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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Apr 27. 2024

미국 MIT 대학원 유학 가는 법 -박사과정

Connect the dots

이번 가을 MIT 뇌인지과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의 나를 비롯한 많은 공과대학, 자연대 학생들, 과학고 학생들이 꿈꾸던 곳에 가게 되어 강연을 할 일이 생겼다. 나의 모교 강원과학고등학교 후배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후배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우수학생센터 후배들까지 총 3번의 강의 일정이 잡혔다. 강의 일정을 잡고 나니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먼저 궁금한 질문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당연하게도 학생들이 물어보는 것은 결국, 어떻게 MIT에 들어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답변은 


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다양한 점을 찍고, 그 점을 연결하여 예쁜 그림 그리기 

라고 할 수 있다. 


나의 MIT박사과정 스토리는 다른 학생들과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MIT박사과정에 입학한 많은 학생들의 경우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대학원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는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입학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3명의 강한 추천서와 유의미한 연구경험, 그리고 좋은 학점이 필요하다.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일찍부터 준비를 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MIT로 학부를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친구들의 경우 대부분 거의 수석졸업에 가까운 학점이다. 


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점찍기 

2012년, 고등학교1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투어를 했다. 하버드, MIT, 예일, 프린스턴 대학교를 방문했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냥 막연하게 MIT라는 학교의 분위기와 건물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미래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MIT를 다니는 한국인 학생분이 학교 투어를 해주면서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삶을 사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도 않았지만, 그 자신감과 자신의 연구 이야기를 하는 학생분의 눈빛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좋은 에너지를 받아 내게 주어진 일이었던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렇게 2014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재미있게도 내가 가장 열심히 했던 활동은 연극동아리 활동이었다. 연극은 내게 너무도 새롭고 재미있는 활동이었다. 다른 사람으로서 행동하고 말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사람이 되어 나와 전혀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연기하는 것에 매료되어 2년간 정말 열정적으로 그 활동을 했다. 다만 학점은 2점대 까지 떨어졌다. 


그렇게 재미있는 2년의 시간을 보내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강제로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겼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훈련소에서 불침번을 서던 2016년의 3월, 내 인생을 다시 살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다.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겼고, 사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복학 이후에 사람을 이해한다는 목표로 뇌-마음-행동이라는 전공을 부전공으로 삼게 되었다. 다시 강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3학년부터는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니 학기 학점 4.1 ~4.2 정도의 학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성취를 해보는 경험을 다시 하고 나니, 나도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인공지능이 무엇보다 큰 흐름이라는 것을 느껴 인공지능을 이용해 뇌과학을 공부하는 Computational Neuroscience, 전산 뇌과학분야의 연구 역시 열심히 진행했다. AI로 인간의 뇌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재미있었다. 


3학년을 마치고는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갔다.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교육학과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탐구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을 글로 남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라는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 책을 한번 쓰고 나니 계속해서 책을 쓰고 싶어,  <공대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라는 책을 비롯하여 총 4권의 책을 지금까지 저술했다. <공대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의 책의 인세를 이용해서 장학재단도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무언가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달렸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나는 그때그때 내 눈에 보이는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활동을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예쁜 그림이다. 점이 아니고. 


그렇게 그 순간순간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활동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냈다.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이었다. 다만 하나 문제가 있었던 것은 내게 주어진 것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밑그림 단계인 점들만 남았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재료공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뇌과학을 또 열심히 공부하고, AI를 이용한 연구도 하고, 교육학 관련해서 책도 저술하고, 장학금도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참 하나하나 멋진 일들이고, 자랑스럽지만 대학을 졸업한 당시에는 무언가 연결되거나 방향성을 가지지 못하고 이것저것 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일까,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지원했던 유학지원에서는 지원했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전부 떨어졌다. 


예쁜 그림은 한 획에 그려지지 않는다. 천릿길도 한 걸음씩, 


그렇게 좌절했지만, 일단 하나씩 하나씩 점들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먼저 서울대학교 학부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서울대학교에서 의료 인공지능연구를 하니 석사학위를 시작하고, 미국에서 인턴이나 연구원으로 기회를 잡으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글로벌인재양성프로그램'이라는 장학금에 지원했다. 이때 내가 학부 때 진행했던 전산뇌과학 연구와 의료인공지능을 이용한 연구, 그리고 대학생 때 장학금을 스스로 만들어 보았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장학금은 1년 동안 전 세계의 어느 연구실에서든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 장학금을 들고 미국의 연구실들에 이메일을 보내니 꽤 많은 교수님들이 감사하게도 관심을 보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인 MIT에서 1년 동안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때 참 재미있었던 점은 MIT의 교수님과 인터뷰를 2~3번에 걸쳐 진행했는데, 첫 인터뷰에서 거의 30분 동안 내가 집필했던 책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관심사인 교육과 행복에 대해서 끝까지 파고들어 하나의 책이라는 완성된 형태로 출판을 했다는 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해 주셨다. 그러한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집념이 연구자의 자세로서 아주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MIT에서 1년 동안 연구를 했고, 그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MIT 박사과정을 지원하기 전 아산장학재단 장학금을 신청했다. 해당 장학금은 5년간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지원해 준다. 이때 역시 내가 했던 연구와 함께 세웠던 내가 직접 장학금을 운영해 봤다는 점을 심사위원 분들께서 상당히 높게 평가해 주셨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MIT에서 1년간 연구했던 경험과 5년간 연구비걱정 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장학금까지 합쳐져 나는 최종적으로 MIT 뇌인지과학과에 합격했다. 


돌아보니 참 오래도 걸렸다. 2012년에 처음으로 MIT라는 대학에 막연하게나마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미국 유학이라는 목표를 2016~2018년에 세워, 2024년에 이뤄내었다. 한 순간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찍어 놓은 점들을 잘 연결하여 내가 원하는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다. 특히 미국의 대학원 박사과정 유학과정 입시에서는 그런 스토리를 정말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던 것 같다. 


아직 내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더 필요한 점을 찍거나, 그 점들을 이어 한 획, 한 획 예쁜 그림을 완성해 나가기 바란다. 내 그림은 나만 구상할 수 있고, 나만 그릴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자신만의 예쁜 그림을 너무 초조하게 느끼지 않으며, 천천히 하지만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며 완성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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