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티켓, 두근거림에 한 표

02 Ticket을 사는 순간, 상상은 현실이 된다

by 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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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티켓을 결재하는 그 순간, 지금껏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희미했던 동경은 짙은 현실이 된다.




항공권 / 비행기 티켓 / Plane Ticket / 비행기표 / Board Pass

요 녀석 참 묘하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소비자가 왕인 세상 아닌가? 그런데 이 녀석은 수수료라는 되돌리기 힘든 허들을 만들어 결재하는 그 순간부터 소비자를 손해를 보는 사람으로 만든다.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의미일까? 하지만 항공권을 결재하는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흥분, 기대, 희망, 욕구, 자유와 같이 한껏 부푼 기대감 속에서 어느 순간 "결재완료"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아들고 웃고 있지 않은가?


어찌보면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신중 또 신중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거라고 배워왔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덜컥 결정하고 실행해 버린다. 그런데 또 그런 불안함으로 시작했지만 출발이 모티브가 되어 떼지 못했던 몇 걸음을 걷게 된다.

이게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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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회사 점심시간에 덜컥 비행기 티켓을 결재해버렸다.


'내년(2020년)에 아들 녀석이 중학생이 되면 학업 때문에 해외여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유가 지배적이었다. '돈은 어떻게든 마련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다. 이듬해 받을지모를 보너스를 미리 당겨 쓴다는 지극히 희망적인 생각이었을 거다.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될 아내와 아들, 딸의 의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이다. 독단적인 결정이었지만, 값비싼 결정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판단이었지만 일단 기뻤다.


직전의 해외여행이 1년 전(2018년 6월) 로마-피렌체 9일이었다. 그때 가장 저렴한 항공권으로 다녀오겠다는 결심에 상해(중국)를 경유하는 남방항공편을 이용했었다. 대한항공 일반석 왕복 기준 120만 원 vs 남방항공 70만 원, 4인 기준 200만 원 차이였다. 9일간의 숙박비가 절약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인천-상해는 두 시간 거리이고 상해 공항은 자주 이용해보았기 때문에 충분히 괜찮다고 판단했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 비행이 여행의 흥을 많이 깨버렸다. 사실 비행기의 목적인 장소의 이동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입에 맞지 않는 기내식과 소음 그리고 경유로 인한 오랜 기다림이 우리를 너무 지치게 만들었다. 출발이야 부푼 희망이 모든 걸 상쇄시켰지만 귀국길 18시간(직항은 12시간)은 정말 진을 다 빼놓았다. 그러면서 아내와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여행을 줄이더라도 국적기와 직항을 선택하자고 했다. 그래서 이번 스페인행을 떠올렸을 때는 일찌감치 대한항공으로 맘을 정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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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행기 티켓으로 돌아가서...


티켓을 결재하는 그 순간, 여행은 현실이 된다. 출발까지의 날짜를 세어보며 이번 여행이 나에게 필요한 목적을 부여한다.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 새로운 장소에서 맞닥뜨릴 여러 사람들과 시건들에 대한 기대감에 벌써부터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피어난다. 그다지 모험적이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돈키호테다. 다가올 시련 따위는 안중에 없다.


티켓을 구입하는 것과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이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집 앞 대리점에 들러 전화기를 바꾸겠다는 말하면 대리점 직원은 전화기를 준비하고 나는 서류를 작성하다 보면 좋은 혜택이라며 한참을 설명하고서는 선물 한 보따리 안겨주곤 했다. 대리점을 나설 때 내 손에는 새 전화기와 케이스, 충전기, 그 외 각종 선물이 쥐어져 있었다. 비싼 물건을 구입했는데 이상하게도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없다. 돈은 앞으로 24개월간 내 인식의 범위 밖에서 그들이 챙겨갈 것이다.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는 것도 똑같다. 현금이 바로 지출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일단 티켓팅을 하고 나면 이미 마음은 콩밭이다. 돈은 잊어버리고 "여행 가서 뭘 할까?"에 골몰한다. 돈은 한 달 뒤 또는 몇 개월에 걸쳐 통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클릭 몇 번 했을 뿐인데 수백만 원이 결재된다. 물론 돈보다 값지다고 생각하는 비교하기 어려운 즐거움이 가족의 정신에 자리 잡게 되고 우리는 하루하루 날짜를 꼽으며 희망 고문을 시작한다.


이게 바로 비행기 티켓의 힘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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