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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y 09. 2022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해주는 책 3권



봄이 지나가 버린 듯했는데, 이 아침 조금 쌀쌀해진 것을 보면 아직 봄이 떠나기를 주저하나 봅니다.


보통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고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야외활동이 많아져서 독서를 조금은 뒷전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4~6월은 주말에 야외활동이 많아서 책 읽는 시간이 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을 소개하면 조금이라도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준비한 내용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해주는 (See the Unseen) 책 3권입니다. 




1. <벽오금학도> 이외수

첫 번째 책으로 이외수 씨의 <벽오금학도>를 선택한 이유는 소설의 내용도 있지만 최근 새벽 이외수 씨가 영면에 드셨기 때문에 그것을 추모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우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이외수 씨의 글은 제게 가장 한국적인 소설로 다가왔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외수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의 단편소설들을 섭렵 해내가기 시작했는데, 고등학생 때까지 읽었던 것들이 주로 해외문학이어서 그런지 이외수 씨의 책을 접하면서 한국의 현대문학 작품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벽오금학도>라는 책을 읽었고 너무 멋진 상상력에 감탄해서 친구들 생일이면 이 책을 선물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전우치> 보신 분들 많으시죠? 그 영화를 보면 족자를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도 영화와 비슷한 설정으로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족자 속 세계(오학동)와 현재를 넘나들며 만나는 사람과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992년에 출간된 책인데 저는 이 책을 1995년에 읽었고 판타지적인 부분과 현실(80년 서울의 봄이라는 정치 현실)을 조화시키며 독자들에게 과하지 않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새롭게 보게 된 것은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당시 갓 대학생이었던 저는 더 이상 학교라는 곳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갈구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 이 책 주인공 은백을 만나면서 세상을 두루 다니며 속세 밖의 삶을 꿈꿔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못했지만 말이죠.) 아무튼 여러분도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이외수 작가님을 추모하는 의미로라도 <벽오금학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해봅니다. 




2.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제 책 <일년만 닥치고 독서>에서도 소개했던 책인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중에서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라고 누가 제게 질문을 한다면 저는 1. 개미 2. 타나토 노트라고 말할 것입니다. 개미는 처음 베르베르를 알게 된 책으로 고2 시절(1993년) 저를 완전히 매료시켰던 책이었습니다. 이후 그의 과학적 상상력을 기대하며 읽었던 <타나토 노트>는 “죽음”이라는 사후 세계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할까?라는 영계 탐사자를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궁금증에 접근하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와서 뇌리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실망도 했고요.


아무튼 소설 <개미>는 지금도 제 서재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은 지 30년이 넘었으니 당연히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페로몬,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에드몽 웰즈, 병정개미와 같이 몇몇 구절들은 제 머리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개미>는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지금은 유명한 책이 되어버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데 책 중간중간에 퀴즈 형식으로 우리들의 갇혀있는 사고의 틀을 깨뜨려주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2차원에 국한된 생각에 입체라는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다주는 “성냥개비 6개로 정삼각형 4개 만들기” 퀴즈는 너무나도 유명하죠! 아마 여러분들 중 대부분은 이 책 <개미>를 알지만 실제 읽어보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여러분 주변에 흔히 보이는 개미의 정말 과학적이고 생산적이고 철학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으세요?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3.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또 한 편의 과학소설을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김초엽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사실 저는 한참 인지도를 얻고 난 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 너무 감탄했습니다. 흔히 학창 시절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라는 교과목을 통해 과학을 접하고 문제 풀이를 통해 과학이라는 학문을 익힙니다. 대학에서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지 않는다면 과학은 자신의 삶에서 조금씩 멀어지죠. 특히 인문학도에게 과학은 스쳐 지나친 학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김초엽 작가는 이런 저의 과학에 대한 생각을 확실하게 부셔줬어요. 


과학적인 소재, 다시 말해 우주, 생물, 생명, 시간 등을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통해 섬세하게 다루며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철학과 사상에 과학을 버무렸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개미>가 매우 과학다운 소설이라면 이 책은 과학적 소재를 다룬 인문학, 다시 말해 과학을 매개체로 한 사람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읽으면서 제 마음을 심하게 울렸습니다. 


[간단한 내용 소개]

과학의 발전으로 우주의 시대가 열리고, 딥 프라이징이라는 냉동기술을 통해 인간은 우주의 먼 곳까지 개척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죠. 그런데 과학의 발전은 고차원 웜홀을 발견하게 되고 이 웜홀 여행을 통해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멀고 먼 우주 곳곳에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우주선이 다녔던 곳들 중 웜홀이 발견되지 않는 곳은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이동하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려진 도시가 됩니다. 그런데 주인공 안나는 자신이 거주했던 슬렌푸니아라는 웜홀이 없는 그 행성에 가기 위해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우주선을 기다린다는 내용입니다.


 짧은 소설이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글이었습니다. 현재 우리의 삶에도 이렇게 버려진 곳들이 많죠. 그런 곳을 머릿속으로 되뇌어 보면서 박스 안에 갇혀있던 생각을 박스 밖으로 꺼내주는 정말 멋진 책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었고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책입니다. 여러분도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조금은 새롭고 신선한 사고를 해볼 수 있는 책을 3권 소개해드렸는데 이 중에 읽어보실 만한 책이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혹시 여러분이 읽으신 책 중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통해 공유해주시면 저도 읽어보고 콘텐츠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추리 소설을 모아서 여러분에게 추천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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