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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Dec 30. 2019

네가 직접 한번 해 보던가

서로의 기대가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봐요

 
직장생활에서 여러 갈등이 있을 때 나를 화나게 만드는 말들이 몇 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직접 와서  보세요”라는 말이다. 영국의 수상 처칠이 “ 닭을 낳아봐야 달걀이 신선한 줄 아는가, 닭이 되어본 적은 없지만 달걀이 신선한 것쯤은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간혹 본인이 닭을 낳을 특권을 가지고 있기에 달걀을 낳지도 못하는 당신들은 이래라저래라 말을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상대방이  일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일에 대해 이래저래 피드백을 주면 화가 치민다. 아니 그럼 직접 와서 한번 해봐 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건 내가  일의 담당자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나에게 원하는 기대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



누가 나에게 직접 와서  보라고 하면 나는 “저는 못해요, 당신도 그렇게 할 거면 그냥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업무를 맡은 사람이 어떻게  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기대이며  업무를 맡은 사람의 의무이기에 못할 거면 왕관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회사에서 내가 상사에게 바라는 기대는 바로 이것과 비슷하다. 나 역시 그 포지션에서 일해보지 않았기에 얼마나 많이 바쁘고 정신없고 여기저기서 치이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의 기대가 그런 것들로 인해 고려되어 바뀌지 않는다. 업무에 대해 내 상사가 나보다 많이 알고 잘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김연아가 피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코치의 일이다. 코치가 김연아보다 스케이트를 더 잘 타는 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만약 누군가가 해보지도 않은 일에 대해 피드백을 줄 때 성숙하게 문제의 원인과 상대방의 기대치가 정말 가능한 것인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갈등의 원인이 이러한 기대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접 때 나는 "합격했을 때 어떤 상사와 일을 하길 원하나요?" 라던지 "회사에서 어떤 도움을 받고 싶어요?"라는 질문들 통해 상사와 회사에 대한 기대를 알아보려고 한다. 만약 그 기대가 사실과 차이가 있다면 나도 솔직하게 그건 어려울 수 있다고 대답해준다. 후보자 입장에서도 기대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합격 이후에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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