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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Dec 07. 2024

세 번째 회귀 20- 패륜아 손보기

며칠 후 박흥식이 전화를 줬다.     


“기남아! 도저히 안 먹힌다! 어쩌냐?”

“...”

“말이 안 되긴 하잖아.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막자는 게.”

“고마워, 형!”

“한 것도 없는데 뭐가 고마워!”

“그래도 고마워! 애써줘서! 참! 이것 하나만 부탁할게. 내가 말한 그 이름을 가진 자가 경찰서에 잡혀 들어오면 나한테 좀 알려줘.”

“알았어! 그럴게.”     


통화를 끝낸 기남은 생각에 잠겼다.

박흥식으로부터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니, 남은 한 가지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직접 그를 찾아내 일어날 일을 막는 방법.     

기남은 사무실을 나섰다.

일단 그가 갈만한 도박장에 관한 정보는 이미 박흥식으로부터 입수해 놓았다.

기남은 그중 한 곳으로 향했다.     

허름한 건물 앞에 이상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주차한 후 지켜보니 입장하는 사람들을 점검하는 게 보였다.

박흥식이 가르쳐준 아지트가 분명했다.

기남은 머리를 조금 헝클어뜨린 후 차에서 내려 그쪽을 향해 걸었다.

가는 도중 옷도 조금 구겨지게 손으로 쥐었다 놨다.

기도를 보는 사람들 중 한 명이 기남을 제지했다.     


“어떻게 오신 겁니까?”

“왜 왔겠냐? 씨X”     


그들이 서로 눈짓으로 대화했다.     


“내가 하우스에 꼬라 박은 돈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 여기 말고 니들 다른 구역!”     


여전히 그들이 어찌할까 통밥을 굴리고 있는 그때 기남이 외쳤다.     


“나, 가? 안산으로?”     


안산은 이들이 관리하는 업장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도박장을 말함이었다.

오기 전 박흥식이 준 정보를 토대로 기남은 미리 공부를 좀 해뒀다.

능청스럽게 기남은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내 들고 그들 앞에 흔들었다.

이 또한 미리 준비해 온 거였다.     


“어떡할까? 이거 들고 걸로 가?”     


그중 다른 이보다 급이 높아 보이는 자가 고갯짓을 하자 기남을 막았던 자가 길을 텄다.

기남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업장 안으로 들어섰다.

담배 연기로 뿌연 공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갖가지 군상들이 시뻘건 눈으로 도박에 탐닉 중이었다.

그들을 차례차례 스캔한 후 기남은 그가 거기 없다는 걸 알아내곤 바로 밖으로 나왔다.

금방 밖으로 나온 그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이들을 향해 기남이 핸드폰을 흔들며 외쳤다.    

 

“아, 마누라쟁이가 씨X 애새끼를 낳는다네!”     


기남은 차로 가 시동을 건 다음 즉시 출발했다.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새우며 도박장을 몇 군데 돌다 마지막 한 군데를 남기고 기남은 차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미리 말은 해 놨지만 아직 귀가하지 않는 자기를 걱정할 연주가 걱정돼서였다.

잠시 후 연주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별일 없어? 아직도 일 안 끝난 거야?”

“응.”

“...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

“그게... 암튼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태교에 안 좋으니까 세세한 건 말 안 할게.”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젠가 보구나! 알았어. 너무 늦지는 마!”     


통화를 마친 기남이 차에서 내려 도박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후 그는 입장할 수 있었다.

끼리끼리 알음알음으로 그런 업장을 꾸리는 어둠의 무리들은 워낙 눈썰미가 좋아 그는 더 오버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한 게 평소 쓰지 않던 말투도 상황이 허락되면 절로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 그를 찾았지만 거기서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피곤에 절어 집으로 돌아갔다.     


***     


다음날 늦잠을 자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았더니 박흥식이 흥분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너가 말한 박한성 경찰서에 들어와 있대!”

“어디 경찰서?”

“강남.”

“...”

“죄목이 뭔지 알아?”

“뭔데?”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한테 호텔 가자 떼 부리다 안 간다 했다고 폭행했단다. 완전 쓰레기 새끼네.”

“가면 만날 수 있지?”

“응. 내가 말해놨어.”

“고마워, 형!”     


기남은 침대에서 즉시 빠져나와 욕실로 향했다.

출발한 지 정확히 15분 만에 기남은 강남경찰서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박흥식에게 미리 연락을 받은 경찰이 경찰서 유치장 안에 있는 박한성을 꺼내 취조실에 앉아 있던 기남에게로 데려왔다.     


“???”     


박한성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기남을 쳐다봤다.     


“꼰대가 보낸 사람?”     


역시 말이 짧았다.

기남이 대꾸하지 않고 자리에 앉으라는 손 신호를 보냈다.

당장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박한성이 성질을 냈다.     


“너 뭐야?”

“네 미래의 생명의 은인!”

“뭐? 뭔 개소리야?”

“너도 존속살인죄가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 높은 건 알지?”     


당황한 박한성이 말을 더듬었다.     


“뭐...라는... 거야?”

“난 네가 하려는 짓을 알고 있어! 그거 막으려고 여기 온 거고!”

“...”     


박한성이 찔린 표정을 짓다가 다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 기남이 한 마디를 더했다.     


“멈추지 않으면 넌 내 손에 죽어!”     


그 말에 박한성이 허세 넘치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이 새끼 단단히 미친 새끼네! 돈 냄새 맡고 협박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아!”     


동시에 박한성이 주저앉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남이 그에게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너 여기서 나가면 곧장 집으로 가라! 세운상가 쪽엔 얼씬도 말고!”     


자기 계획을 알고 있는 기남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박한성이 외쳤다.     


“너 정체가 뭐야?”

“나? 말했잖아. 네 미래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개소리 집어치우고 어떻게 안 건지나 말해봐!”

“그건 영업 비밀! 꼭 내 말 명심해라!”     


기남이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박한성이 정신 나간 표정으로 문 쪽을 쳐다봤다. 

    

***     


다음날 박한성 엄마가 합의금을 마련해 유치장을 찾았다.

풀려난 박한성은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자길 보러 오지 않은 아버지를 원망했다.  

   

“지 아들이 유치장에 있는데 코빼기도 안 보여? 흥! 이러니 내가 안 삐뚤어지고 배기나?”     


어머니가 화가 나 손바닥으로 그의 등짝을 후려쳤다.     


“이 녀석아! 너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따위 소리를 하고 자빠졌냐? 우리 같은 부모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봐!”

“아야! 왜 나만 가지고 그래?”

“그럼, 누구한테 말할까? 응? 니 동생은 너보다 신경 못 썼는데도 좀 봐라! 어떻게 사는지!”

“왜 또 비교질이야!”     


그는 적반하장 식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속상한 그의 엄마가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널 낳고 미역국 먹은 게 아깝다 아까워! 그래도 장남이라고 어릴 적부터 싸고 돈 결과가 이 모양이니! 아이구!”     


그 말에 미안한 표정은커녕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세운상가에 모습을 나타냈다.

주변을 돌며 등산용 칼과 휘발유, 밧줄을 구입했다.

사실 그의 뒤엔 기남이 노상 붙어 있었다.

기남은 유치장에서 풀려난 그날 이후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도 그의 뒤를 밟았다.

그가 구입한 물건을 들고 택시를 잡으려는 그때 기남이 모습을 드러냈다.

놀란 눈을 하고 입을 쩍 벌린 채 박한성이 외쳤다.     


“여긴 어떻게?”

“내가 경고했을 텐데. 여기 얼씬하지 말라고.”

“왜 따라다니고 지랄이야! 그리고 네가 뭔데 오라, 마라야!”

“넌 아주 말을 X같이 듣는 못된 버릇이 있구나!”

“뭐? 이게 정말!”

“오늘 너 개조 좀 하자! 이리 따라와!”     


박한성은 원치 않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자기도 모르게 기남을 따라가고 있었다.

세운상가 뒤쪽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이리 와 봐!”

“내가 왜?”

“아니다! 너 산 거부터 여기 내려놔라!”     


박한성이 기남 눈치를 슬슬 보면서도 허세 돋는 말을 또 내뱉었다.     


“너 우리 집이 어떤 집인 줄이나 알고 까부는 거야?”

“네 입에서 우리 집이란 말이 나오다니 많이 놀랍네! 난 네가 가족을 X같이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게 말이면 단 줄 아나? 내가 뭐? 우리 집이란 말이 뭐 어떻다는 거야!”

“잘 들어! 넌 네 부모를 죽일 계획을 세웠지. 게다가 아무 잘못 없는 사촌까지 죽게 만들뻔했어. 그걸 막는 게 내 임무거든. 해서 말인데 우선 좀 맞을래? 아님, 개조된 뒤 맞을래? 선택해!”

“이게 뭐라는 거야? 정말 보자 보자 했더니”     


그가 산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젊다는 거 하나 믿고 먼저 주먹질을 시작했다.

기남에게 다가와 호기롭게 팔을 뻗자 그의 팔이 고대로 굳어버렸다.     


“어! 이게 뭐야!”     


말도 마치기 전 기남이 그의 턱주가리를 120도 가깝게 돌려버렸다.     


“으으윽!”

“니 팔은 그동안 못된 짓한 벌이다!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 거야.”     


박한성은 턱이 돌아갔어도 팔은 고대로 고 자세였다.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가 사정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살려주세요! 제발요!”

“이제 말이 좀 길어졌네? 알았어! 죽이진 않을 예정이야.”

“원하는 거 다 말해봐요. 우리 집 돈 많아요. 원하는 거 다 줄게요.”

“부모 돈을 지 돈인 듯 말하는군! 그것도 잘못이니 한 대 더 맞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번엔 그의 턱주가리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버렸다.   

  

“으으윽!”     


무릎이 꺾였지만, 팔은 역시 고대로 뻗은 채로였다.     


“제발! 허헉! 그만해요! 아프잖아요!”

“사람을 죽이려는 사람이 하는 말치곤 완벽한 난센스군! 죽음과 아픔 중 넌 뭘 택할래? 응?”     


기남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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