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서 내가 자주 들쳐보는 것은 서가에 꽂혀있는 책보다는 우선 반납된 책들을 기웃거리며 살펴보는 것이다. 누군가는 보석을 찾아내듯 골라서 선별한 책이거나 누군가 추천해서 호기심에 읽어본 책들일 것일 것이다. 책에 댓글 기능이 없어 아쉽지만 라이크가 눌러진 책처럼 여겨져서 반납된 책의 제목을 더듬어 본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할머니 사진이 표지에 있는 이 책은 분명 맘이 따뜻한 책일 듯했다. 에세이란게 그런 건가. 별 특별한 얘기는 아닌데 맘이 따뜻해지고 내 이야기 같아 더 깊이 빠져드는. 율진에 할머니가 사는 작가는 울진을 탐색하며 여행하는데 본부는 울진읍에 할머니 집이다. 나도 할머니랑 같이 살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할머니 옆에 누워서 할머니 팔베개하고, 할머니랑 마주보며 손잡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오랜만에 떠올랐다. 굽은 허리, 엘레베이터 탈줄 몰라서 7층 아파트에 갇혀지내던 할머니. 우리 할머니가 계속 생각이 난다.
역시나 책장을 넘길 때마다 별 얘기는 없다. 그런데 시덥지 않은 그 얘기들이 왜 좋지. 군산 외할머니댁에 아주 어렸을 적 갔던 기억도 떠오른다. 정신이 온전하지 않으셨던 할머니는 그래도 손주를 예뻐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조각조각 남아있는 네다섯살 기억들이, 지금 꺼내서 생각해보면 사랑하니까 그런 것들이었다. 아들 셋에 막내딸 하나, 우리 엄마가 낳은 손주니까 얼마나 예뻐했을까. 할머니가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내 기억 속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것을 그리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여행지의 일상의 사람들 이야기는 좋아한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여행 얘긴지, 할머니 얘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얇은 책이 뭉클한 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