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한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기
추석 연휴가 이어지던 지난 10월 8일 우리 가족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아 멋진 작품들을 관람했다.
기나긴 추석 연휴 동안 마땅히 뭘 할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봐도 참으로 잘 한 결정이었다.
몇 년 전에도 어머니를 모시고 동생과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주차도 편리하고 휠체어를 타신 어머니를 배려하는 정책으로 참 좋은 기억이 남아 있어 선뜻 나서게 됐다.
그런데 그날은 웬일인지 가족 모두 무료 입장할 수 있었는데, 지금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추석연휴라 그랬나? 올 추석엔 고속도로 통행료도 무료던데?
그건 그렇고 국립현대미술관 관람 전 경복궁부터 구경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 주변 차량 통제가 엄청나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일단 주차장까지 차량이 너무 많았고, 시간이 너무 지체돼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결론 내렸다.
해서 우린 국립현대미술관을 택했고, 주차 후 빠르게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린 많은 전시 중 일단 가장 흥미로운 작가인 '김창열' 작가 작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휠체어를 타신 어머니를 모시고 너무 오랜 시간 혼잡한 군중들 사이에서 작품을 감상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며 가며 꽤 여러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LG와의 협업 MMCA×LG OLED 시리즈 중 올해 작품인 서울, 파리에 기반을 둔 작가 '추수'(뜻은 가을물이라고 한다!)의 '삶의 여덟 정령' 전시가 눈에 뜨였다.
위치적으로도 중앙홀에 마련돼 그렇지만, 알듯 모를 듯 거대한 생명체의 미묘한 움직임이 다양한 감정으로 이끌었기 때문인데, 나중에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살펴보니 이런 설명이 있었다.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이라는 전시 제목은 작가가 창조한 생명체 ‘아가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관이 일종의 연유로 인간 세계에 드러나기 시작한 정황을 담는다. 서울관 모든 전시실을 연결하는 동선의 중심에 위치한 서울박스는 관람객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생명력과 소멸, 그리고 다시 태어남이 뒤엉킨 낯설면서도 유기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영속적인 디지털 세계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조각이 교차하는 생태계로 확장된 서울박스에서, 관람객은 생명 창조와 연결된 여성의 욕망과 자연의 순환,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감정과 에너지를 마주한다.
그 외에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분들의 작품과 한국 현대미술 작품들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대가 됐던 건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 작품이었다.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며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꼼꼼히 읽다 보니 왜 그가 그렇게 물방울에 집착하게 됐는지도 이해됐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홈페이지 설명을 옮겨와 봤다.
«김창열»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김창열(1929–2021)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회고전으로, 한국의 근현대사와 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그의 작업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20세기 중반,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도시화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근대화 과정은 김창열의 내면에 깊은 상흔을 남겼고, 이는 고유한 조형 언어로 승화되었다.
김창열은 1950년대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하며 서구 현대미술의 어법을 한국적 정서와 접목하는 데 앞장섰고, 1965년 뉴욕에서의 활동을 거쳐 1969년 파리에 정착하기까지 자신만의 예술에 도달하기 위한 실험과 도전의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1970년대 초, 물방울 회화의 여정이 시작되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였고, 평생에 걸쳐 탐구한 물방울은 곧 김창열을 상징하는 예술적 기호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물방울의 시각적 아름다움 이면에 자리한 상흔의 기억과 근원적 미의식에 주목하며, 작업 초기 및 뉴욕 시기의 미공개 작품과 귀중한 기록 자료를 통해 작가의 창작 여정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물방울이라는 형식 속에 스며든 다양한 조형 언어를 새롭게 발견하고, 우리가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김창열의 예술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고유한 정신성과 그 미술사적 의의를 다시금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미술관 관람을 끝낸 후 우리 가족은 예전부터 즐겨 찾던 '한일관'을 찾았다.
오랜 전통과 한결같은 맛을 자랑하는 그곳에서 남편은 골동반(전통 비빔밥)을, 우리 모녀는 물냉면을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저녁은 아주 간단하게, 조금만 먹는 게 습관이 돼 있어 맛보고 싶은 메뉴는 많았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다소 긴 날이었지만 흥미로웠고, 가족 간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한 멋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