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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Nov 16. 2024

세 번째 회귀 8- 정명식 응징

기남과 연주는 정명식과 그 일당들을 따라 안으로 들었다.

손님 접견실로 보이는 그곳에 도착하자 정명식이 위엄 있게 입을 열었다.     


“자, 자네들은 일 보고 안 장로만 같이 앉지!”     


아까 밖에서 나섰던 제일 높은 추종자로 보이는 인간이 안 장로인가 보았다.

정명식의 명에 따라 다른 이들이 예를 갖춰 묵례한 후 자리를 뜨자 정명식이 기남과 연주를 향해 말했다.     


“편하게들 앉죠.”     


기남과 연주가 나란히 소파에 앉자 정명식이 제왕의 것으로 보이는 암체어에 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거기는 박재국씨 따님이죠? 우리 교회에서 잠깐 일 한 걸로 아는데...”

“네. 그랬었죠.”

“그럼 같이 오신 저분은 누구신지...?”     


기남이 나서며 말했다.     


“전 이 사람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순간 정명식과 안 장로의 표정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남편 되시는 분이 여긴 왜?”

“제가 이곳에 함께 오자고 했죠. 정명식씨에게 볼 일이 좀 있어서.”

“뭐라는 거야? 토지 불법 사용 어쩌고 한 건 뭐고?”     


안 장로라는 그 추종자가 흥분하며 또 나섰다.

그러자 정명식이 손을 들어 제지시키며 말을 이었다.     


“볼일이란 게 뭔가요? 보아하니 교회를 다닐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날 보자는 이유가?”     


아직까진 자못 위엄을 갖춘 목사다웠다.

하지만 기남이 다시 입을 열자, 그는 더러운 본색을 곧 드러냈다.     


“우리 안사람한테 했던 행동 사과하시죠, 우선!”

“사과라뇨?”     


우선은 발뺌부터 시작했다.

기남도 지지 않았다.     


“워낙 죄가 많아 일일이 다 기억하기도 어렵겠지만”     


그때 안 장로라는 인간이 다시 끼어들었다.     


“듣자 듣자 하니 참!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기남도 역시 그의 말을 자르며 반박했다.     


“여기? 정명식이라는 인간 욕망 해소하는 곳 아닌가? 일종의 해욕소?”

“뭐? 이 사람이!”     


안 장로라는 인간이 길길이 날뛰자 다시 정명식이 그를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뭘 했다는 건지나 우선 들어볼까?”     


여전히 여유를 부리는 정명식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남이 눌러 말했다.     


“더러운 눈빛과 입술로 성희롱 했던 일!”     


그때 안 장로가 다시 나섰다.     


“교주님! 저한테”     


안 장로의 말을 끊으며 정명식이 냅다 소리를 질러댔다.     


“시끄러워!”     


그러곤 곧바로 기남을 향해 씹어먹을 기세로 말을 이었다.     


“성희롱? 내가?”     


그러더니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허세를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는 그에게 다시 한번 기남이 일갈했다.     


“아! 내 아내에겐 성희롱이었지만 다른 여성들에겐 성폭행이었지, 아마? 교주라는 자가 그런 짓을 하는 걸 교인들이 알고 있을까? 게다가 정기적으로 채홍사를 두고 욕망을 채워나가고 있다는 걸?”     


정명식의 눈치를 보면서 안 장로가 입을 떼려고 하자 정명식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쳐댔다.     


“좋게 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구먼!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누구한테 훈계질이야? 내가 너 같은 애송이한테 훈계나 들을 사람으로 보여?”     


옆에 있던 안 장로가 다시 나섰다.     


“교주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피로하실 텐데 안채로 들어가 그만 쉬시죠.”     


정명식이 알겠다는 식으로 일어서려 했다.

그때 기남이 위압적으로 말했다.     


“사과 없이 그냥 가면 후회할 텐데!”

“이 자식이 정말!”     


안 장로가 주먹을 날려 기남을 치려고 했다.

기남이 주먹을 피하며 손가락으로 그의 어깨를 건드리자, 그가 무력하게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윽!”     


그런 그의 모습을 보자 정명식이 눈을 크게 뜨고 놀라더니 쓰러져 있는 안 장로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려고 했다.     


“장로라는 작자가 주먹을 안 쓰나, 교주라는 작자가 도망을 안 치나, 이 교회 뭔가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군!”     


기남이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연주는 옆에서 불안한 눈으로 이 사태를 관망했다.

정명식이 기남을 쏘아보며 외쳤다.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 우리 애들, 부르면 당장 달려와 날 위해 죽을 애들이 몇이나 되는 줄 알아?”

“그러셔? 그럼 불러보지, 한 번!”    

 

기남이 서서히 정명식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명식이 두려움에 그를 피해 뒷걸음쳤다.

그때 기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넌 사악한 두 눈으로 선량한 여성들을 탐하고 농락했으니 네 두 눈은 이젠 쓸모 없어져야 맞겠지?”     


말을 마친 기남 앞에 있던 정명식이 순간 두 손을 눈으로 가져가더니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다.

다시 기남이 말을 이었다.     


“어디 눈뿐인가? 너의 그 더러운 두 손과 생식기는 실제로 성범죄를 저지른 도구니 그 또한 죗값에 맞게 처단해야 할 테지.”     


기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번엔 정명식의 두 손이 안으로 꼬부라지더니 손가락 역시 다 안으로 말려들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 모든 걸 보고 있던 그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으흐흑!”     


이번엔 정명식이 꼬부라진 두 손으로 고통스러운 듯 사타구니를 감싸 안았다.

연주가 놀랍다는 눈빛으로 기남을 쳐다봤다.

기남이 고개를 끄덕였고, 연주는 그게 바로 그의 특별한 능력이라는 걸 알아챘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능력.

고통 속에 헤매다 정명식이 갑자기 외쳐댔다.     


“앞이 안 보여! 아무것도 안 보여! 오! 주여! 왜 날 버리시나이까?”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정명식이 이번엔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눈알이 거의 뒤집어졌다.

혀가 뒤로 말리는 듯 정명식은 거의 숨도 못 쉬고 있었다.

기남이 정명식의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너의 그 간사한 혓바닥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 죄, 그 죄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해!”     


말을 마친 기남이 연주를 바라봤다.

연주는 이 모든 상황이 자기 눈앞에서 펼쳐졌음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얼이 빠져 있었다.

그때 정명식이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더니 꼬부라진 손을 앞으로 내밀며 사방을 휘젓기 시작했다.

안 장로라는 자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고, 뭔가를 서둘러 찾던 정명식은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마에선 물처럼 땀이 흘러내렸다.

안간힘을 쓰며 소리를 내려고 하는 그를 바라보다 기남과 연주는 접견실을 빠져나왔다.     


“그를 심판하길 원했긴 했지만, 막상 보게 되니 좀 그러네.”

“...”

“같은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게 맞나 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세상에 나 같은 처단자도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난 생각해!”     


기남이 연주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 그녀의 어깨를 자분자분 두드렸다.     


“박재국도 그렇고 정명식도 그렇고 다 죽어 마땅하긴 하지. 그래도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잘 모르겠어. 후련하면서도 한 편으론 좀 그러네.”     


기남은 말을 아꼈다.

둘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밖에선 여전히 수련회 행사로 소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수련원 건축 관련 불법을 뻔히 알고 있으니 그걸 무마하기 위해 교섭 중인 걸로 알고 접견실 근처엔 다시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

때론 지나친 충성심과 맹신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자기들 교주가 어떤 꼴이 돼 버렸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둘은 차로 가 차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 사이엔 적막감이 흘렀다.

정작 기남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연주는 기쁨 대신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 연주의 생각을 읽은 듯 기남이 입을 뗐다.     


“당신이 염려하는 거 알아! 난 내 능력을 남용할 생각이 전혀 없어! 그러니 염려 놓아도 돼.”

“당신이 알아서 할 거라는 건 알지만 아까도 말했듯 우린 모두 다 미약한 인간이야. 주님만이 우리를”

“당신은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녀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난 생각이 조금 달라. 인간의 일은 인간이 알아서 해야 하기도 해. 그래야 인간 사회 질서가 잡히거든. 그래서 법도 있는 거구.”

“그럼 법에 호소해야지 당신이 단죄하는 건...”     


여기까지 말을 마친 연주가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 말 뜻은...”

“됐어! 설명하지 않아도 돼. 알아들었어!”

“난 당신이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길 원치 않아.”

“...”

“세상에 얼마나 악인, 악행이 많은데 그걸 다”     


기남이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며 연주의 말을 막았다.     


“내가 다 어떻게 하겠다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없고. 다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보살피고 싶어. 또 주변에 있는 악행에 대해선 그냥 눈 감을 수 없어.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당신 맘은 이해하지만 그러다 무슨 험한 일이라도”

“내가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거, 또 내게 특별한 능력이 주어진 거 분명 어떤 뜻이 있어서 일거야. 난 그걸 믿고 내 힘이 닿는 한 잘못된 걸 바로 잡으려고 노력할 거야.”     


연주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았다. 말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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