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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비소리 Apr 02. 2023

무인인 듯 무인 아닌 무인 같은..

말의 온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인사를 나눈다. 엘리베이터 안, 회사, 식당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익숙한 인사. 그런데 장소가 묘하다. 무인커피숍, 무인 스터디카페에서 오가는 인사다. 무인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집 앞에 위치한 무인커피숍은 야근이 있는 평일에 주로 간다. 시간은 저녁 10시 이후. 무인 스터디카페는 휴일 아침 6시 전후에 간다. 이 시간 매장 관계자분들은 청소와 정리정돈을 한다. 무인 커피숍은 사장님이 무인 스터디카페는 청소하시는 이모님이 주인공이다.


"요즘 바쁜 신가 봐요? 오랜만에 오시네요."

"커피 기계 청소 끝났으니 커피 드셔도 돼요."


무인이라는 라벨링 때문일까? 서로 서먹했던 관계가 이젠 인사정도는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스터디카페를 청소하는 이모님을 볼 때면 꼭 건네는 말이 있다.


"이모 일 끝나시면 꼭 알려주세요"


스터디카페는 지문인식으로 문이 열리는데 이모님의 지문은 살아온 풍파의 흔적으로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 입장할 때는 지문에 호호 입김을 불어 어찌어찌 들어오시는데(이모님 말씀으론 2~30번 시도) 나갈 때는 영~ 인식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입구에서 사람이 나가거나 들어올 때까지 대기를 한다. 기다림이 길어질 때면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원격으로 문을 열어달라고 하신다는데 눈치가 보여 웬만하면 냥 기다리신다고 한다.


휴일에는 높은 확률로 첫 손님이자 마지막 손님(9시까지)이 내 몫이었기에 자연스레 건네는 말이 되었다. 똑같은 말을 나름 오랫동안 반복했건만 이모님은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란 부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분에겐 내가 사장님과 동급인가 보다.


7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볼일도 없는 화장실을 들린다. 그리고 손을 씻는다. 청소진행을 매의 눈으로 체크를 하고 7시 30분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일어난다.


"이모 일 끝나셨죠? 담배 피우러 갈 건데 내려가요."


아주 자연스럽다. 내려가는 길 내손엔 가볍지만 커다란 쓰레기봉투가 들려있다.


"매번 고마워요~"


나이가 들어서일까?

무인인 듯 무인 아닌 무인 같은 곳에서 오가는 말의 온도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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