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목민 Feb 14. 2024

봄이 오는 소리를 느끼며

한강 점심산책 中 환절 사색

회사가 여의도라서 한강을 자주 나간다.

점심 도시락을 빨리 헤치우고 귀에 이어폰을 끼우고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산책을 가는 이 시간이 어수선한 머리속을 한번 비워낼 수 있는 회사생활의 활력소다. 비슷한 루트로 산책을 하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많이 느낀다. 인스타에 올린 포스팅을 보면 비슷한 장소의 사진이 계절에 따라 다른 느낌이다. 

지구의 축이 기울어졌음을 실감한다. 

한강은 계절마다 소리가 다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계절마다 바뀌기 때문이다. 겨울은 찾는 사람이 극히 적어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이 광활한 부지를 채운다. 봄이 되면 벚꽃 아래서 웃는 소리와 사진찍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여름에는 그늘막 치는 소리와 술잔과 이야기 소리가 밤새 들린다. 가을이 되면 떨어진 낙엽을 밟을 때 나는 바스락 소리가 길을 따라 많이 들린다. 

사람이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나는 그래서 늦가을과 초겨울의 적막함을 좋아한다. 

얼마전 점심 산책을 가면서 찬바람이 매섭게 공간을 채우며 떠돌던 자리로 따뜻한 햇볕이 비집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몸은 차고 공기도 찬데, 햇볕이 찬 공기가 매만지고간 볼을 따뜻하게 데운다. 따뜻한 구들장 밑에 몸을 집어 넣고 발을 내놓으며 시원함을 느끼는 기분이랄까. 

찬 것은 따뜻한 것 때문에 시원하게 느껴지고, 따뜻한 것은 찬 것 때문에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곧 봄이 오겠지.

옹기종기 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벚꽃을 맞으며 사진 찍겠지.

웃음 소리가 곧 찬바람 소리를 가리겠지.


#한강 #점심산책 

매거진의 이전글 기획자에게 추천하는 《디테일의 발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