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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비소리 Apr 04. 2023

돈으로 전하는 마음의 크기.

"이자까지 계산했어요~"

오랜만에 장모님을 뵈러 갔다. 뭐가 그리 바쁜 지 한 달에 한 번 뵙기 힘들다. 아이들을 위해선 없는 시간도 만들어 내는 게 부모의 마음인데 있는 시간도 없애는 게 자식의 마음인가 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더니 내가 증명하고 있는 꼴이다.


날것을 좋아하는 당신이지만 지병으로 날것과 매운 것은 조심해야 해서 연포탕이라는 합의점을 찾아 식당으로 모셨다. 이쁜 손녀들의 얼굴을 자주 못 봄에 사위에 대한 서운함이 쌓였을 터이다.


식사를 하며 근황을 주고받고 뻔한 립서비스(자주 찾아뵐게요란 같은)로 마음을 달래 드린다. 커피 한잔과 담배한대를 위해 식당 밖으로 나선다. 규모가 상당한 식당. 이런 규모가 돈이 될까?라는 속물적인(?) 생각에 건물을 스캔해 본다. 1층은 식당, 2층은 가구할인점, 3층은 체육센터가 있는 오래된 건물. 2층의 가구할인점이 눈에 꽂혔다.


예전 지나가던 말로 식탁을 바꾸시고 싶다던 말을 하셨는데 두 아이를 키우는 가장의 뻔한 핑계(먹고살기 힘들다는)로 애써 외면하고 있던 마음이 떠올랐다. 가구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기대했던 것보다 다양한 식탁과 가구들이 즐비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나이 지긋한  인상 좋은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찾아온 이유를 설명드렸다. 타지에서 왔다. 장모님을 위해 1층 식당에서 밥 먹다가 올라왔다. 아시다시피 요즘 경기가 좋지 않다. 사위의 체면 좀 사워 달라. 등등등...


"사장님 그러니 이 정가 가격표는 못 본 걸로 할게요."


넉살이 좋다며 알았다고 걱정하지 말고 장모님을 얼른 모셔오라고 하신다. 알고 보니 우리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사장님. 그렇게 나에게도 장모님에게도 와이프에게도 계획에 없던 깜짝 쇼핑이 치밀하게 준비되었다.


"장모님 저랑 잠시 나가요."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은 식당 안 키즈놀이터에 놔두고 맘 편히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저기 둘러보시더니 한 식탁에 유독 오래 앉아계신다. 맘에 드셨나 보다. 요즘 유행하는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밝은 색. 내가 가장 만음에 들었던 식탁. 이심전심이다. 다만 꽤나 높은 가격표가 계속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에이~사위 역할 제대로 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사장님이 가격표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약속했어요."

그렇게 계약서까지 일사천리. 오랜만에 Up 된 장모님.


"마음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있다. 가끔(설, 추석, 어버이날, 생신등) 이 말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먹고사니즘이라는 옹졸한 치트키의 남발하며 자주 연락도 못 드리니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돈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크기를 보여주는 데 제격이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다만 표현의 수단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것도 성공확률이 아주 높은...


"제 마음이 이 정도예요.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표현을 못했어 죄송해요. 그러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고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라고.


오랜만에 감사함과 고마움에 대한 대출 상환을 했다. 원금과 밀린 이자는 여전히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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