이다. 라운드 숄더와 오십견, 회전근개 파열이 있거나 있었다면 오른쪽 어깨의 외회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릴리즈와 로테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오른쪽 어깨의 유연성 부족일 수 있다. 가까운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꼭 한 번 체크해 보시고 필요한 치료를 받아보시길 권한다. 골프 스윙과 연계해 설명할 수 있는 의료진이라면 더욱 좋겠다. 오른쪽 어깨 외회전 유연성이 좋아지면 과거에 비해 훨씬 편한 스윙과 향상된 비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오른쪽 어깨 움직임을 깨닫고 드라이버 거리가 30m 이상 늘어난 내가 보증한다. 릴리즈와 로테이션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되는 힘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일 게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골퍼가 그 힘을 꼭 찾아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