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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Oct 03. 2022

미투 운동 그 후…한국 사회는 바뀌었나

[리뷰] 다큐멘터리 <애프터 미투>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가 터져 나왔을 때 가려져 있던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에 세상은 놀랐고 분노했다. 여러 여성의 발걸음이 남성 중심적이었던 시스템에 균열을 가했다. 그렇게 미투 운동 후 4년가량이 지난 한국 사회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었을까.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네 명의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큐멘터리 <애프터 미투>는 박소현(<여고괴담>), 이솜이(< 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 강유가람(<이후의 시간>), 소람(<그레이 섹스>) 네 감독이 엮은 포스트 미투 시대에 대한 기록물이다. 네 편의 단편을 묶어 옴니버스로 만든 85분 분량에는 스쿨 미투, 중년 여성, 문화예술계의 활동가, 여성의 성적 욕망을 키워드로 다방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미투 시대를 겪으며 문제의식은 생겼지만 해결하고 더욱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선을 보여준다.


<여고괴담>은 2018년 스쿨 미투(학교 내 성폭력 고발)의 도화선이 된 용화여고 사건을 다룬다. 두 명의 졸업생의 내레이션과 2002년~2018년의 용화여고 관련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다큐멘터리는 2018년 용화여고 사건을 환기한다. 하지만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성폭력이 발생하고 학교의 미온한 대처가 이뤄지는지 다룬다.


"그 선생님에게는 잘 보이지도 말고 못 보이지도 말고 그냥 안 보이는 게 좋다고"라는 내레이션은, 괴담처럼 소문이 실제로 얼마나 두려웠는지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애프터 미투>의 한 장면. ⓒ영화사 그램


< 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는 유년 시절 성폭행을 당한 중년 여성 박정순씨의 이야기다.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던 그는 자신의 고향으로 가서 마이크를 잡는다. 마을이 울려 퍼지도록 자신의 피해 사실을 외친다. 그의 외침은 곧 고발이다. 그는 "나를 용서할 거야"라고도 외친다. 힘겨웠던 여정을 딛고 잘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제목은 박씨가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100번씩 쓰는 문구에서 가져왔다.


<이후의 시간>은 미투 운동 이후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송진희 미술작가, 남순아 영화감독, 이산 마임 배우는 각자 활동 분야가 다르지만 반성폭력 활동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평등 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창작자로서의 고민도 가지고 있다. 활동가로서 너무 열중하다 자칫 경력 단절을 겪을까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 "어떻게 하면 길게 갈 수 있을까", "쉬고 싶을 땐 쉬어도 되고", "성폭력 사건을 365일 24시간 관심을 가질 수는 없잖아요"라는 이야기는 포스트 미투 시대 단단하고 더 다양한 공동체가 등장해야 한다는 주문 같다.


[리뷰] 다큐멘터리 <애프터 미투>


<그레이 섹스>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다룸과 동시에 남성 중심의 섹스문화에서 여성들이 느낀 불쾌함에 대해 꺼낸다. 데이트 어플 이용 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성적 욕망을 느끼는 건 당연한데 건강한 섹스를 만나기는 어렵다. 다큐멘터리 제목은 회색지대를 뜻하는 '그레이 존'에서 가져왔다. 불쾌한 경험의 섹스를 공적인 경험으로 풀고 싶었다고 한다.


강유가람 감독은 지난 9월 28일 언론 시사회에서 "2017~2018년에 미투 운동이 활발했다. 그 열기를 따로 주제로 잡아 다큐멘터리가 나왔으면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전방위적인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서 개인이 작업하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을 담을 수 있게 여러 여성 감독님이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이후 남순아 박해미 프로듀서에게 제안하고 이후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10월 6일 개봉.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먼저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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