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회의에 참석했다. 늦은 밤까지 놀라고 하면 피곤한 줄 모르고 놀겠는데(요즘은 몸이 꼭 그렇지도 않다. 놀 수 있을 때 놀자.) 업무라서 피곤함이 몇 배 더하는 것 같다.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와 뇌를 진정시키고 잠자리에 누운 게 거의 4시였다. 아이들은 구정 연휴부터 어제까지 처갓집에 할아버지 할머니네 있다가 돌아왔다. 아침에, 오랜만에 만난 아빠에게 할 말이 많은지 둘째가 아직 혼자 한밤 중인 나를 계속 깨워서 쫑알쫑알. 보여줄 게 있다면서 눈뜨고 눕지 말고 앉으라고 흔들흔들. 9시가 되자 어린이집에 간다. 이리저리 소용돌이치는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다시 잠든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울리는 알람들에 깨어난다.
머릿속은 깊은 수면을 못한 탓인지 연필심으로 꾹꾹 눌러서 낙서한듯한 느낌이다. 머리가 맑지 않다는 게 이런 느낌이랄까. 회의가 있어서 또 나가봐야 하니 일어나긴 해야 하는데 이불이 벗겨지질 않는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만약 내가 야간에 배송하는 택배기사라면. 자정에 나를 회사에서 집까지 날라준 야간운행 택시기사라면. 저녁부터 새벽까지 점포를 지킨 편의점 알바라면. 우리 사회의 누군가가 누리는 서비스들을 제공하느라 낮과 밤이 바뀐 사람들의 삶은 참 많이도 고달프겠구나.
비록 이틀간의 고달픔이지만 내가 하는 일들이, 그런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서 세상 어딘가에 어려운 아이들의 삶에 변화가 생기길 바라면서..(너무 과포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