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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크루즈 이야기 10

기항지 그리스 '올림피아'(Katakolon)

by 꿈꾸는 노마드

2022년 8월 31일(수)


PXL_20220831_041043536.jpg 겉으로 보기엔 마냥 평화스러워 보였던 올림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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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와 아드리안해를 넘나들며 크루즈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6일째.

지금까지는 날씨가 너무도 축복이었다. 다소 덥기도 했지만 주론 따스한 햇살에 감사한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날도 우린 기항지 선택관광을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경제위기로 힘들어하는 그리스에 미력이나마 도움을 주자는 것, 또 한가지는 어제 못해 본 지중해 바다수영을 해변에서 여유롭게 해 보자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래도 그리스하면 빼 놓을 수없는 올림픽 본고장인 '올림피아 고대 유적지'를 방문해 보자는 것이 그것이었다.


비용은 1인당 미화 99달러로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두 장소라는 점과 그리스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흔쾌히 결정했다.


큼직한 투어버스를 타고 우린 먼저 '올림피아 고대 유적지'(Archaeological Site of Olympia)로 향했다.

인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입장을 하고 맨 앞에 마련된 화장실에 들렀는데, 아뿔싸! 유적지의 규모에 비해 너무도 협소한 화장실이다 보니 그곳에서만 30분 이상을 지체하고 말았다.

중간쯤 가다 보면 또 하나의 화장실이 마련돼 있긴 했지만 다들 초입에 위치한 화장실을 이용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인데, 이것은 자체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듯 보였다.


하지만 우린 곧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즉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3000년(이것이 지어진 게 BC 8세기라고 하니!)에 가까운 역사의 현장에서 돌연 숙연함과 경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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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하나의 역사도 그렇거니와, 책에서나 봤던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인 '헤라'와 '제우스'에게 제사를 드렸던 실제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엄청난 감회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PXL_20220831_074712681.PORTRAIT.jpg 올림픽 스타디움
PXL_20220831_075128068.NIGHT.jpg 실제로 올림픽 봉화가 최종적으로 전달되었던 장소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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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L_20220831_075834290.NIGHT.jpg '헤라의 제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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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L_20220831_080818826.jpg 대리석으로 장식된 신전.


그밖에도 각종 기념비와 조각상들, 그리고 무엇보다 초대올림픽이 치러졌던 장소에 다다러서는 유구한 세월의 힘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가이드의 설명과 더불어 보충사진을 살펴보며 감격은 더욱 고조되었고, 어디선가 제를 드리는 여사제들이 하얀 드레스를 펄럭이며 모습을 드러낼 거 같단 착각에까지 빠져들었다.


유적지를 다 돌고 근처에 밀집한 선물용품 가게를 기웃거리며 구경한 후 버스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난 그저 낭만에 빠졌던 듯싶다. 하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검박한 집들과 텅텅 빈 건물들을 보게 되면서 난 졸지에 깨닫게 되었다.

'아! 유럽 중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여전히 고전하는 나라가 바로 그리스였지?'

하는 자각과 함께 그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 거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경제학자도 아닐 뿐더러 여행객으로 이곳을 방문한 것이라는 걸 핑계로 곧 머릿속에서 애써 슬픈 감성을 지우려 노력했(던 거 같)다.

그리고 곧 우리는 Katakolon의 한 해변에 도착했다.


잔잔한 바다와 해변에서 흔히 보이는 야자수와 비치체어, 그리고 그 비치체어 아래서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는 견공까지, 모든 광경이 평화로워 보였다.

가이드가 나눠준 쿠폰을 받아들고 우린 적당한 곳을 물색했고, 가져온 비치타월로 자리를 꾸민 다음 곧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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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해변을 돌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눈에 뜨였고, 그냥 자리를 뜨기가 뭐해 선택관광 일행 중 한 명에게 해수욕하는 동안 서로 자리를 봐주자고 합의를 한 후였다.

'얼마 만의 해수욕, 아니지! 어제도 해수욕은 했었지만 말 그대로 제대로 된 해수욕이지?'

들뜬 마음으로 모래의 감촉과 바닷물의 짠끼를 느기며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곤 정신없이 놀거나 헤엄을 쳤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비치체어로 가 준비해간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 보니 받았던 쿠폰이 기억났고, 난 그걸 들고 가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는데 맛을 본 후 '아!~ 그리스 커피가 언제부터 이렇게 맛났지?' 이렇게 감탄에 감탄을 하며 깜놀하고 말았다.


크루즈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까지도 단연코 내 인생 최고의 커피는 몬테네그로 '코토르'에서 마셨던 카푸치노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의 아이스커피다.

코토르의 커피가 분위기 탓이 컸다면, 아마도 올림피아의 커피는 진정한 커피 본연의 맛에 기인한 찬사가 맞지 싶다. 적당히 쓴 맛에 구수함이 아주 매혹적이었으니까 말이다.


해변에서의 시간은 많이 부족했다. 하루종일이라도 부족할 거 같지 않았으니 말해 뭐하겠는가? 아쉬운 마음을 접으며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우린 버스로 향했다.

버스까지 가는 도중에도 짓다 만 건물이 눈에 사로잡혔고,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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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로 돌아와 우린 짧게 낮잠을 잤던 거 같다.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거니와 해수욕에, 오며 가며 차 안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으니.


그 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린 멋진 쇼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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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L_20220831_153443927.jpg 내가 선택한 이 날의 생선 또한 아주 맛이 좋았다. 단지 량이 조금 작았다는 불평 아닌 불편함을 전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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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제목은 'Elysium'.

선과 악의 세력이 왕국을 사이에 두고 격렬하게 부딪히는 걸 형상화한 것인데, 춤과 노래 모두 훌륭했다.


신선놀음이라는 건 바로 이런 걸 말함이 아닐까란 생각을 또 해보며 왠지 모를 미안함과 흐뭇함 사이에서 고뇌했던 하루로 기억된다.

하루하루가 발견이고, 느낌이고,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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