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Food Fair'와 'Asian Night Market'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기 전 늦여름 어느 토요일 남편과 나는 몬트리올 시내를 방문했었는데, 그때 생 로랑 거리(Boulvard St-Laurent)에서 'Street Food Fair'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뭐 대단하다거나 거창한 건 눈에 뜨이지 않았지만 길거리에 펼쳐진 여러 물건들과 여기저기서 솔솔 풍기는 음식 냄새와 들뜬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겨웠던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 둘 다 원래 집 음식을 좋아해 외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아니 어쩌면 이건 우리가 아직 완전 맘에 드는 식당을 발견하지 못해서 일 수도 있겠고, 또 한국과 비교했을 때 가성비 면에서 이곳이 많이 떨어져서일 수도 있다), 이날만큼은 몬트리올 길거리 음식을 맛보기로 맘먹고 인내심을 견지한 채 긴 줄을 견뎌냈다(? 남편은 긴 줄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빠에야도 맛보고, 추로스도 맛보고, 닭고기 바베큐 소스를 넣은 샌드위치도 맛보고, 조금씩 작은 양으로 배를 살짝 채우고 나선 차이나타운에서 진행되고 있는 'Asian Night Market'로 발길을 돌렸다.
타이틀은 나잇 마켓이지만 사실 오후 늦은 시간부터 시작되는 행사인 듯 보였는데, 거기서 예전에 자주 찾았던 방콕 식당 부스(Booth)를 발견해 줄을 섰다가 빠타이를 사 먹었다. 그 집의 빠타이는 맛있기로 정평이 자자했었고, 나 역시 갈 때마다 늘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했던 터라 애써 긴 줄을 견뎠다 맛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부스에서 베트남 커피 한 잔을 사서 빠타이를 다 먹은 후 입가심했더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아시아 음식 위주라 한식인 떡볶이 먹는 모습도 간혹 보이긴 했는데 솔직히 이곳에서 먹는 한국음식은 현지화된 게 대부분이라 별 맛을 못 느끼겠다.
그런 이유로 한글학교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 난 늘 이렇게 외치곤 했었다.
"이곳에서 먹은 걸로 한국 음식을 판단하지 말아 달라!"라고.
사실 어느 나라 음식이든 타국에선 그 나라화, 즉 현지화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정체가 모호한 음식(퓨전과는 다르다!)은 날 침울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특히 내 고국 음식에 대해선 좀 더 예민해지고 불편한 심사가 되고 만다.
비록 이곳의 한식이 내 맘엔 안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날처럼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다른 음식을 맛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흥겨움에 취해 새로운 걸 시도해 보는 건 삶의 한 재미가 확실하다 여겨졌었다.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난 이렇게 물었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자주 외출하고 외식해야 할 거 같지 않아? 당신도 좋았지?"
크게 반응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 남편도 흥미로웠던 것 같았다. 남편의 무반응, 무대답은 긍정을 뜻할 때가 많으므로 그렇게 해석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고 지금까지 난 그렇게 믿고 있다.
주차해 놓은 지하철 역 근처 이탤리언 카페에서 에그타르트와 에클레어에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