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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갓 Apr 27. 2022

아무 의미 없는 일기

4월 18일

 갑자기 일기를 하나 더 쓰고 싶어서 다시 일기장을 펼쳤다. 사실 다시 이렇게 일기를 쓴다는 게 너무너무 귀찮기는 한데 지금 쓰지 않으면 이 이야기를 까먹어서 영영 쓰지 못할 것 같아서 이렇게 다시 펜을 잡았다.

 오늘 낮에 처음 떠오른 생각인데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를 죽이지 못하게 설계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한 사람이 정말 죽으려고 마음을 먹으면 악마의 하수인 같은 것이 찾아와서 동의서를 받고, 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그 사람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 행복하게 살아볼 기회를 얻는 것이다. 때로는 안타까운 죽음도 있을 것이다. 생계 때문에, 장애 때문에, 가족을 잃은 슬픔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는 천사가 와서 동의서를 받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이 되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일부가 되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간다. 늦은 밤,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그런 마음을 먹게 된다면 나에게는 누가 찾아올까? 이번에도 나는 정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인간이니까. 일기를 쓰기 전에는 뭔가 장황한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쓰고 보니 참 짧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마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도 내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도 쓰고 있으면 글을 끄적거리는데 집중하느라 그나마 잡생각을 하지 않게 되니까. 때로는 이렇게 끄적일 말조차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힘든 날이 있다. 오히려 오늘 같은 날보다 그런 날이 더 많기는 하지만. 결국 내가 이런 글들을 계속 쓰는 것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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