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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엔이방인 김상엽 Mar 14. 2024

[올라 UN] 다자주의가 배제된 유엔

Show me the money

2024년은 세계 교역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지정학적 분열과 무역보호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다자주의 기반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엔과 다자주의, 그리고 자금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엔 체계 내에서 직접 목격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전통적인 다자주의를 지지하던 자금 조달 관행의 변화다. 과거에는 유엔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기반으로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지만, 점차 자발적 기여금에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었다. 이 기여금의 상당 부분은 기부자들이 특정 목적을 위해 지정하였다.


이러한 귀속된 자금 조달로의 전환은 유엔 거버넌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기부 회원국은 자금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엔의 의제와 우선순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종종 부과한다. 따라서, 의사 결정력이 유엔의 다자간 거버넌스 구조에서 개별 기부 회원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유엔 초창기 안보리 회의 모습

예를 들어, 내가 어느 기관에 돈을 많이 내면 낼 수록, 그 기관은 내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유엔 : 이봐, 회원국 D! 저번에 기여한 분담금을 통해 조금은 숨통이 트였어. 고맙다. 근데, 우리 회원국 중 개도국 M이 여러 상황이 안 좋아서 지원을 해야 할 것 같아. 혹시 자발적 기여금 시스템을 통해 좀 도와줄 수 있어?


회원국 D : 그래? 그럼, 개도국 M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사업, 목적과 결과물은 xxx 이야. 예산은 대략 xxx 정도로 해서 기획해 봐.


유엔 : 오케이. 그렇게 맞춰서 사업제안서 작성해서 다음 달까지 보내줄게.


회원국 D : 좋아. 기대할게.


이러한 자금 조달 관행의 변화는 유엔 기관과 프로그램의 운영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쳤다. 귀속된 자금은 프로젝트의 구현이 기부자의 선호도에 따라 이루어지게 하고, 개발 및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단편적 접근 방식을 종종 초래했다. 이것은 유엔이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전략에 따라 글로벌 도전 과제를 전체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저해했다.


또한, 귀속된 자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유엔의 재정 안정성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유엔 기관들이 자원을 위해 경쟁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것은 유엔이 설립된 핵심 가치들이 타협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을 시사한다.

올해 말까지 유엔 은행 잔고가 유지되기를 바라며. 쇼미더머니!

미래를 바라보며, 유엔이 다자간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 모델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회원국들은 유엔에 대한 핵심 기여금을 늘리고 귀속된 자금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만이 유엔이 모든 회원국의 집단적 이익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진정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유엔에서의 경험은 자금 조달이 국제기구의 기능에 필수적이며, 자금의 조달 및 배분 방식이 다자주의 원칙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유엔은 자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설립된 핵심 가치들을 유지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유엔사무국홈페이지, 제리맥과이어영화)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국제기구 #해외취업 #유엔 #인턴 #영어 #스페인어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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