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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17. 2021

공학이 바꾸는 세상

MIT, 공학의 세상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보스턴으로 유학을 떠나 맞이한 교과서 너머의 충격적인 세계, MIT 공대 대학원의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공학을 통한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며 오늘 하루도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의 용기 있는 여정, 시간표 격자 밖의 세상으로 모든 독자 분들을 초대한다. 미래는, 우리가 선택하는 마음가짐이다.”


 1부. 꼬맹이 나의 전부

엉덩이 무거웠던 학창 시절이 기억에 생생하다. 70 점보다는 80 점, 90 점보다는 95 점을 받기 위해 아등바등 살았다. 일과를 마무리하며 수고한 나에게 달콤한 짧은 휴식을 주기는커녕, 그 시간마저 아깝다며 기세를 몰아 기숙사 학습실이 문 닫는 시간까지 엉덩이 바짝 공부했다.

교과서를 암기하다시피 했고, 글쓴이의 집필 의도가 완전히 파악될 때까지 거듭 생각했고, 숙제도 꼬박꼬박 해갔다. 활달한 성격에 “샘 잠깐만요!” 외치며 “정답 알려주시기 전에 쫌만 더 생각해보면 안 되나요" 하는 당돌한 요청도 해봤고, 작은 머리를 요리조리 굴려가며 어려운 수학 문제를 밤늦게까지 붙잡고 있어 보기도 하였다.


그토록 풀리지 않던 문제가 마침내 풀렸을 때의 희열, 지우개 가루 가득한 책상 너머로 뱉어 보는 안도에 젖은 뿌듯한 한숨. 다음날 친구들과 점심시간 축구를 할 생각에 설레어 잠에 들던 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내 학창 시절의 추억이다.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 칭찬을 듣고, 축구를 잘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싸가 되니, 이보다 더 멋진 세계는 존재할 수 없었다. 공부와 축구. 이 둘은 곧 내 삶의 전부였다.


2부. 빅뱅


그런데 웬걸, 유학을 나와보니 세상은 교과서와 축구공 너머의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후 변화, 인종 차별, 식량 안보, 교통 체증, 암세포 전이 등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더불어 자율 주행, 수직 농법, 비접촉 수술, 신재료 개발 등 인류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해결책들까지. 자기에게 와 닿는 그 한 주제에 푹 빠져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반짝이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임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친구 한 명은 대중들이 아직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모른다며 기후 변화를 시각적으로 알리는 일이 급선무라 하며 나라 및 지역별 기후변화를 다양한 색깔로 표현한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인종 차별을 겪고 자란 나의 또 다른 친구는 인종 차별로 인한 학업 성취도 저하 문제에 꽂혀 학내에 “다양성, 평등성, 그리고 포괄성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이라는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는데 버스 노선이 이렇게 복잡할 필요가 있을까 늘 답답해하시는 어느 교수님은 우선 보스턴 시내의 교통 체증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며 수학 알고리즘을 개발해 노선을 단순화하는 데 성공하셨고, 그 덕에 보스턴 시 초등학생들은 아침잠을 무려 30 분이나 더 잘 수 있게 되었다.


논밭이 고향인 친구는 현대식 건물의 무분별한 건축으로 농경지 면적이 점점 줄고 있다는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껴 농작물을 수평한 지대 말고 지면에 수직 한 벽에 붙인 채 자라게 하는 수직 농법 (vertical farming)에 관심을 갖고는 건물 벽 외관에 바를 수 있는 젤과 그 젤 안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들을 찾으러 다니고 있기도 했다.



어릴 적 친동생의 추락 사고로 수술 현장에서 갖은 마음고생을 하셨던 친한 형 한 분은 환자가 피를 흘리는 즉시 지혈할 수 있는 의료용 반창고는 왜 없는 것인가 한탄하며 젖은 표면에서도 단번에 작동 가능한 반창고를 개발해 보스턴 소재 병원에서 임상 테스팅을 해보고 계셨다.


수술 시 환자 몸에 흉터는 또 왜 이리 많이 생기는지 답답해하셨던 또 다른 형은 길고 가느다란 로봇을 만들어 환자의 몸에 최소한의 흉터 만을 남기고 정밀 수술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고 계시기도 했다.


아이디어도 넘쳐나고 그 아이디어에 젊음을 바칠 청년들도 넘쳐나는 도시 보스턴. 큰 쇼크였다. 거리를 걸어도, 카페에 가도, 수십 통 씩 와있는 학교 이메일 함을 열어봐도, 길을 잃어 옆 건물에 잘못 들어서도, 벤치에 버려진 지역 신문을 들여다봐도, 온통 이러한 류의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맞이한 이 새로운 우주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책상 공부는 학생의 마땅한 본분이기도 하고 그 유익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쪽짜리 삶이었다. 교과서에 담긴 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생각, 그리고 남의 지식이었기 때문이다. 목소리, 그래 나만의 목소리! 바로 그것으로 사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이 아닐지 생각했다. 




<공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계약했습니다. 훨씬 더 다듬어지고, 편집되고 중간 중간 중요한 팁들도 많이 들어가 훨씬 보기 좋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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