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돈만 내는 호구인가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 대학교 개강이 연기되고, 급기야 사이버 비대면 강의로 전환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이버 강의의 수업 질이 너무 떨어지면서, 등록금 환불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 4-500만 원 하는 한 학기 등록금이, 이 정도 수준의 사이버 강의 수준으로 적당 한 지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하는 풍속이 등장했다. 온라인 주문으로 식재료를 사고, OTT 서비로 콘텐츠를 즐긴다. 재택근무는 클라우드 서비스, 협업 툴을 활용해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와 돈 버는 문제는 코로나-19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이 이런 시대의 흐름에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시대를 선도하는 진리의 상아탑이란 명색을 허울이며, 오히려 전근대적인 시스템으로 학생들 등록금만 축내고 있는 골칫덩어리임을 증명하고 있다.
대학은 이미 졸업장 장사한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가르치는 것도 없이, 수능과 입시경쟁의 연장선으로 대학 서열화로 줄 세우기 하는 4-5000만 원짜리 졸업장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온라인 커머스와 OTT 서비스, 리모트 워크, 협업 툴 등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여러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뚝뚝 끊기는 강의 영상과, 심지어 PT 1-2장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데서 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유튜브, OTT, 온라인 쇼핑, SNS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서비스를 즐기는데, 학교 홈페이지만 접속하면 현타가 온다.
이런 차원에서 대학 등록금 환불 문제는 환불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들은 전례가 없다느니, 방역비를 써야 한다느니 등의 변명을 하고 있다. 예산 문제로 접근해서, 등록금 환불로 인해 지출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것이 전근대적이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대학
대학 등록금 환불 문제의 첫 번째 이슈는 대학은 왜 비대면 교육서비스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시대를 선도하는, 진리의 상아탑, 등의 수식어는 둘째 치고, 지금 시대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을 대비하지 못한데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체질 개선의 논의가 촉발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대학은 진짜 대학 서열화의 졸업장 수여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효용도 주지 못한다.
학생은 돈만 내나?
두 번째 이슈는 대학 안에서 학생들의 지위 문제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초유의 비상사태이다. 최초로 개강이 연기되었고, 비대면 수업을 최초로 열었다. 이 과정에 학생을 주체로 세워서 논의하는 대학이 없다. 하다못해 비대면 강의를 최초로 진행하면, 그 후기도 들으면서 피드백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기업 또는 정부도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면 피드백받으면서 내용과 형식을 수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 당국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들이야말로 철밥통 중에 철밥통 아닌가. 그런 데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나가는 바람으로 인식하는 건지, 이 문제는 학생들이 대학의 주인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비상사태에 대학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교수-학생-교직원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하는 것이다. 4-500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대학 재정의 7-80%를 책임지고 있는 학생이 교육 주체가 될 수 없다면, 돈만 내는 호구가 아니겠는가.
고통은 학생만 분담하나?
세 번째 이슈는 위기상황에 누구에게 고통을 지우는가의 문제이다. 하다못해 질본 공무원들도 자기 월급을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당국의 누구도, 고통 분담을 위해서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 대학은 원래 재단이 운영하는 공익시설이다. 재단이 출연해서 설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기 상황에서 어떤 재단도 나서지 않는다. 이 위기는 모두 제일 약자인 학생들에게 부담된다. 등록금은 그대로 내고, 위기에 따른 교육 서비스 질의 저하로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가진다. 왜 위기에 따른 고통 분담은 학생만 해야 하나? 학교 당국은 할 수 없나? 전형적인 졸업장 장사하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이 여기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학 서열화로 줄 세우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도, 미래에 대한 구상도, 학생 주체들에 대한 인식도 전근대적이다. "그냥 이대로만" 외치고 있다.
깜깜이 예산=대학 예산
네 번째 이슈는 대학의 예산 문제다. 대학 예산의 건전성은 심각하다. 대학 예산의 7-80%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분명히 학생들은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질 떨어지는 수업을 듣고 있지만, 환불해줄 예산이 학교 당국에 없다. 학생들은 수업료로 등록금을 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결국 학교를 먹여 살리는 거의 모든 예산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온전히 수업료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부대비용으로 빠지는 문제, 이로 인한 교육권의 침해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말해, 대학 예산이 깜깜이 예산이라는 것이다. 등록금이 온전히 수업료로 들어갔으면, 수업이 부실해진 만큼의 비용을 정산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학은 그 예산을 추정도 못한다. 왜?? 수업료 왜에 대학운영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으로 충당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예전부터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적해 왔다. 등록금 의존율을 줄이고, 자체 경쟁력을 가질 것을 비판했었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사립학교법이 이런 깜깜이 예산을 용인해 주고 있다. 예전 이런 문제 때문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시도했을 때 사학재벌들의 반발로 실패한 바 있다. 이제라도 이 문제는 공론화되어서 정상화되어야 한다.
이렇듯 대학 등록금 환불 문제는 대학교육의 복잡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학생들이 생떼 부리는 것으로, 혹은 지금 코로나-19로 어려우니까 시혜적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 위기에서 드러난 모순을 해결할 수 있어야 위기가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