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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Sep 04. 2024

MIT 박사과정 첫 주

보스턴과 찰스강 

오랜 시간 원했던 MIT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대학원 과정을 시작하는 학생들과 함께 많은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한국에서의 오랜 더위를 뒤로 하고 보스턴에 오니 상쾌한 날씨가 나를 반겨준다. 

우리 집 거실 뷰

찰스강이 보이는 거실뷰, 그리고 푸르른 하늘이 반겨주니 신날 수밖에 없다. 

2022년 겨울부터 방문학생으로 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이제 박사과정으로서 최소한 MIT에서 학생신분으로 6년을 지낼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남다르다. 


필자가 다니는 학과는 뇌인지과학과로, 한 학년에 17명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뇌과학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학사를 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학업적으로 인정을 받는 교수가 한국에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학년에 한국인은 나뿐이고, 전체 1학년부터 6학년 전체를 다 찾아봐도 한국에서 학부를 나온 경우는 나 혼자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부터 다니신 분이 있기는 하다.) 오리엔테이션 행사들이 많은데, 이 행사들은 쉽게 말하면 자신의 코호트 (Chohort, 한국어로 치면 과 동기)들과 친해지라는 행사다. 2019년에는 핀란드에서 살았고, 2023년 내내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의외로 동기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이 친구들과 이곳에서 6년간 함께 보면서 지낼 것이고, 나아가 졸업을 하고 나서도 학계를 가던 산업계를 가던 뇌과학을 떠나지 않는 이상 평생을 보며 지낼 소중한 인연들이다. 친구들과 빠르게 친해지고 싶었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어서, 대부분의 처음 만난 친구들과는 나의 여행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학과에는 미국인이 대부분이다. 그 친구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미국외의 국가는 가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 별로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 더군다나 미국에는 왜 이렇게 주가 많은지, 위스콘신, 네브레스카, 오레곤 등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주에서 온 친구들이 참 많다. 그 주가 어디인지도 모르니 할 말이 별로 없다. 더군다나 미국 친구들끼리 서로 팝컬처를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할 말이 하나도 없다. 한국인 연예인 가십에도 큰 관심이 없는데 미국 연예인들은 이름조차 처음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 들어와서 서로서로 친해지는 환경이 대학교에 들어가고 처음이니, 10년 만이다. 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동기들이 나보다 많은 경우 6살이나 어린것도 아무래도 좀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 


한발 떨어져 생각을 해보니 이제 청소년기도 아니고,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한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다 좋아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중에서 나랑 잘 맞는 몇몇의 친구만 잘 사귀면 된다. 굳이 부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더 사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어도 될 것 같다. 그것이 나에게도 편하고, 오히려 더 오래 만날 수 있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오랜 시간을 보낼 학교 이 닌 만큼 무엇보다 즐겁게 지내야겠다. 그리고 이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겨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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