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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Apr 24. 2024

거부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의 영화

박찬욱 감독의 '박쥐'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

처음 영화 ‘올드 보이’를 볼 때까지만 해도 그의 영화에 별 매력을 못 느꼈던 게 사실이었지만, 그 후로 보게 된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을 차례차례 감상하면서 박찬욱감독의 작품이 확실히 독특하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수긍하게 되었다.  

우리 말로는 제목이 ‘박쥐’이지만, 영어 제목은 “Thirst”인데, 뜻을 보자면 갈증, 갈망 뭐 이런 뜻으로 나는 개인적으로 박쥐보다는 영어 제목 “갈증” 또는 “갈망”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관람한 후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감독이 한 말이 있었는데, “원래 제목은 박쥐인데, 그 이유는 이 영화가 뱀파이어에 관한 영화이고, 또 공포스러운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고, 영화는 열정과 삼각관계, 단순한 스릴러도 아니지만, 단순한 공포영화도 아니기 때문에 독특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불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더욱더 “Thirst”라는 제목이 더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일단 이 영화는 워낙 유명세를 탔던 작품이니 따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지만, 그래도 또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대충 내용을 좀 이야기하자면...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기로 서원한 한 신부가 인간의 죽음과 고통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해외에서 비밀리에 자신의 몸을 백신 개발 연구를 위한 실험대상으로 자원한다.  그 와중에 그는 치명적인 병에 감염이 되어 죽음에 이르렀는데 어떤 피를 수혈받고는 기적적으로 다시 소생하게 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신부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던 중에 그는 자신의 몸이 사람의 피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가 실험에 응했던 50명의 지원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는 500 명 중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로 과장되고, 급기야는 그가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기적을 행한다는 소문까지 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어린 시절의 친구(정신지체가 있는)와 그의 엄마가 그를 찾아오면서 바로 이 일이 모든 불행의 서막이 되고, 숭고한 인간성을 구했던 한 신부를 파멸로 이끈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주제라고 여겨지는 인간의 죄와 구원의 문제, 그리고 진정한 사랑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종 영화는 탐미적이고도 생생한 화면 속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바로 이러한 작법이 박찬욱감독을 독특하게 자리매김하는 매력이기도 하지만, 피범벅으로 꽉 찬 화면을 제대로 감상하기보단 여전히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느끼며 거북스러웠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러한 작법에 또 빠져들게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해도 좀 이해 불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그의 독특한 작풍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국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그들이 추구하는 작품은 이전까지의 작품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면서 인간 안에 내재한 야수성, 또는 본능에 가장 가까운 원초적인 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됐음을 또 덧붙여 본다.  

평소 도덕과 통념에 가려져 있던 날 것의 있는 그대로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것이 바로 이 감독들의 지향점이 아닐까 싶을 만큼 그들의 작품은 노골적으로 우리의 이성보단 본능을 더 깊이 건드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쩜 그런 이유로 그들의 작품은 많은 이들로부터 진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 두 감독이 서로의 코드가 맞다 는 것을 확인하고, 2009년 심사위원장으로 칸 영화제를 이끌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우리의 박찬욱감독에게 “2009 칸 심사위원상”을 안겨준 것은 어쩜 지극 당연한 결과라 여겨졌다.  


으스스하고 위험하면서도 처연해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신부와 또 한 명의 뱀파이어가 되어 버린 태주, 그들의 삶과 사랑 혹은 사랑이라고 믿는 일련의 행위들, 때론 자극적으로, 때론 음울하고도 그로테스크하게 그들을 비추는 시각적 효과, 거기에 가끔 황당하게까지 느껴지는 엉뚱한 대사나 배우들의 발성과 상황까지 배우들의 기량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박찬욱감독의 역량과 그의 전매특허 같은 블랙 유머가 적절히 잘 비벼져 많은 뱀파이어 영화 중에서도 개성 있고, 독특한 이와 같은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었다.  


굳이 내 취향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개성 만점의 감독이 있다는 건 분명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요구되는 현대의 예술 가치로 봐서나 문화 콘텐츠가 한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로 봤을 때 든든한 자산이 아닐까란 생각을 또 해 봤음을 고백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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