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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갓 Oct 03. 2020

카페에서

카페에서 그냥 끄적끄적..

 어느덧 추석 연휴도 막바지를 향해간다. 주말이나 연휴에, 나는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카페에 들른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며 책을 읽기도 하고, 듣고 싶었던 노래들을 질리 때까지 듣거나 창가에 앉아 바깥 구경을 하기도 한다.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둘러볼 때면 싸우는 커플들도 자주 보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 싸울까?' 하는 호기심보다는 그냥 마음 한편  아파진다. 정말 아픔이 느껴진다. 그리고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른  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드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오랜 연애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카페에서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내일 '  '다음  주말에 '  아닌 ' 지내' 라는 인사로 끝을 맺었다. 어쩌면 우리의 이별 방식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10년을 넘게 만나는 동안  싸움   하지 않았다. 물론 가끔 사소한 다툼이 있기는 했지만  싸움은 3일을 넘기지 않았다. 만난  5년이 넘어가면서는 그마저도 횟수가 줄고, 강도도 약해졌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겪은 부부의 안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내가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그렇게 우리는 맑고 쾌청한 어느 초여름 , 둘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의 모든 것은 '그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숨이 막혀 죽을  같은 사람 앞에서 손끝에 박힌 가시 때문에 아프다고 징징거릴 수는 없다. 그건 체면의 문제니까.
  이후로 나는 싸우는 커플을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절로 표정이 찡그려졌다. 이유를   없는 연민을 느끼고, 그저 갈등을  풀어 내기를 바랐다. 그녀의 말처럼 애초에 우리의 인연이 거기까지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아파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슬플 뿐이다.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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