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떻게 MIT에서 인턴을 할 수 있었나.
MIT의 Brain and Cognitive Science (뇌인지과학과)에서 인턴으로 6개월째 연구를 하고 있다. 왜 인턴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어떻게 인턴을 시작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턴으로 무엇을 하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한국인으로서 MIT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한국에는 거의 없다. 나도 몰랐다. 현재 "방문학생(visiting student)"로서 MIT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비슷한 이름으로 visting scholar, visiting scientist, visiting engineer 등으로 분류가 되기도 한다. Technical associate이라는 이름으로 연구실에 필요한 사람으로서 고용이 되어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막상 MIT에 와보니 전 세계의 학생들이 대학원을 지원하기 전 연구실에서 연구실적을 쌓으며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바이오엔지니어링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이라는 사업에 선정이 되었다. 이 사업은 한국의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으로, 바이오와 관련된 석사과정/박사과정/박사 후 연구원에게 전 세계의 유수한 대학에서 연구를 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나의 경우 2022년에 해당 사업에 선발이 되었는데, 2021년에 사업 공고가 올라온 것을 사업 관련 공고가 올라오기 한참 전에 발견하였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2022년에도 사업이 진행될 예정인지 미리 물어보았다. 담당자에게 그렇다는 메일을 받았었고, 그래서 선발공고가 올라오기 몇 달 전부터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이 사업의 경우 비자와 관련되어 도와주는 것은 없다. 1년 동안 경비를 제공하며, 비자나 행정적인 프로그램등은 스스로 알아보아야 한다. 나는 오히려 이것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제한이 없는 만큼 나에게 자유가 많은 것이다.
타임라인은 아래의 순서대로 준비하였다.
1) 연구실용 컨택용 이메일 준비.
공고가 뜨기 전 이메일을 미리 작성을 해 놓았다. 이메일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최대한 줄였다. 처음에 초안으로 a4두장 정도 분량으로 시작하여 줄이고 줄여 절반 이하로 줄였다. 놀랍게도 아래 짧은 이메일을 작성하기 위해 거의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첫 번째 문단에는 내가 왜 이메일을 작성하고 있는지, 즉 현재 "바이오엔지니어링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에 지원 중이며, 만약 선발되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돈을 받는지, 그리고 비자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만족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내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내 관심사가 어떻게 내가 컨택하려는 랩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 작성했다. 그렇기에 첫 문단의 뒷부분 절반은 모든 이메일이 다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두 번째 문단은 내가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과에 대해 작성하였다. 마지막으로 3번째와 4번째는 연구실별로 필요할 것, 혹은 해당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 연구 경험 두 가지를 골라 내가 한 연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을 해보았다.
그중 결과적으로 지금 일하고 있는 랩에 컨택했던 메일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I am writing to discuss visiting-scholars opportunities in the Graybiel Lab. I am in the procedure for the Bioengineering Global Talent Development Fellowship opportunity which is for excellent researchers in Korea. It funds around 3000 USD per month and all costs for the visa (J1), medical insurance, and plane are covered by the funding. Depending on the conditions of the Graybiel lab, I could start as early as September and continue for a year.
My ultimate goal is to comprehend psychiatric disorders, such as depression, as brain malfunctioning in a computation way and eventually cure them. I've already been suffering from sleep disorders for five years this year. I went to the psychiatrist and took sleeping pills, and I was prescribed antidepressants. I eventually found that this insomnia was closely related to emotional feedback on myself and social behavior. I believe my goal aligns with the goal of the Graybiel Lab which is to develop tools for therapeutic intervention in neurologic and neuropsychiatric disorders.
I have published four research articles and done four oral presentations at academic conferences with many co-authors and taken 13 graduate courses in the field of analyzing large quantities of data. Through this experience, I acquired an understanding of the unique properties of an extensive brain dataset with a neuroscience and ML background as well as critical thinking, collaboration, and communication skills. Mainly, I learned to adapt the developed model for explicit purposes and data.
To start, I have dealt with the largest U.S. brain dataset, Adolescent Brain Cognitive Development (ABCD) data, in the Connectome lab at SNU. The connection between adolescent suicidality and brain functional underpinnings was assessed by predicting suicidality using fMRI and psychosocial data with a tabular Deep Learning model. Furthermore, the necessity of understanding the brain as a network was confirmed by developing a Graphical Neural Network (GNN) model that outperformed a tabular Deep learning baseline model for predicting the intelligence of adolescents with SMRI, DTI, and fMRI.
Recently, I have been developing ML software that can show the progress of Osteoarthritis with knee X-ray images so doctors can get some help in making decisions for surgery. This experience helps me to understand how to make the actual end product that can reach the users. StyleGAN was chosen because of the disentangled property. Real images were mapped in GAN w-space by minimizing the L2 distance between extracted real and generated vectors. Principal Component Analysis (PCA) was conducted in GAN w-space and crafted images were produced by moving in each PC direction. Orthopedists confirmed the 3rd PC axis represents the progress of Osteoarthritis.
I would appreciate the opportunity to talk more about my experiences and interest in the position.
Thank you for your time and looking forward to hearing from you.
Best Regards,
Gun Ahn
2) 연구실별 메일 컨택 및 인터뷰
펀딩 공고가 나오자마자 펀딩에 지원한 후 전 세계에 약 30여 개의 연구실에 이메일을 보냈다. 단순히 교수님에게만 보낸 것이 아니라 그 연구실에서 일을 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원분들에게도 비슷한 이메일을 모두 보냈다. 또한 내가 가고 싶은 연구실에 한국인 분들이 계신 경우 한국어로 메일을 보내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렸다. 나중에 돌아보니 한국인 분들께 컨택관련해서 메일을 보냈던 경우 답장이 올 확률이 훨씬 높았다. 교수들은 하루에도 백통이 넘는 나와 같은 콜드메일을 받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경우 답장조차 받지 못한다. 약 30여 개의 이메일 중에 10통 정도에 답장을 받았고, 그중에 7통 정도는 거절 메일이었다. 남은 3개의 연구실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3개 연구실 모두 한국분들이 계신 연구실이었다.
인터뷰를 위해서는 따로 피피티를 준비해 갔다. 최대한 간단하게 준비하기 위해서 내가 했던 연구 중 관련이 있는 내용을 ppt1장에 요약했다. 무엇을 했는지 보다는, 이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서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각각 연구별로 중요한 디테일들은 부록을 만들어 혹시라도 질문이 나오게 된다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내가 만약 해당 연구실에 가고 싶다면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해 제안하는 연구 프로포절도 두 가지 주제에 대해서 준비했다. 이 ppt도 지금 연구하고 있는 MIT의 Ann graybiel 교수님과의 면접에 쓴 ppt다.
이 연구실에서 6개월째 Ann graybiel 교수님과 연구를 하고 있는 현재 돌아보면 사실 위 연구 포로포절은 Ann graybiel 교수님이 하시는 연구와 거리도 굉장히 멀고, 현실적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설계된 연구제안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연구 주제를 정해서 나의 관심사를 내가 풀 수 있는 정도의 문제로 만들어 제안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던 것 같다.
연구와는 상관이 없지만, 책을 3권을 출판해 본 경험이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혹시 몰라 연구 경험 뒤에 부록으로 저술한 책 3권에 대한 내용도 준비해 갔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이 인터뷰에 큰 도움을 줬다. 면접 첫 문장에서 나는 3권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는 말을 덧 붙였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바로 흥미로워하시며 어떤 책을 썼는지 물어보았다. 그래서 바로 준비한 슬라이드로 넘어가서 책에 대해서 소개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민을 하면서 쓴 책이다 보니, 책에 관련한 질문을 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게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었다. 특히 핀란드가 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지에 대해서는 교수님께서도 정말 흥미롭게 질문해 주셨고, 그와 관련되어 거의 15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1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긴장도 정말 많이 풀리고, 또 아무래도 잘 아는 내용을 영어로 하다 보니 영어도 막힘없이 잘 되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내가 하는 말에 너무 공감도 잘해주시고 열심히 들어주시다 보니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준비한 연구경험과 MIT에서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한 프로포졸의 경우도 자신감 있게 잘 발표할 수 있었다. 또한 펀딩에 관해서는 이미 최종면접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 이 인터뷰에서 MIT에서 이메일로라도 내가 펀딩을 받을 경우 MIT에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인비테이션 레터를 준다면, 최종 펀딩에 선정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 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칠 때 바로 교수님께서 펀딩에 최종 합격하게 되면 우리 랩으로 오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3) 펀딩 최종 인터뷰
마지막으로 펀딩 최종 인터뷰만이 남았다. 그전에 3회 정도 영어로 인터뷰를 보았기에, 한국에서 대면으로 한국어로 면접을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았다. 비슷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왜 해외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예상대로 미리 많은 연구실에 컨택을 해서 인터뷰까지 보고, 만약 펀딩을 받게 되면 가게 될 연구실까지 결정이 되었던 상황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다. 그렇게 생각보다 짧은 대면 면접이 끝났고, 그날 바로 최종 합격 선발 소식을 듣게 되었다.
4) 돌아보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의외로 펀딩에서 공석이 생겨서 기회가 있는데 지원자가 없어 펀딩이 수여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코로나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던 2022년뿐 아니라 2023년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장학금을 받았던 "바이오엔지니어링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의 경우 지원자가 많이 없었고, KAIT에서 주관하고 대학들에서 따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산업혁신인재해외파견사업"의 경우 2023년에 공석이 있었다. 고려대학교, 인하대학교등에서 선발하였으며, 해당학교학생들이 아니어도 지원이 가능했다. 또한 한국로봇산업협회에서 역시 미래 신산업 분야 "산업혁신인재 성장지원사업"을 수행하였고, 출신 대학교에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었다. 대부분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미국에서 연구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한 루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