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즉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연구와 학문의 성지로 불린다. 그곳에서 해외 연구 인턴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나는 내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연구 문화, 팀워크,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과의 소통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첫째, 전문성과 창의성의 조화. MIT의 연구 환경은 단순히 기술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그 지식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한다. 연구자들 사이에는 최신 기술과 연구 방법론에 대한 깊은 토론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졌다.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고 한다. 나의 지도교수님인 Ann Graybiel교수님은 올해로 만 81세이시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연구실에서 새로운 기술을 발견한 것은 없는지 끊임없이 찾고 배우신다. 실제로 얼마 전 서부의 Allen institute에서 발명한 새로운 기술을 배워 우리 랩의 적용하려고 많은 랩 멤버들이 연습하고 있다. 우리 랩이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는 전문기술에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켜 경쟁력을 가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둘째, 다양한 문화 배경의 연구자들과의 협력. MIT는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과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속해 있는 랩에는 한국, 아일랜드, 미국, 영국, 아프가니스탄, 일본, 중국, 그리스, 사이프러스, 독일 출신의 연구자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은 연구의 방향과 접근 방식에 다양성을 가져다주었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혹시라도 말이 겹치게 되면 서로 먼저 말하라고 양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아주 강하게 말하고, 말이 겹치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계속해서 말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처음에 내 의견을 말할 기회를 찾지 못해서 대부분 듣기만 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대부분 교수님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교수님이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무리 교수님이라 하더라도 내가 가진 생각이 교수님과 다르다면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그래야 교수님의 존중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서로의 의견과 전문 지식을 존중하며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더 깊은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셋째, 자기 주도적 연구의 중요성. MIT에서의 연구 활동은 교수나 선배 연구자의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관심사와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를 통해 나는 내 연구에 대한 책임감과 동기부여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비교적 많은 디테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코멘트를 주는 지도 방식을 Hands-on, 큰 틀에서 방향성만 잡아주고 그 안에서는 개인에게 자율성을 주는 지도 방식을 Hands-off라고 한다. 내가 경험한 MIT 대부분의 교수님들의 지도 방식은 Hands-off였다. 본인이 확실히 하고 싶은 연구의 방향과 방식이 있다면 좋은 환경이겠지만, 뚜렷한 자신만의 철학과 관심사가 없다면 굉장히 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실패와의 대화. 모든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MIT에서는 실패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한 학습 과정 중 하나로 간주한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연구 방향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더욱 견고하고 깊은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다만 실패를 했을 때 그 실패를 잘 정리해서 다른 연구자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를 빠르게 잘하고, 그 실패를 분석하는 것이 연구자의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배웠다.
다섯째, 과학의 재미를 발견. 이전까지 나는 연구와 과학을 주로 결과와 성과 중심으로 바라보았다. 연구 그 자체를 좋아하고 즐겼다기보다는 좋은 연구결과가 나왔을 때, 그리고 나아가서 그 연구결과가 내가 원하는 좋은 저널에 출간되었을 때를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MIT에서의 인턴십 동안, 과학의 과정 자체에 숨겨진 재미와 흥미를 발견하게 되었다. 실험의 설계부터 결과의 해석까지, 각 단계마다 새로운 도전과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가설이 맞는지 틀린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과연 어떤 실험과 분석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그 실험과 분석이 최선의 방법일지 끊임없이 분석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특히, 예상치 못한 결과나 이론과 다른 실험 결과를 만났을 때,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은 마치 퍼즐 맞추기와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나아가 나와 같은 20대부터 우리 교수님인 80대까지, 나이는 물론 국적을 모두 막론하고, 같은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며 눈을 반짝거리며 열정적인 토의에 함께 참여하고 그 들이하는 고민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세상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끝없는 여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과학은 세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전에 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큰 즐거움을 준다는 가치를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MIT에서의 연구 인턴십은 나에게 단순한 학문적 지식을 넘어서는 깊은 통찰과 경험을 제공하였다. 세계 최고의 연구 환경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과 함께 학문적 탐구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연구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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