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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rekang Apr 30. 2020

Day 2. 리허설

Beach, Mendelssohn, Stenhammer의 첫 리허설. 막상 해보니 Beach와 Mendelssohn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달달한 음식이 이어지는 느낌인데 매운맛 한방이 필요한 듯. 어제 지나가는 말로 선생님께서 조만간 꼭 Schoenberg의 Phantasy를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논의는 의외로 쉽게 끝났다. 

소품 조의 Beach는 나중에 해보기로 하고, Mendelssohn으로 시작해서 Schoenberg로 이어간다.


Schoenberg의 악보는 예상대로 매우 현학적이다. 한번 들어보는 게 겁이 날 정도이다. 마음을 다잡고 글렌 굴드와 메뉴힌의 옛 녹화 영상을 틀었는데, 반갑게도 영상의 초반 12분 정도는 둘의 수다로 채워져 있다.


메뉴힌은 매우 솔직하다. 쇤베르크의 음악이 별로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하긴 그의 수준에서 나는 쇤베르크의 음악을 다 이해한다는 식의 괜한 척은 할 필요가 없다. 그가 말하길, 이런 곡에서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고전적인 화성의 척도에서는 이 작품의 모든 화성이 불협이다. 그러나, 쇤베르크의 이론에 의하면 12음 모두 동일한 지위와 중요성을 가지므로, 협/불협의 개념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떤 면에서는 '변화'가 없다. 건반에서 음역대를 왔다 갔다 크게 넘나들고, 다이내믹의 낙차가 매우 극단적인 것도 화성이 주는 변화나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굴드가 메뉴힌에게 쇤베르크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이 곡을 하면서 제일 싫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대목이 가장 흥미로웠다. 시대의 대가들이 앉아서 이런 얘기를 하다니. 메뉴힌은 셰익스피어의 헴릿을 예로 들면서, 쇤베르크 음악이 words 자체가 아닌 gesture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 자체가 무엇을 이야기하기보다, 이전의 내용들에 대한 뒤집기, 또는 생각 바꾸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내용들 (여기서는 후기 낭만주의까지의 서양음악 전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그들이 원하는 것 (여기서는 아마 화성)을 주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을 끌어내기 위한 제스처 같다고 했다. (그래서 싫다는 말이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왜 제스처를 하냐고!)


놀라운 것은 영상 속의 글렌 굴드가 이 작품을 외워서 연주했다는 점과 나의 눈이 10마디가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감기기 시작해서 20마디 넘어서는 완전히 닫히면서 굴드의 천재성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는 사실이다. 바르톡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공부할 때가 생각난다. 곡을 듣기 시작한 지 한 10일 지나서야 끝까지 졸지 않고 들을 수 있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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