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Henle vs. Barenreiter
바이올리니스트 권민지와 K.376 을 리허설 했다. 몇 번 스치면서 안면이 있지만, 함께 하는 첫 리허설이고 해서 민지샘, 민지씨 등 어색한 호칭이 이어졌는데... 나중에 보니 띠동갑이다!
오늘 리허설의 관건은 Henle 와 Barenreiter 버젼의 차이를 비교하는 데에 있었다. 나는 헨레를, 민지씨는 베렌라이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리허설을 진행하다 보니 차이가 꽤 있었다. 한마디로 베렌라이터에 더 많은 잔소리 (다이나믹, 슬러 등등) 가 담겨 있었다. 연주자에게 이런 잔소리들은 편집자의 지나친 오지랖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유익하다. 심지어 완전히 따르지는 않는다 해도 더 많은 잔소리들이 곡에 대한 상상력을 깊게 만들고, 프레이즈의 처리에 대해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전악보의 여백, 별 마킹 없이 깨끗한 악보가 제공하는 엄격함과 그 안에서의 자유로움도 있다. 곡에 대한 선입견, 어디선가 들은 풍월에 익숙해진 귀를 다시 원위치시키고 주의 깊게 악보를 들여다보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두 에디션 모두 원전악보 (작곡가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편집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악보) 를 표방하지만, 모차르트를 논할 때는 일반적으로 베렌라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얼마 전 zoom 으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다 카바피안의 레슨을 받은 적이 있는데, 카바피안은 모차르트의 헨레 에디션에 담긴 모든 보잉과 핑거링을 한번씩 의심해본다고 했다.
결국 민지씨가 가져온 베렌라이터의 더 많은 잔소리들에 매료된 나머지, 일주일 전에 구입한 비싼 헨레 악보를 두고도 못지않게 비싼 베렌라이터를 다시 구매했다.
지금 읽고 있는 김성현 기자님의 모차르트 전기를 읽다보니, "만약 모차르트가 환생해서 자신의 저작권을 챙긴다면 그 돈으로 조국 오스트리아를 사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의 말년은 그렇게 궁핍했다는데, 그의 이름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따로 있다. 악보에 좀 돈을 썼더니 궁시렁이 좀 길었다...
리허설은 너무나 좋았다. 둘 다 아직 곡이 익숙치는 않지만, 376의 매력에 조금씩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