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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May 13. 2024

우연의 미학의 선봉이 확실한 작품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미국 문학사에서 '우연의 미학'의 대가 하면 보통 얼마 전 리뷰를 쓴 폴 오스터를 꼽곤 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 견해로는 그 이전에 작가 손턴 와일더가 있었고, 분명 폴 오스터는 그에게 심히 경도되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 이유는 바로 손턴 와일더가 20대에 썼음에도 당시 문학계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큼 이 작품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는 어마무시한 찬사를 이끌어냈고, 그 이후 손턴 와일더는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받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페루에 있는 산 루이스 레이라는 다리가 어느 날 붕괴하면서 다섯 명의 사람이 추락하는 걸로 시작된다. 그 현장을 목격한 수도사가 그들의 죽음이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신의 뜻일까 의문을 가지며 그들의 행적을 뒤쫓는 여정을 소설 형식으로 펴냈다.


사실 우리는 살면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봐도 재난에 해당되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리역 폭발사고, 이태원 참사 등 사건사고가 여러 번 발생했었다.

그때마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을지언정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왜 그들은 하필 그때 그 시간에 거기에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사고를 당한 걸까? 우연일까, 아니면 신의 뜻이었을까?'


순간에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오는 이가 있듯, 어이없게 죽음을 맞는 이도 생기는데, 그게 그저 우연이라면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을 누구나 다 하게 될 거 같다.

해서 우리는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주로는 우연이 아닌 어떤 모종의 인과 관계 혹은 위대한 자의 심오한 계획이나 의지일 거라고 믿고 싶어 한다.

결국 우연보다는 필연에 더 매료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 손턴 와일더는 희생을 당한 그 다섯 명 모두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드러내며 우리들이 범할 수 있는 '필연성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물론 그 다섯 명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물들임에는 분명하다. 마치 다리가 어느 지점과 또 한 지점을 연결하듯 그렇게 연결된 인물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다 한날한시에 그 다리 위에서 추락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죽음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보인다.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 수녀원장의 생각을 통해 드러나는 손턴 와일더의 주제의식은 명확해 보인다.

'... 그러나 곧 우리는 죽게 될 것이고, 그 다섯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으며,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일한 의미인 사랑!'

우리가 사랑하던 사람도 결국 떠나고, 우리 자신도 언젠가는 떠나는 건 정해진 운명이다. 

그 운명 속에서 유일하게 남는 건 결국 사랑! 즉, 사랑하지 않는 자, 그들만이 유죄고 언젠가는 떠나야 할 자가 떠나는 건 결단코 무죄라는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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