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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Mar 25. 2024

요즘 일상

다미안 농구경기 관람 외

한동안 깜짝 놀랄 만큼 날씨가 따뜻해 기분이 마냥 좋았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퀘벡은 '지구 온난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우리끼리 시시덕거리기도 했었다.

그러다 며칠 전 또다시 눈발이 날렸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다른 겨울에 비하면 그래도 따뜻했던 겨울이라 큰 불만은 없다.

하지만 봄이 가까워질수록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연례행사다.

그나마 우리 다미안 덕분에 이런저런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일상 중 큰 기쁨이다.


그 전주에는 스케이트장에 다미안을 데리고 가 다미안이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처음으로 구경했었고, 지난 토요일 아침 일찍 우린 도시락 개와 간식, 과일을 준비해 몬트리올 국제 비행장과 가까운 Dorval의 고등학교로 향했다.


넘버 31을 단 친구는 우리 다미안과 동갑(5학년)이라는데 키가 키가!~ ㅎㅎ


그날은 다미안이 속한 초등학교팀 농구 경기가 있었고, 스케줄 상으론 두 개의 경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 집에서 잠을 잔(보통 금요일 우린 다미안을 픽업해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 재운다.) 다미안을 데리고 가선 첫 경기를 남편과 관전했고, 다미안팀이 승리했고, 얼마 후 아들이 경기장에 도착했다.

두 번째 1시 경기를 11시로 착각해 시간에 맞춰 온 건데, 왜 집으로 가시지 않고 계셨느냐는 아들의 권유도 있고 해서 피곤했던(첫 경기가 8시라 우린 7시 반에 도착했다!) 남편과 나는 아들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잠시 후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두 번째 경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경기에서도 승리한 결과 준준결승에 나가게 돼 오후 5시에 다시 또 게임이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자기는 친구 아이 베이비 샤워에 가는 선약이 있다는 말도.

남편과 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다미안은 아침 7시 반부터 계속 그곳에 머물면서 내가 준비해 간 점심과 간식을 먹긴 했지만 피곤할 듯싶었다.


잠시 후 5시, 준준결승 게임이 시작됐고, 다미안과 천지 차이(키에 있어) 나는 동급생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이번엔 승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거기서 또 끝이 아니라 3, 4위전, 즉 브론즈 메달을 가리는 게임이 하나 더 남았다고 했다.

휴! 남편과 나는 다소 불편한 자세로 농구 경기를 관전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남아 응원하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3, 4위를 뽑는 경기가 시작됐고, 이번엔 열심히 한 덕에 승리! 다미안이 속한 팀이 드디어 브론즈 메달을 획득했다.

기뻐하는 다미안을 보면서 남편과 나는 덩달아 즐거웠고,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하루를 마쳤다.



일주일에 두 번 남편과 나는 수영을 하고, 수영하지 않는 날은 산책을 하고(겨울임에도 빼먹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일주일 중 하루 회사에 출근하는(그 외는 재택근무다.) 남편이 없는 월요일엔 혼자 산책하는 게 나의 일상이다. 그리고 저녁엔 스파 음악과 더불어 늘 스트레칭을 한다.

그날이 그날인 게 대부분이지만 가끔 이렇게 다미안 덕분에 이벤트가 생기고, 다미안과 외출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엔 실내 파종을 해서 작물과 꽃이 자라는 걸 하루하루 지켜보고 있다.

지금까지 파종은 남편이 누리던(?) 즐거움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나도 같은 즐거움에 동참하게 됐다.

파종 정확히 삼일 후 고개를 내미는 새싹을 마주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 아이들과 다미안을 처음 만났을 때 그 기쁨만큼은 아니더라도 암튼 대단한 흥분과 자아도취에 빠지기 딱 좋은 사건임에는 분명했다.

이래서 나이가 들면 반려동물을 기르거나 반려식물들을 가꾸나 보다 느꼈던 건 꽤 오래전이지만, 직접 내가 씨를 뿌리고 일말의 결실(뭐 아직 완전한 결실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을 보게 된 건 감격과 환희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 주부턴 또다시 날씨가 풀려 온화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을 듯 보인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 집 담벼락을 따라 앞 화단 말고 옆 화단 혹은 텃밭 하나를 만들까 구상하고 있다.

거기에 직접 노지 직파를 해볼까 한다.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 볼 수 있는 꽃과 지난번처럼 감자, 고구마 이런 작물까지 한 번 도전해 볼까 생각 중인데 아직은 모르겠다.

크기를 가늠해서 올해엔 꽃만 시도해 보든지, 아니면 자그마하게나마 감자와 고구마 순을 몇 개 꼽아 놓든지.

뭐가 됐든 일단 새로운 걸 한 번 시도해 볼 요량이다!


아래 오른쪽 첫줄 여섯 개 포트에 로메인 상추를 심었는데 폭풍성장해 위 좀 더 큰 포트 여러 개에 옮겨 심었다.
또 하나! 요즘 한국에서 사간 영양밥솥 내용물에 연근과 우엉을 넣어 밥 지어 먹는 것도 하나의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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