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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20. 2023

국제결혼을 하고 가장 놀란 점 2

지난번 쓴 국제결혼을 하고 가장 놀란 점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했다.

https://brunch.co.kr/@geonahn/376



이어서 또 다른 국제커플인 알렉스와 스티븐의 이야기와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보고자 한다.


생각보다 결혼을 한 커플 사이의 갈등이 많다. 알렉스와 스티븐이 처음으로 가장 놀랐다고 말한 점은 재미있게도 너무도 많은 갈등이었다. 어떤 커플 갈등의 형태는 정말로 격한 말싸움, 혹은 물리적인 싸움일 수도 있고, 다른 갈등의 모습은 냉전의 그것과 닮아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부부 사이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국제결혼이든 아니든 무관하게 결혼한 부부들 사이의 놀라운 점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갈등에 대해서 굳이 외부에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우리 커플만 이렇게 갈등이 많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는 다 나름의 형태로 갈등을 가지고 있고, 그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어쩌면 결혼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부 사이에서도 개인 공간(personal space) 혹은 사생활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갈등의 이야기와 연이어 나온 이야기가 개인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결혼을 하면 마치 둘이 언제나 함께 해야만 할 것 같다. 실제로 잠에 들 때 잘 자라는 배우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같이 잠에 들고, 일어나 눈을 떠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도 배우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이유로 "데이트하고 집에 헤어지는 것이 너무 싫어서"를 뽑는 사람이 아주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부부는 항상 함께 해야 하고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분명 부부는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삶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럼에도 부부 사이에서도 분명히 서로 존중해야만 하는 개인 공간이 있다. 특히 핀란드에서는 이 개인 공간이 중요하다.

핀란드에서는 코로나가 찾아오기 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켜왔다. 실제로 워낙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가진 공간을 존중하고 그 거리를 지켜주는 것이 서로를 위한 예의로 여겨진다. 한국에서 "정" 혹은 "오지랖"으로 여겨지는 개인 공간의 무시는 큰 피로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개인 공간의 존중은 부부 사이에서도 참 중요했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너무도 힘들었던 2020년이었지만, 돌아보면 그에 못지않게 아내와 함께 약 7~8평 정도 되는 원룸에서 살았던 때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었다. 당시에 나는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아내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었던 것 같다. 이역만리 타국에 나만 보고 찾아온 아내가 외롭지는 않을까, 내 친구들도 함께 만나려 했고, 그렇지 않을 때 역시도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 했다. 서로가 각자 자신의 삶을 영유하기도 사실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한 상황은 나와 아내 모두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여도 각자의 정서적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다.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그러니 더더욱 각자의 공간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각자 부족한 사람이라 각자 부족한 반쪽을 채운다는 은유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각자 온전한 사람으로서, 그 둘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씩 맞춰가는 그런 서로의 적절한 거리가 있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인 것 같다. 이런 개념이 낯설지 않은 핀란드인을 아내로 두다 보니 조금 더 쉽게 그런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결혼이란 것은 개인적이다. 결국 스티븐과 알랙스와 대화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결혼은 개인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모두의 결혼은 다 다르다. 나와 내 아내의 결혼은 국제결혼이라서 다른 것이 아니다. 그저 나와 내 아내, 마리안네의 결혼이기에 다른 그 누군가의 결혼과 다른 것이다. 당연히 스티븐과 알랙스와의 대화에서 우리 부부와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또 다른 점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공통점과 차이점은 꼭 국제결혼이라 서라기보다는 "결혼"이라서 그렇다.


한 사람을 소우주라고 하지 않던가. 그 소우주가 함께 만나 만드는 결혼은 정말 우주와 우주의 충돌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로 다른 국적이라고 해서 그 우주가 같은 국적의 우주와 더 많이 다르지 않다. 우주의 충돌은 그 자체로 강력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로 이 글을 마쳐 본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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