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테마에 따라 완벽히 변한다

| 03 여행 테마 점검법

by 김경태


앞의 글에서 비행기 티켓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도 해외여행을 준비한다면 그 시작은 아마도 항공권이 될 것이다. 항공권을 예약했다는 의미는 목적지를 특정했다는 말이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보통 목적지의 관광지를 검색하고 갈 곳과 머무를 날짜를 배분한 뒤 타임 테이블과 지도에 표기한 뒤 그 동선 안에서 가장 적절한 숙소를 찾는 방식일 것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수많은 방문 후보지와 숙소를 리스트 화하고 고민 고민해서 숙소를 정한다. 요즘은 에어비앤비와 호텔 예약 사이트가 너무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아낄 수 있는 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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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인적으로 여행의 시작의 앞서서 여행의 테마를 선정하는 고민을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여행의 테마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여행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명확히 여행의 테마를 정하고 여행자의 체력과 선정한 테마에 수렴하는 목적지와 동선, 숙소를 정하게 되면 여행의 의미는 확 달라진다.

다들 같은 마음이겠지만 출발을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상상을 펼치는 그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달콤하다. 그래서 여행은 기다림이 전부라고 하지 않았던가! 짜증도 피곤도 화남도 슬픔도 다가올 여행 앞에서는 봄날 눈처럼 녹아버린다. 물론 여행이 시작되면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흥겨운,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육체와 정신의 분리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더불어 두려움과 짜증, 기대와 실망의 사중주 속에서 ‘왜 왔을까?”와 ‘잘 왔다’의 변덕 속에 계획했던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빛의 속도로 지나가 버리는 여행의 시간을 잡아두기 위해 테마를 정하고 차곡차곡 계획해서 그 순삭 되는 시간을 사진과 머릿속에 잡아두어야 한다. 몸이 피곤하면, 다리가 아프면, 그래서 컨디션 난조가 오면 준비했던 여행은 점점 흐릿해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만 커진다. 그래서 명확한 콘셉트와 목표 그리고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의 체력에 맞는 계획은 즐거운 여행의 필요충분조건이다.



Ronda (2019.12.11 am11:59)

이번 여행 시리즈 글에서 여러분에게 언급한 여행은 2019년 겨울 다녀왔던 바르셀로나-그라나다 여행이다. 갑작스럽게 계획한 여행이었지만 목적지를 이곳으로 정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때문이었다. 이제껏 내가 가봤던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카탈로니아 지역)가 전부였다. 안달루시아(남부)의 대표 도시로 손꼽히는 그라나다, 그곳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유명한 기타곡에서, 또 세계사 교과서를 통해 몇 번 들어본 적 있었다. 아내의 추천으로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화면을 통해 실제 그 지역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보자마자 관심이 쏠렸다. 특히 드라마 첫 편에서 주인공 희주가 이야기하는 알함브라 궁 입구 정의의 문에 새겨져 있는 파티마의 손과 열쇠에 관한 이야기는 “반드시 직접 눈으로 봐야 해!”라는 목적의식을 심어줬다.


두 번째 이유는 그라나다가 위치한 안달루시아 지방이 “이슬람 문화권”이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없지만 몇 권의 책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과 다큐를 통해 그들의 문화에 관심이 생겼는데 스페인 여행을 통해 과거 그들의 문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끌렸다. 이 부분은 함께 여행할 아들과 딸에게도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일 거라 기대했다.


세 번째 이유는 바르셀로나에서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과 아들 녀석이 그토록 원하는 유럽축구의 정상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관람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여행의 테마를 <문화 산책>이라고 정했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해 건축물과 문화재를 둘러보고 우리 가족만의 개인 가이드를 선정해서 긴 시간 불편하지 않고 집중적으로 스페인의 건축물과 문화재에 관한 설명을 듣기로 계획했다. 12월이라 비록 추운 날씨겠지만 가능한 많이 걸으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이 되기를 기대했다.


스페인 지역명 (참고 wiki)


여러분들의 지난 여행을 생각해보자. 분명 각자의 여행 테마는 존재했을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확실히 정한 사람과 그냥 생각 정도에 그친 사람 정도겠지.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또 여행을 마친뒤의 느낌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퀘스트를 달성하듯 무언가를 끝낸 느낌, 사소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것 같은 기분은 분명 여러분의 여행을 더 흥겹고 귀하고 소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분명 여행마다 테마는 달라질 것이다. 휴양, 관광, 레포츠, 도전 등 각자 자신만의 의미 있는 테마를 정하면서 우리의 여행은 특별해진다. 그리고 좀 더 상세하게, 좀 더 확실하게 테마를 정할수록 준비가 명확해진다. 암튼 나는 이 여행에서 “문화산책”이라는 테마를 정했기 때문에 가우디, 안달루시아, 스페인에 이슬람 문화가 들어오게 된 배경, 그라나다와 알함브라 궁전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기초적인 공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동선을 짜고 교통편과 가이드를 예약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다행히 회사 후배 녀석이 나보다 1년 전에 비슷한 코스로 가족여행을 했기에 그의 동선과 숙소 정보를 받아서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목표가 명확해지니 질문이 구체적이고 명확했고 덕분에 찾게 되는 정보의 질도 높았다. 여러분도 명확한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계획해보길 바란다. 분명 과거의 여행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여행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글에서는 "숙소를 정하는 슬기로운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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