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해외 인턴인가.
MIT의 Brain and Cognitive Science (뇌인지과학과)에서 인턴으로 6개월째 연구를 하고 있다. 왜 인턴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어떻게 인턴을 시작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턴으로 무엇을 하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인턴을 먼저 하면 내가 가고자 하는 해외 대학의 교수에게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영어성적 준비, 학점관리, Statement Of Purpose(SOP, 연구계획서) 작성, 인턴경험, 그리고 추천서다. 그렇다면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추천서다. 한국에서는 학점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점의 경우 미국에서 알아주는 대학에서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다. 고작 학점이 만점이 아니라고 해서 유학을 포기하기는 너무 아깝지 않지 않은가. 학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이유는 사실 그 분야에서 유명한 거장의 추천서를 받지 못한 한국 학생 등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정량적인 학점의 스코어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학점이 좋지 않더라도 그 분야의 거장에게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내가 원하는 연구실에 입학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미국의 대학원 입시와 취업시장은 네트워크에서 출발한다. 취업시장의 경우 공채라는 개념이 한국만큼 뚜렷하지 않고, 내가 알고 있는 네트워크 안에서 기회를 찾아서 지원을 하고, 거기서 면접을 보는 시스템아 대부분이다. 추천서라는 제도도 이 네트워크기반의 사회를 이해하고 나면 훨씬 이해가 쉽다. 대학원에서 학생을 뽑을 때 처음 보는 사람이더라도, 내가 잘 아는 사람과 일해보았고, 잘 아는 사람이 이 사람과 일해보았다는 증거가 새롭게 나와 일할 때에도 잘 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을 뽑고, 내가 잘 아는 사람을 잘 아는 회사에 추천한다는 시스템에서 분명히 어느 정도 한국의 인맥과 비슷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추천기반 사회에서는 아무나 아무 곳에 신청할 수 없다. 그냥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추천을 했는데, 그 사람들이 실제로 그 회사에 가서 일을 잘하지 못하면 이 추천인의 신용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추천의 개념은 "내가 직접 같이 일해보니 일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더라", "실력 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잘 되는, 일 같이하기 참 좋은 사람이더라"등의 추천이 많다. 오히려 학점이나 자기소개서 같은 서류들보다 더 객관적으로 그 사람을 평가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가고 싶은 대학원의 연구실에서 미리 인턴을 통해서 일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만큼 그 연구실에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박사과정 지원에 필요한 연구경험을 내가 가장 가고 싶은 학교에서의 연구자로서의 삶을 먼저 경험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유학생으로서 생활한다는 것은 내 삶에 있어 정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결정이다. 어디서 어떤 분야를 누구와 하는지에 따라 그 삶이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 도 있다. 연구라는 것은 정말로 길고 고독한 일이다. 나에게 최대한 잘 맞는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 해도 연구는 어렵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잘 맞지 않는다면 연구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사람에게 날씨가 주는 영향은 크다. 예를 들어 보스턴은 겨울이면 해가 4시에 지고, 비가 자주 온다. 만약 화창한 날씨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날씨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서부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연구 분야도 정말 다양하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분야인 뇌과학도 DNA, RNA부터 세포, 쥐, 생쥐, 원숭이를 포함한 동물연구, 사람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오래 걸리고, 쥐를 이용한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등을 위해 상당한 손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인간을 이용한 경우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연구 전체에 상당한 기간을 차지할 수도 있다. 연구실별로, 신생랩의 경우 처음에는 교수와 함께 엄청나게 고생을 하지만, 교수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연구실 후배들이 들어오면 대학원생 때부터 사람을 관리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반면 상당히 오래되고 큰 랩에 들어간다면, 정작 지도를 받아야 하는 교수님은 너무 바빠서 얼굴도 잘 보지 못하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할 수 도 있다.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 학부생으로서 미리 알기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입시를 할 때에도 해당 학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연구를 해보는 것, 직접 연구를 해보고 연구라는 것이 대략이나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대학원에 들어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연구를 누구와 내가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은 큰 경쟁력이다.