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조기유학 A~Z
어찌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무서우면서도 매우 신중해야 할 결정입니다. 분명히 내 아이의 미래가 이 결정에 의해 완전히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 결정은 “바뀔 수 있다”가 아닌 “바뀐다”가 맞습니다. 그래서 부모 된 입장에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나의 부모님은 누나와 나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지방이지만) 나름대로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그 결정으로 나는 새로운 곳에서 시련과 기회를 번갈아 경험하면서 새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지금 와서 가만히 돌이켜보면 중학생 때보다(이사 전) 성적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는 노력 덕분에 이기적이었던 성격이 바뀌면서 긍정적으로 변화된 인성과 좋은 친구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환경에 대한 경험적 이해가 있기 때문에 내 아이들이 새롭게 터전을 잡을 장소에 대한 결정은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이 개입되면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선호하는 장소 몇 군데를 선택한 뒤 돈에 대한 문제를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유학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듯 저는 우선적으로 미국을 염두에 뒀습니다. 또 한 곳은 프랑스, 마지막은 스페인이었죠.
결혼 전부터 지금은 아내가 된 그녀에게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예술이나 역사, 철학 같은 학문을 공부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이런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뒤에 자신이 진짜 해보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깊이 있는 전공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말은 어쩌면 내가 살아보고 싶은 삶을 내 아이에게 투영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보니 어차피 사는 길은 정해진 루트를 따라 걷는 것보다 우연찮게(또는 우연처럼 다가오는 필연으로) 들어선 길에서 열릴 확률이 훨씬 컸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세 나라를 선택한 것은 바로 ‘어떤 언어를 가르쳐주면 좋을까?’라는 문제였습니다.
언어는 생각의 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면서 학습 이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체득해버린 모국어(국어)는 현재 아이의 사상과 세계관의 뼈대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이질적인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동안 가졌던 사상의 틀에 균열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나다”였던 것이 “ABC”가 되는 것, 당연한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이 부분에서 융합과 창의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절대로 모국어 같은 편리함은 없겠지만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또 다른 언어의 체계를 탑재하는 것은 삶의 커다란 무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신무기를 뭘로 해줄까 고민했을 때 1순위는 당연하게도 영어였습니다. 다음은 스페인어, 프랑스어 순이었습니다.
보다 자유롭게 나라를 넘나들며 다양한 인종과 종교, 문화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매우 과한 부수적 욕심이었습니다. 1차적으로 유학의 목표는 학업에 있기 때문에 아내는 유럽보다 안정적으로 환경이 마련되어있고 유학의 체계와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은 북아메리카를 원했습니다.
아내의 결정을 존중했을 때 저는 당연히 미 동부 어느 지역이나 캘리포니아에 있는 학교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처음부터 캐나다를 언급했죠. 주변 지인들 중에 캐나다로 떠난 사람들이 있었고, 특별한 정보는 없지만 좋은 자연환경과 인프라, 또 미국보다는 여유로운 교육과정으로 좀 더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서 캐나다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캐나다와 가깝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아이가 미국 대학으로 진학을 원한다면 그때 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고등학교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오는 결정도 충분히 좋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결정이 녀석들의 삶에 엄청난 전환점이 될 텐데, 그 시련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짐이 될게 뻔한데 거기에 희망 대학을 고려해서 계산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물론 결정할 때까지 이겠지만…)
이런 생각을 나누다 보니 결정이 매우 간단해졌습니다.
미국이 아닌 캐나다를 선택하고, 그곳의 대도시나 도시 근교 중 한 곳을 정하면 되는 것이었죠. 결국 동부의 토론토냐? 서부의 밴쿠버냐? 의 선택지가 남았습니다. 학교, 교육과정, 교육비, 생활비 등 제반 환경은 비슷했습니다. 결국 밴쿠버와 토론토 두 곳을 놓고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죠. 녀석들은 어디든 상관없다고 했고 아내와 내가 밴쿠버가 한국과 가깝고 좀 더 따뜻하고 자연경관이 좋아서 살기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밴쿠버로 결정했습니다.
갈 곳을 정하고 났더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전문 유학원을 찾아 미팅을 시작했습니다. 장소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미팅을 하면서 밴쿠버 한 곳에 대해서만 질문이 오고 갔죠. 물론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머리 아픈 일들이 시작되었지만 말입니다.
밴쿠버가 작은 도시가 아니다 보니 그 속에서도 지역마다 교육청이 별도로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보자면 서울시 = 밴쿠버라고 한다면 종로구, 강남구, 관악구 등과 같이 밴쿠버 안에도 노스 밴쿠버, 웨스트 밴쿠버, 버나비, 코퀴틀람, 랭리 등 여러 지역이 있었습니다. 지역마다 비슷했지만 조금씩 차별점이 있었고 해당 교육청마다 특색이 있었습니다. 결국 어느 교육청으로 선택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곳이 있고 장소마다 조금씩 비용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진행하는 유학원마다 추천하는 지역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달랐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유학원마다 주로 집중하는 교육청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유학원에서 얻은 밴쿠버 정보에 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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