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링>을 다시 읽으면서
얼마 전 책을 읽던 중 스릴러(thriller, 흥미진진한 사건)/서스펜스(suspense, 걱정/근심/미스터리)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최근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이런 흥미진진한 감정을 느껴왔지 책을 통해 짜릿하고 오싹한 감정을 느껴본지는 오래였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무섭고 흥미진진해서 밤잠을 설쳤던 소설이 분명 많았었는데…
1997년.
군인이었던 나는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길에 부대 근처인 강원도 원주 상지대 앞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당시 나는 선임병의 추천으로 알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푹 빠져있었다. <상실의 시대> <양을 쫓는 모험> <태엽 감는 새>를 독파했고 그의 초기 단편들을 읽던 중이었다. 그날 서점을 들르게 된 것도 분명 하루키의 책을 몇 권 사서 복귀하려는 의도였다. 서점 앞에 붙어있던 커다란 포스터가 생각난다. 난해한 그림이었는데 <링>이라는 제목의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수백만 부를 판매한 최고의 소설이라는 문구였다.
맞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우물에서 사다코가 기어 나오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의 원작 소설 <링>이 바로 그 책이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이 책을 만났고 가판대에 기대서서 몇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그래서 이 책을 구입해서 부대로 복귀했다.
그날 밤, 점호를 마치고 중대 내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읽었다. 주인공들의 사건 추적에 집중했고 결론에 다가갈수록 몰입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사다코의 해골 모습과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류지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책 제목 <링>의 부제가 “바이러스(Virus)”인 것이 이해되었다. 일본을 넘어 전 세계가 링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상을 했다. 바이러스의 목표인 자기 복제에 대해 한참 동안 골몰했던 기억이 지금도 떠오른다.
2021년 12월.
집 앞 서점에 들러 <링> 1편과 2편을 다시 구매했다. 스릴러와 서스펜스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이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처럼 한 자리에서 1편을 다 읽었다. 예전 기억과 현재가 겹치면서 시너지를 냈다. 그동안 이 책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도 몇 편 봤었기 때문이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는 단순히 사다코의 저주가 비디오테이프에 염사되어 세상에 퍼진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얻게 된 잡지식 때문인지 사후세계나 차원(인터스텔라 같은), 매트릭스 같은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특히 별 감흥없이 잊어버렸던 <링 2>의 내용을 읽으면서 점점 링의 세계관을 그려보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예전엔 1편을 읽고서 한참 뒤 2편을 읽었기 때문에 사건을 연계하여 이해하는 것이 부족했었는데, 연속으로 읽다 보니 머릿속에서 장면이 뚜렷하게 그려지면서 2편에 훨씬 더 몰입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흥미로운 스토리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 혹시 소설 <링>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이번 겨울 이 책으로 쫄깃한 서스펜스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분명 여러분도 책장을 넘기느라 바빠질 것임에 틀림없다.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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